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사람만 타락합시다”

오랜만에 당당뉴스에 글을 올린다. 입법의회 끝나고 만 하루가 지나서도 참담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두 가지만 소회를 밝혀보고자 한다.

1.입법의회 기간 중 여러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이 “장정개정위원회는 그 많은 예산만 쓰고 뭘했냐, 통과되지 못할 법안만 잔뜩 만들어 놨으니...” 하는 것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통과될 법만 만들어야 되느냐?‘고 말이다.
중요한 것은 감리교회의 방향성과 미래를 생각하며 입법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름대로 개력입법안이라고 하는 것이 모두 부결되었다. 물론 이번 장개위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상정한 안건들이 부결되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잘못됐다”고 한다면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2.2박3일 간의 회기 중 일부 연회감독들이 보여준 언행은 과히...(더 많은 감독들은 자기에게 부여된 권위를 잘 유지하였다.)

 보라색 입고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회의에 열중하는 것까지는 보기 좋았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도 채 이해하지 못하고 분기탱천하여 소리 지르시는 감독, 시장판에서 싸울 때나 할 수 있는 언행비슷하게 하시는 감독... 가관이었다. 웬만한 목사는 보라색 옷 입으면 잘 안보이나 보다.

 이번 상정안 중에서 안건의 통과여부가 개혁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었던 참정권확대법안(정회원 모두와 동수의 평신도, 즉 연회원 전체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자는)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었다.

표결 직전 어느 감독님이 일어나서 “젊은 목사.집사.권사까지 끌여들여 타락하게 하지 맙시다. 타락한 사람만 타락합시다.”고 크게 외치자 분위기가 갑자기 그 쪽으로 쏠렸다. 내가 나가서 잠깐 개정안 찬성 발언을 하였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여기서 나는 두 가지를 짚고자 한다.

 첫째, 과연 그 감독의 발언이 입법의회에서 할 수 있는 말인가 하는 것이다.

“타락한 사람만 타락합시다”라고 한다면 그 ‘타락한 사람’들이 감리교선거판을 떠날 때가지 앞으로도 계속 선거판의 타락상을 유지해가자는 말 아닌가? 부정과 타락의 모습이 있다면 고쳐나갈 생각을 해야지 왜 그 상태를 유지하자고 하는가? 젊은 목회자나 집사.권사 등의 평신도를 위해 주는 말 같지만 실상은 그들의 참정으로 인해 기존의 선거권자들이 입게 될 기득권의 손실을 염려하여 하는 발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 평신도는 페이스북에서 그 분의 그 발언을 “역사에 길이 남을 개소리”라고 썼다.

이 분은 이런 발언도 하였다. “협성 다 나가!”
회의가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렇게 외쳤다. ‘협성’ 아무도 그 분의 말씀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감리교 입법의회장에서 “협성 다 나가!”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그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지만, 감리교회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아무리 답답해도 해서는 안 될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입법의회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국내의 평신도들 상당수가 시청하였다. 말은 그 사람의 나이나 지위에 따라 수준에 맞게 하여야 한다. 수 백 개의 교회가 속한 한 연회의 영적지도자라 하는 감독이, 기독교대한감리회를 대표하여 모인 목사와 평신도 500명 앞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서 연회감독제도를 빨리 없애야 감리교회가 살겠다는 확신이 더욱 깊어졌다.

"협성 다 나가"

둘째는, “타락한 사람만 타락합시다”라는 발언에 대한 회중들의 태도에 관하여서다.

“타락한 사람만 타락합시다”라는 명쾌한(?) 발언에 회의장에 있던 회원들 대다수가 “와아” 하면서 찬동의 의사를 밝혔다. 순식간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아쉬운 것은, 그 분을 이어 발언하면서 “사과하라”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이다. 회원들은 “와아” 하고 찬동의사를 밝히기 전에(선거권확대법안에 반대하건 찬성하건 간에) 그러한 적절치 못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다가 감리교회의 큰 회의들이 이렇게 무게감을 상실하고 말았는지 안타깝다. 회의가 끝날 때 쯤 되면 어김없이 “빨리빨리하고 갑시다.”라는 말들이 등장한다. 그렇게 되면서 중요한 안건들이 졸속으로 처리된다. 선거권확대법안도 초반이나 중반에 논의 되었더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래 전, 중부연회에서 여러 동역자들과 함께 “담임직세습금지법 제정을 위한 건의안‘을 올린 적이 있다. 본회의에 상정되어 송정호목사님이 제안설명을 하게 되었다. 발언이 시작된지 5초도 되지 않아 어떤 장로가 ”저새끼 목사야? 빨갱이 아니야!“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앞자리에 앉아있던 (평소에 점잖아 보이던) 노장 목사들이 ”야 이 새끼야, 고만해!“라고 합창을 하듯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발언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듬해에 또 똑 같은 건의안을 올렸다. 결과는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해부터는 더 이상 건의안을 올릴 수 없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4년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입법의회는 ’담임직세습금지법안‘을 통과시켰다.

 나는 어젯 밤 하나님께 여쭈었다. “하나님, 제가 은퇴하고도 한참 지난 20년 후에는 젊은 목사들도 선거권을 갖게 될까요?” 하나님의 대답을 아직 못 듣고 있다. 믿음이 약해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