현재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시각장애인용 점자인 6점 점자를 발명한 사람은 19세기 프랑스인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이다. 그리하여 영어권에서는 지금도 ‘점자’를 발명자의 이름을 따 ‘Braille’로 부른다. 1809년에 프랑스 파리 인근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브라유는 3살 때 말안장과 마구 등을 만들던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송곳으로 오른쪽 눈을 찔렸다. 불행히도 감염된 상처는 왼쪽 눈으로도 번져 브라유는 그만 장님이 되고 말았다.

영특했던 브라유는 파리왕립맹아학교에 다니던 12살 때 처음으로 점자를 접했다. 당시 사용하던 최초의 점자는 군사적 목적을 위해 설계된 것으로서 12개의 점 체계를 지닌 점자였다. 너무도 복잡했던 이 점자를 브라유는 그의 나이 16살 때 6점으로 줄여 개량한다. 학교 당국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몰래 이 편리한 브라유식 점자를 익혔고 서로에게 보급했다. 그렇게 현대의 점자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브라유의 점자는 점의 수가 적어 간편하고 체계가 잘 짜여 있었을 뿐 아니라 읽고 쓰는 것이 동시에 가능하여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브라유는 그의 나이 20살 때 일반 문자뿐만 아니라 수학 기호와 음악 기호 등 문자로 사용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점자화하여 공표했다.

이렇게 대단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을 당시 브라유는 홀대를 받아 그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 얻은 자리라고는 맹아학교의 교사직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유년 시절 맹아학교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얻은 지병으로 고생했고, 일생을 독신으로 지내다 43살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암울하고 불행한 삶이었다. 생존 당시 거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브라유는 그의 사후 100년인 1952년 프랑스 정부의 인정을 받아 프랑스의 국가적 영웅들이 묻히는 팡테옹으로 유해가 이장되었다. 브라유의 유해가 팡테옹으로 옮겨질 때, 16살까지 그의 점자로 공부해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던 헬렌 켈러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전 세계 시각장애인에게 소통의 수단을 가져다주었던 이 점자 발명의 기적은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유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준 날카로운 송곳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송곳은 브라유에게 고통과 좌절을 가져다주었지만, 송곳이 다시 그의 손 안에서 점필로 변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둠 속 빛을 가져다주는 도구가 되었다. 눈을 찌른 송곳이 글자를 새기는 송곳으로, 어둠을 가져다준 송곳이 빛을 가져다주는 송곳으로 변했던 것이다.

누구에게나 송곳은 있다. 과거에 나를 찔렀던, 지금 나를 찌르고 있는, 미래에 나를 찌를 나의 송곳. 이 송곳은 하나님으로부터일까? 그럴 리가 없다. 하나님은 우리의 삶 속에 불행을 일으키시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나님은 까닭 모르게 일어난 불행을 다시 행복으로 조제하시려 무던히 애쓰시는 분이시다. 빛이 있으라! 어둠을 빛으로 바꾸는 것, 불행을 축복으로 바꾸는 것, 바로 그것이 그분의 새로운 창조다. 지금도 나를 찌르고 있는 나의 송곳, 이 고통스런 송곳은 그렇게 언젠가 주님의 손 안에서 나와 타인을 위한 빛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롬 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