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성인’과 같은 뜻을 가진 단어로, 기독교에서는 거룩한 신자나 순교자를 말하며, 불교에서는 모든 번뇌를 끊고 바른 이치를 깨달은 사람을 말한다.

기독교가 행동에 더 중점을 둔다면 불교는 마음에 더 중심을 둔다고 할 수 있다. 종교의 모양새나 주장에 따라 다소 다르긴 하지만 개념을 전혀 달리한다고는 할 수 없다. 성자는 어쨌든 무언가 범인(凡人)과 다른 사람임에 틀림없다.

로만가톨릭의 한 수도사가 북아프리카에 유명한 성자가 있다고 해서 긴 여행 끝에 찾아갔다. 하지만 성자를 만나자 수도사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성자로 알려진 나이 많은 그 사람은 길거리에서 남의 구두를 수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식기도를 하거나 성경을 묵상하며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성자가 있다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성자는 수도사가 상상한 성자의 모습하고는 너무 달라 적잖이 실망했다. 하지만 유명한 성자로 알려진 사람이기에 어떻게 그리 유명한 성자가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도사는 성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성자가 되셨는지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사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내가 한 것이라곤 구두를 수선한 것밖에 없지요. 나는 손님들이 구두를 맡기고 가면 그 구두가 예수님의 구두라고 생각하며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그 구두를 수선했을 뿐입니다.”

이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대부분의 신앙인들이 성(聖)과 속(俗)을 구분한다. 그러나 그렇게 무 자르듯 성과 속을 구분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세속에 속했다는 걸 모르고 다른 사람이 세속적이라고 비난한다. 여기에 불행이 있다.

거룩함과 속됨은 따로 있지 않다. 세상에서 천국을 사는 게 신앙이다. 세상에서 천국의 삶을 누리다 보면 내세의 천국도 온다. 이 세상에서 지옥을 살면서 죽어서 천국 간다고 하는 이들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없다. 구두 수선공 성자처럼 내가 사는 곳에서 예수를 대하듯 만물을 대하는 게 신앙의 삶이다.

세상에서 살다 보면 신분의 차이나 빈부의 간극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성속을 구분하는 잣대가 아니다. 낮은 데 있어도 높은 삶이 있고, 높은 데 살아도 낮은 삶이 있다. 가졌어도 못 누리는 삶이 있고 못 가졌어도 누리는 삶이 있다. 풍요는 물리적인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디서든 언제든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은 땅에 있으나 천상의 삶이다. 요셉은 보디발의 종으로 있을 때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할 때도, 애굽의 총리로 살 때도 천국을 산 사람이다. 그와는 늘 하나님이 함께 계셨기에 그렇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를 묻지만 하나님은 누구와 함께 있느냐고 묻는다. 여행을 할 때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가느냐이다.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오지를 가도 행복하다. 인생이란 여행지에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가 성자인지 속자인지 결정된다. 그대는 누구와 함께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