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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조성돈  |  huiosc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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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0월 01일 (목) 23:51:08 [조회수 :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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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ᄋᆞᆯ 함석헌 평전’을 읽었다.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만 듣고, 몇 가지 글의 제목만 알았는데 주어진 일이 있어서 읽게 되었다. 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부끄럽다는 것이다.

신학교수나 되었다는 사람이 읽기에도 그의 글들은 쉽지 않았다. 꽤나 묵직했고, 심연 깊이 자리하고 있는 그의 생각들은 시대와 장소를 뛰어놀고 있었다. 신학적 사색과 철학, 역사와 문학으로 이어지는 그의 글은 상징과 낭만적 표현으로 그 깊이를 잡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나야 모자른 신학교수이고, 나 보다 훌륭하신 분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이 시대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함석헌 선생의 이러한 글들이 당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깨달음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상아탑에 갇힌 서생도 아니었고, 산 속에서 명상에 잠겨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꾸준히 잡지를 내고, 강연을 했으며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이었다. 즉 그는 그의 표현에 따라 씨알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각을 나누었던 사람이었다. 그의 독자들은 바로 이런 씨알들이었다.

꽤 오래 전 한 출판사의 임원이 찾아왔다. 책을 내 보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면서 그의 이야기가 요즘 팔리는 책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이 2시간 동안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보다 어렵거나 두꺼우면 책이 안 팔리다는 것이다. 유명한 출판사였고 달콤한 제안이기도 했지만 그리 쓸 자신이 없어서 이야기만 하다 헤어졌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는 오랜 동안 뇌리에 남았다.

글을 쓸 때면 항상 고민이 있다.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을 담으며 읽힐 수 있는 글을 쓸 것인가이다. 신학교수이지만 대중적인 글쓰기가 많은 입장에서 항상 고민하는 대목이다. 내가 만족하는 글이 항상 좋은 글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개 그러한 글들은 잡지사나 신문사의 편집인들에게 걸러진다. 문장이 조각나고 평이체로 변한다. 그러다 뜻이 어그러지기도 하고 깊이 있는 상징이 사라지곤 한다. 내 잘난 글이 무너졌다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요구를 대변하는 이들의 수정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과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나도 그런 글쓰기에 익숙하여 별 수정 없이 실릴 정도가 되었다. 이제 잘 났다고 생각했는데 선생의 평전을 읽고 보니 내가 바보고, 독자들을 바보 만든 장본인이다.

함석헌 선생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했다. 요즘 우리는 아무 생각이 없이 사는 것 같다. 사는 것이 빡빡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선생이 사셨던 그 시대와 비교해 보면 우리가 훨씬 더 여유롭지 않을까?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제 생각하는 방법도, 그 필요마저도 잃어버린 것 같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사상계라는 잡지에 실린 글이다. 1958년 전쟁이 지나고 그 반성을 촉구하는 글이기도 하다. 무어라 덧붙이 필요 없이 그의 글 중 한 부분을 옮기며 마무리 한다.

‘모든 일에는 뜻이 있다. 모든 일은 뜻이다. 뜻에 나타난 것이 일이요 물건이다. 사람의 삶은 일을 치름(경험)이다. 치루고 나면 뜻을 안다. 뜻이 된다. 뜻에 참여한다. 뜻 있으면 있다(존재). 뜻 없으면 없다(무). 뜻이 있음이요. 있음은 뜻이다. 하나님은 뜻이다. 모든 것의 밑이 뜻이요 모든 것의 끝이 뜻이다. 뜻 품으면 사람, 뜻 없으면 사람 아니, 뜻 깨달으면 얼(영), 못 깨달으면 흙, 전쟁을 치루고도 뜻을 모르면 개요 돼지다. 영원히 멍에를 메고 멧돌질을 하는 당나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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