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신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 추락하는 감신, 울부짖는 제자들을 생각하며 -

 올 추석 가장 큰 밝은 보름달을 보며 우리는 감신의 아픔을 주님께 고했다. 하나님께서 보름달의 밝은 빛을 우리들 가슴속에 비추어 저마다 자신의 허물을 옳게 직시할 수 있기를 기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감신 공동체의 무너지는 굉음이 이처럼 크게 들리는데 책임을 맡은 이들은 너무도 안일하다. 학생들의 울부짖음이 우리들 속을 후벼 파건만 정작 지도자들은 남 탓만 하고 있으니 우리들 미래가 존재할지 모를 일이다. 사태의 본질은 애써 눈감고 상대방 티끌을 침소봉대하여 자신들 허물만을 덮고자 하는 탓에 130년 학문과 신앙 공동체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오늘의 학생들이 절망하면 미래의 감리교, 아니 우리들 기독교의 앞날은 단연코 없다. 오늘 감신 공동체가 겪고 있는 내홍이 이렇듯 무섭고 엄청난 죄악을 잉태할 수 있음을 재차 명심할 일이다.

금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잃어버린 지난 10년의 공백이 너무도 컸음을 통렬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신앙과 학문의 공동체가 정치판으로 변질된 탓에 제대로 된 리더십이 세워지지 못한 탓이었다. 아무리 고언을 쏟아내도 무능한 행정력은 공적인 학술잡지하나 제대로 발간치 못할 정도로 더뎠고 무관심했으며 시대변화의 감각을 잃고 있었다. 이사회와의 갈등을 야기한 자신의 무능을 반성치 않고 재선에 관심하는 총장에게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것이 오늘 감신 공동체의 단면이고 실상인 탓에 우리들 책임 역시 통감한다. 단절된 구조 속에 갇혀 적극적 대안을 마련치 못한 책임이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평의회 교수들은 무너지는 공동체를 더 이상 방관치 않을 것이다. 제자들의 눈물을 거두기위해서라도 그동안 꿈꿨고 키워온 감신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이제는 말하고 싶다. 130년 감신 역사의 최대의 위기인 오늘의 상황이 정의롭게 해결될 수 있다면 이사회와 우리들 교수의 헌신을 통해 감신 공동체를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이다. 탄식하는 제자들, 무너지는 공동체를 위해 거칠게나마 우리 평의회 교수들의 생각과 바라는 바를 지면상 간략하게 표명한다.

하나, 현직 교수로서 우리는 대학 수업의 절반을 담당하는 강사 선생들과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상생의 길을 만들어 간다. (4대 보험, 방학 중 강사료 지급, 항차 기초생활비)

하나, 건실한 학술잡지를 만들어 현직 교수는 물론 강사들 그리고 타 대학 교수들의 글도 실릴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 (탈락률 상승, 타 대학 잡지 논문투고 장려)

하나, 다른 대학에 견줘 비교우위의 시각에서 연구실적을 위해 힘쓰며 창의적인 연구와 가르침 역시 적극 후원한다. (연구실적 포상, 학습활동지원, 강의실 확충)

하나, 주 4일을 학내에 머물며 연구하고 가르치되 그중 하루는 학생들과의 공동체(친밀)성을 키우는 시간으로 한다. (성서 읽기, 어학 및 독서 지도, 진학 상담, 동아리 활동 등)

하나, 교수들의 자발적인 헌신을 바탕으로 학내 안팎에서 기금을 마련하여 학부와 대학원 장학금을 확충하되 대학원생부터 전액을 지급해 나간다. (기금마련, 연봉조정)

하나, 대학의 구조조정과 교단과의 적극적 협의를 통해 다양한 목회, 상이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섬김의 공동체를 세운다. (구조조정, 교과과정 개편)

이상 여섯 가지 과제에 앞서 우선적으로 평의회 교수들은 ‘도시락 토크’와의 협조 하에 매끼 식사를 염려하는 재학생들에게 주 1회 점심을 제공하는 일을 시작할 것이다. 이를 위해 상당액의 기금을 만들어 본 과제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 할 계획이다. 일의 시작은 준비 작업을 거쳐 중간고사 이후가 될 것이다.

2015년 10월 5일

감리교 신학대학교 교수 평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