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갱끼데스까?”

▲ 영화 <러브레터> 포스터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여자 주인공이 죽은 남자친구가 조난당한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며 외친 말이다. 그 여운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오래 멈추고픈 충동을 느끼게 만들어 그 영화의 여러 아름다운 장면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하고픈 광경으로 남아 있다.

그 뜻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이다. 기억의 저편에 남은 아련한 학창시절의 케케묵은 추억들을 어수룩하게 꺼내고 싶어지게 하는 감동을 품은 영화라서 참 감명 깊게 보았다. 남들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시작하라고 하지만 여자 주인공은 못내 내려놓을 수 없는 학창시절의 가방인양 죽은 남자친구를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다.

털어버리려고 친구가 조난당한 산을 찾아가지만, 하얗게 덮인 눈과 메아리만이 그를 반긴다. 그러나 거기에는 그의 남자친구가 있다. 아니 여인의 가슴에 아직도 펄펄 뛴다. 산을 향하여 손을 입에 모아 외친 그 외침은 “오갱끼데스까?”였다.

애절함에 가위눌려 한 동안 그 장면을 잊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가 차마 내려놓지 못하는 사랑의 아픔을 흰 눈 속에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일 터다.

진작 죽은 사람이 산을 보고 외친다고 대답할 리 없다. 이미 죽은 사람을 잘 지내냐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러나 이 애절한 외침이 내 가슴에 남는 것은 그의 외침을 통하여 신앙인을 부르시는 주님의 부드러운 음성을 들었기 때문이다. 주님은 지금 우리의 어깨를 툭 치며 말씀하신다.

“잘 지내고 있는가?”

별로 생각하지 않으면 잘 지낸다고 냉큼 대답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렇게 잘 지내고 있지 못하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다고 말하면서 성경을 쓸데없는 곳에 인용하며 잘도 버티고 있다. 이런 게 잘 지내고 있는 걸까?

‘말보다는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있다. 핑계하는 신앙인들에게 아주 좋은 표현이다. 영혼의 문제가 육신보다 먼저다. 세상사보다 하나님의 사역이 먼저다. 돈보다는 하나님의 의가 먼저다. 먹는 것보다 예배가 먼저다. 직장보다 교회가 먼저다.

그거 누가 모르나? 그런데 그렇게 살고 있느냐고 물으면 ‘누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못 사냐? 다 먹고살자니까 그렇지?’라고 대답한다. 이게 어디 잘 지내고 있는 것이냐?

죽었으나 산 사람이 있다. 살았으나 죽은 사람이 있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유형은 자신은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님은 죽었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가장 불쌍한 사람이다.

‘러브레터’의 주인공은 죽은 사람을 향하여 잘 지내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절대로 죽은 자를 향하여는 그렇게 말씀하실 분이 아니다. 이렇게 말씀하신다. “자다가 깰 때가 되었다”, “일어나라 함께 가자.”, “일어나 걸어가라”, “일어나 좇아라” 주님은 안부가 아니라 행동을 물으신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