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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풍습과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
최종수  |  asburych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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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0월 21일 (수) 23:07:01
최종편집 : 2015년 10월 22일 (목) 23:39:19 [조회수 : 6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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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풍습과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

 

   
▲ 슈퍼마켓 앞 할로윈 호박 판매대

 

미국에서는 이미 9월 들어서면서부터 약방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할로윈 의상과 초콜릿은 물론 할로윈 호박 등 할로윈 상품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길가에서도 할로윈 장식용 마른 옥수수 대와 호박들을 많이 늘어놓고 팔고 있다. 짙은 주황색 호박의 속을 다 파내고 눈, 코, 입 모양으로 호박을 도려낸 다음 그 안에 불을 켜놓은 것을 Jack-O'-Lantern이라고 부른다. 해마다 10월이면 거의 집집마다 이 호박과 마른 옥수수 대로 집 앞을 장식하고, 만성절(All Saints' Day) 전야인 10월 31일 저녁에 아이들은 온갖 무서운 도깨비 형상의 가면과 의상을 입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Trick or Treat!"(과자나 초콜릿 안 주면 장난 칠 테야!)를 외치면서 떼 지어 과자나 캔디를 얻으러 다닌다.

 

   
▲ 할로윈 집 장식과 Jack-O'-Lantern

 

 

지금은 한국에서 거의 볼 수 없으나 옛날 음력 정월 대보름 저녁에 아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제웅이나 부럼줍쇼!” 하고 외치던 풍습과 흡사한 풍습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도깨비불을 뜻하는 Jack-O'-Lantern이라는 이름을 가진 버섯이 있다. 미 동부지역에서는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죽은 참나무 그루터기나 그 주변에 엄청나게 큰 크기로 엄청나게 많이 돋는 독버섯인데, 그 색깔이 할로윈호박색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밤에 그 주름에서 야광을 내기 때문에 붙여진 버섯 영어 속명(俗名)이다.

 

   
▲ 죽은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함빡 돋아난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임시이름, 한국미기록종)Omphalotus illudens(Schwein.)Sacc. 영어이름 Jack-O'-Lantern

 

갓의 크기가 5-18cm나 되는 상당히 큰 버섯으로 처음에는 반반구형이다가 갓이 피어나면서 편평형을 거쳐 갓 중앙이 약간 움푹 들어가는데 배꼽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 갓 가장자리는 유균일 때 안으로 말려 있고 피어나면서 굴곡을 이룬다. 밝은 주황색에서 차차 퇴색하면서 노균이 되면 갈색 섞인 주황색이 된다. 표면은 매끄러운 편이고 젖으면 뻔쩍거린다.

 

   
▲ 주름이 내리주름이다. 밤에 이 주름에서 빛(야광)을 낸다.

 

주름살은 전형적인 내리주름이고 비교적 빽빽한 편이며 색깔은 갓 색깔과 같이 밝은 주황색인데 밤에 섬뜩한 빛을 낸다. 갓 피어난 이 버섯의 갓을 베어다가 어두운 방에 두고 그 방에 들어가 한 10분정도 기다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 다음 보면 이 버섯의 야광을 아주 잘 볼 수 있다. 포자색은 크림색에서 담황색이다.

 

대는 5-20cm로 길고 대 아래 위의 굵기가 같거나 밑으로 내려가 기부에 이르면 가늘어지고 표면은 매끄러운 편이다.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죽었거나 죽어가는 활엽수, 특히 참나무 그루터기 위에나 그 주변에 무성하게 다발로 돋는다. 미 동부지역에서는 아주 흔하고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독버섯으로 붉은 버섯이 많이 돋아 멀리서는 물론 차타고 지나가다가도 잘 발견할 수 있다. 죽은 나무의 뿌리가 묻혀 있는 진디 위에나 풀밭에도 많이 돋아 흔히 꾀꼬리버섯으로 오인하기 쉽다. 또 특히 유균일 때 그 모양이나 돋는 장소와 시기가 비슷하여 뽕나무버섯부치와 혼동하기 쉽다.

 

이 버섯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배 한 척이 파선하여 이 배에 타고 있던 선원 한 사람이 간신히 목숨을 건져 어느 무인도에 상륙하였다고 한다. 이 선원은 즉시 구조 편지를 쓰고자 하여 주름버섯의 대를 붓대로 삼고, 먹물버섯의 먹물을 이용하여 밤에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의 불빛 밑에서 구조 편지를 써서 병에 담아 물에 띄워 보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선원은 섬에서 돋는 그 어떤 버섯도 식용할 줄을 몰라 구조선이 도착하기 전에 그만 굶어 죽었다고 한다.

 

   
▲ 이 버섯 주름에서 밤에 야광을 낸다. 이 귀한 야광 사진은 우산돌이 구재필님이 일 만여 초(약 4시간) 걸려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찍은 것을 빌려 주셨다.

 

현재 미국 록키산맥 동쪽에서 돋는 것은 Omphalotus illudens, 서쪽에서 돋는 것은 오렌지색에 올리브색이 섞여있어서 O. olivascens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돋는 이 두 버섯이 유럽에서 돋는 O. olearius라는 버섯의 북미 형인지 아닌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여기서 좀 긴 이야기가 될 터이지만 이 버섯에 대하여 더 깊이 연구하실 분들을 위하여 아래 자료를 덧붙이고자 한다.

 

일본의 독버섯인 화경버섯(Lampteromyces japonicus[Kawamura] Sing.으로부터 “Lampterol"이라는 물질이 추출되었는데(물론 이 화경버섯은 한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이 물질은 미국의 Jack-O-Lantern 버섯에서 추출한 Illudin S와 똑같은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화학적 분류와 비교형태학이 정통 분류학의 주요주제라고 할 때, 미국 Jack-O-Lantern 버섯과 일본의 화경버섯에서 똑같은 Illudin S가 발견된 것은 이 두 버섯 종(種)에 대한 분류학적 운명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1983년 Nair 외 두 사람은 Mycologia라는 버섯잡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두 버섯이 같은 Illudin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 분류된 Omphalotus속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 유균 다발은 마치 뽕나무버섯부치의 유균 다발과 비슷하다.

 

이미 DNA 시대로 접어 든 2004년 Kichmair등은 DNA 검사에 기초하여 Omphalotus속의 계통발생론을 발표하였다. 두 버섯 사이의 계통발생학적인 관계를 규명한 이들은 화경버섯과 Omphalotus에 속한 버섯들 모두 그 안에 Illudin 독성분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화경버섯을 Omphalotus속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한 우리나라 이태수 박사의 가장 최근 “한국기록종 버섯의 재정리를 위한 자료”에 보면 Lampteromyces속으로부터 변경하여 화경버섯속 Omphalotus로 개칭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따라서 종전에 화경버섯의 학명 Lampteromyces japonicus를 개칭하여 Omphalotus japonicus(Kawam.) Kirchm. & O.K. Mill.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 것이다. 최근 출판된 이태수 박사님의 "한국 기록종 버섯 재정리 목록"(2014)에 보면 새로운 속명 Omphalotus 를 따르고 있다. 또 박완희 외, 새로운 한국의 버섯(2011)에도 이 새로운 이름을 따르고 있다.

 

   
▲ 불을 켜 놓은 할로윈 호박등 Jack-O'-Lantern

 

하나 특기할 것은 이 독버섯은 먹으면 심한 위장 장애를 일으켜 병원에 입원해야할 정도이지만 이 버섯이 지닌 Illudin S 라는 독성분에서 항암제가 개발되어 현재 미국 식약청에서 승인을 받고 제 3단계 임상실험 가운데 있다고 한다. 곧 시판되면 특별히 고치기 어려운 췌장암에 효력이 있다하니 췌장암 환자들에게 커다란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 Jack-O'-Lantern 할로윈 호박등에 불을 켜면서 그 밝은 희망의 빛이 더욱 밝혀지기만을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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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남 (68.83.213.121)
2015-10-22 07:30:17
그냥 먹으면 독버섯이지만, 약으로 쓰면 불치의 췌장암에 좋다니 무슨 조화인지.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입니다. 늘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리플달기
17 28
겨울나무 (24.153.121.222)
2015-10-26 21:05:51
치명적 독버섯의 독성을 이용하여 부작용 없는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한창입니다. 알광대버섯이나 독우산광대버섯의 아마니틴이라는 독성분은 사람이 섭취하자마자 중독증상을 이르키지 않고 적어도 6시간이 경과한 뒤에야 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이 독성분이 흡수되어 인간의 모든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손상을 입지 않고 핏줄을 타고 간에 이르러서야 간 세포를 손상시킴으로써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마니틴 독성의 특징에 주목한 미시간주립대학에서는 간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까지중독증상을 지연시키는 효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효소 역시 단백질의 한 종류인데 이 단백질을 이용하여 이를테면 항암제를 암 목표지점에 이르도록 하는 약을 개발하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핵탄두를 목표지점까지 실어나르는 미사일의 역활과 같은 역활을 하는 약을 개발하려는 것이지요. 우리가 잘 모르는 조화가 이 세상안에는 너무 많이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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