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성명] "장장개정안, 감리교 역사 왜곡"

1. 국정교과서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역사에 대한 바른 기록과 해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교육받고 있는 심정입니다. 그런 중에 목원대학교와 협성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한국교회사를 강의하고 있는 김흥수, 서영석, 이덕주 세 교수는 이번 입법총회에 상정될 장정개정안 내용 가운데 ‘역사 왜곡’에 해당하는, 대단히 잘못된 내용이 포함된 것을 알고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바른 교회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 선생의 입장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 문제가 된 부분은 이번 입법총회에 상정될 장정개정안의 "제1편 역사와 교리“ 가운데 ”제1장 기독교대한감리회 역사"의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아펜젤러와 스크랜턴은 1885년 7월 29일 정동에 예배처를 마련하였고, 이 신앙공동체는 아펜젤러 집례로 1885년 10월 11일 첫 성찬식을 거행하였다."

이 기록에 의하면 한국 감리교회의 첫 번째 신앙공동체는 1885년 7월 29일 설립되었고 그 해 10월 11일 성찬식을 거행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록과 해석은 상당히 잘못된 것입니다.

3. 우선, 첫 신앙공동체를 설립했다는 날짜인 1885년 7월 29일에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그 날은 인천에 한 달 가량 머물러 있던 아펜젤러 부부가 서울에 들어온 날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아펜젤러 부부는 1885년 4월 5일 부활주일에 언어우드와 함께 인천에 도착했다가 치안상황 때문에 서울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인천에 5일간 머물다가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스크랜턴이 5월 6일 마침내 인천을 거쳐 서울 정동에 들어와 선교사 사택을 마련하였고 일본에 남아 있던 아펜젤러 부부와 스크랜턴 부인과 대부인이 6월 20일 인천에 도착하였습니다. 스크랜턴 가족은 정동 집이 마련되어 곧바로 서울로 들어왔지만 아펜젤러 부부가 살 집은 아직 마련되지 않아 부득이 인천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7월 초에 판서 민치상의 집을 사서 수리를 한 후 7월 29일 서울 정동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1885년 7월 29일은 첫 감리교 신앙공동체를 세운 날이 아니라 아펜젤러 가족이 정동 집으로 들어온 날입니다. 정동 집도 살 집이었지 예배처는 아니었습니다. 감리교 예배는 이미 두 달 전 스크랜턴이 정동 집에서, 그리고 아펜젤러도 인천에 머무는 한 달 간 드렸을 것입니다.(근거자료: 아펜젤러가 1885년 8월 20일 버넷 박사에게 보낸 편지)

4. 다음으로 아펜젤러가 첫 성찬식을 거행하였다는 1885년 10월 11일 일입니다.

그 날 아펜젤러가 성찬식을 집례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성찬식은 ‘감리교’ 성찬식이 아니라 장로교 선교사와 교인들까지 참여한 ‘초교파’(union) 성찬식이었습니다. 그 날 성찬식 장면은 성찬식장을 제공한 장로교 알렌 선교사 일기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알렌의 증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에서 첫번째 개신교 성찬예배(first protestant communion service)를 드렸다. 참석자는 아펜젤러 목사 부부, 스크랜턴 박사 부부와 그 어머니와 딸, 언더우드, 알렌 부부, 일본에서 방문한 선교사 루미스 목사, 그리고 미군함 마리온호의 뮤리엘 밀러 함장과 봉급지불원 트레일리치, 크레이그 박사 등이었다. 예배는 아주 감동적이었으며 결과도 좋았다. 우리는 내 어머니가 주신 오래된 은잔(나는 그 역사적인 잔을 1920년 1월 서울에서 선교사박물관을 준비하는 게일 박사에게 주었다)과 우리가 사용하던 유리 잔, 그리고 알렌 부인이 구운 빵과 맛은 없지만 내가 마시던 와인을 사용하였다. 루미스가 설교하였다." (알렌의 일기, 단국대학교출판부 발행)

이 기록을 보면 성찬예배는 초교파적으로 이루어졌고 예배 장소도 알렌의 집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아펜젤러가 1885년 10월 13일 미감리회 해외선교부 리드 총무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그 날 성찬식은 루미스(미국 북장로회 선교사, 미국성서공회 일본지부 총무)가 집례하고 아펜젤러와 언더우드가 떡과 포도주를 나누어 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아펜젤러가 집례한 감리교 성찬식으로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감리교 신앙공동체의 시작으로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5. 이러한 사실들은 각 신학대학에서 한국교회사를 강의하는 역사학자들 사이에 ‘정리된’ 내용입니다. 만약 장정개정위원회에서 올린 내용대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 감리교회는 다른 교파, 특히 장로교회 사학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억지를 넘어 역사 왜곡이라며 조롱할 것입니다. 더욱이 한국 감리교회의 헌법에 해당하는 교리와 장정의 제1장은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과 같은 성격이어서 신중하고 진중하게 내용과 문장을 다듬어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6. 장정개정위원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러한 문구가 채택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양식과 상식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역사의 연대를 ‘끌어 올리는 것’ 만이 신앙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감리교회 구성원 뿐 아니라 감리교회 밖의 다른 교파교회 학자나 목회자들도 수긍하고 인정할 수 있는 ‘바른’ 역사 기술과 해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7. 우리 세 교수는 장정개정안에 포함된 ‘최초 감리교 신앙공동체’ 관련 문구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지적하는 바이며, 이 개정안을 심의할 입법의원들의 상식과 판단력에 마지막 희망을 걸겠습니다.

2015년 10월 22일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이덕주

목원대학교 교수 김흥수

협성대학교 교수 서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