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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율(含水率)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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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0월 23일 (금) 18:32:46 [조회수 :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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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금희는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함수율의 이야기를 <아이들>이라는 그의 이야기 속에 집어넣었다. 바다를 건너 목재들을 실어 나를 때는 나무들을 뗏목처럼 묶어 바다 위로 끌고 온다는 얘기를 들은 아이는 아빠에게 묻는다. 그럼 나무들이 계속 젖어 가라앉을 텐데 어떻게 그 먼 바다를 건너올 수 있느냐고. 그때 아빠는 아이에게 함수율에 대해 말해준다. 나무들마다 함수율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느 정도 물을 흡수하면 더는 젖지 않는다고, 나무들마다 품을 수 있는 수분의 양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아빠는 쉽고도 결정적인 예를 딸에게 들려준다. “너도 어느 정도 밥을 먹으면 숟가락을 놓잖아, 그것과 같은 이치지.” 아이는 자라면서 이 말을 가슴에 담아둔다. 어른이 된 아이는 절망에 맞닥뜨려질 때마다 아무리 젖더라도 썩지는 않을 것이라고,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아무리 무겁고 거대한 나무라도 자신 안에 품을 수 있는 물의 양은 한정되어 있어 결코 물에 젖어 바다에 가라앉지 않는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던 소설가는 이 사실이 인생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어떤 고통과 아픔이 찾아오더라도 나는 부서지지 않고 이 바다를 건너 끝내 저 항구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아버지의 함수율로부터 배웠던 것이다. 그러나 단지 함수율뿐일까? 모든 것이 나름의 정해진 경계가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결코 넘을 수 없는 경계가. 하나님의 창조는 경계 지음과 다름이 없었다. 하나님은 빛과 어둠을 나눠 경계를 정하셨고, 물과 궁창을 나눠 경계를 정하셨고, 땅과 물을 나눠 경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나눠진 것들은 하나님이 정하신 경계를 결코 넘어서지 못했다. “주님은 경계를 정하여 놓고 물이 거기를 넘지 못하게 하시며 물이 되돌아와서 땅을 덮지 못하게 하십니다.”(시 104:9) 혼돈의 상징인 물은 결코 하나님이 정하신 경계를 넘어 땅을 삼키지 못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이 경계를 신뢰할 필요가 있다. 절망은 결코 우리를 완전히 삼키지 못할 것이다. 고통과 혼돈의 바닷물이 우리의 발목을 휘감고, 허리를 뒤흔들며, 가슴을 짓누를 때도 우리를 완전히 적시어 가라앉히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리 바닷물이 몸을 뚫고 들어올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정해놓으신 함수율은 이 절망의 바다가 우리의 삶을 완전히 적시어 익사시키지 못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정하신 이 함수율을 믿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젖을지언정 결코 빠지지 않고 무사히 항구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꾸만 물속에 빠져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려움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모든 동물은 물에 뜬다. 인간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그럼에도 익사가 드물지 않은 것은 오직 두려움 때문이다. 심지어 인간은 허리 깊이의 물에서조차 익사하기도 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인간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려움은 하나님의 질서를 보지 못하게 하고, 은총의 자취를 알아채지 못하게 만든다. 물에 뜨는 유일한 길은 두려움을 거두고 몸을 온전히 물에 맡기는 것뿐이다. 믿음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베드로는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고 무서움에 사로잡혀서 물에 빠져 들어가게 되었다. 그 때에 그는 ‘주님, 살려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예수께서 곧 손을 내밀어서 그를 붙잡고 말씀하셨다. ‘믿음이 적은 사람아, 왜 의심하였느냐?’” (마 14: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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