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책을 쓰기 위해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기독청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그들은 진보적이라기보다는 상당히 보수적인, 소위 복음주의권의 청년들이었다. 학생선교단체에서 소명을 갖게 되어서 그들이 찾은 곳이 바로 시민운동단체였다. 비록 봉급이 낮고 일하는 여건이 열악하지만 크리스천으로서 바르게 살 수 있고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서 이러한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들이 일하는 단체들은 비록 구호단체에서 시민운동연합기관, 또는 평화운동단체와 세계연대기관 등으로 다양했지만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자신들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들은 만나면서 이제 시민사회라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전에 시민사회는 반정부단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들은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를 했고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다. 몇몇 시민의 스타를 배출하기도 하고 정치적 영역으로의 이직을 자연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젊은이들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투사들의 집단으로서의 시민단체가 아니라 평범한 젊은이들이 그들의 소명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시민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얼마 전까지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서 민감한 토론을 벌여 왔다. 지금도 이러한 주제를 꺼내 놓으면 몇 십년동안 준비되어져 왔던 이야기들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토론을 벗어날 때가 되었다.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가 시민사회를 논해 보아야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사회를 학자들은 민주사회라고도 하고 시민사회라고도 한다. 역사는 진보하고 있다고 본다.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이 사회는 발전해 왔고 그것은 점점 하나님의 나라에 가까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두 사회발전에 참여할 수 있고 그러한 그들의 마음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 갈 수 있는 것은 분명 이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이 시민사회를 적극 지지한다. 그런 면에서 그럼 교회와 교인들은 어떻게 이 사회에 참여할 것인가.

 시민사회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 깨어있는 시민의식과 봉사를 포함하는 자발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 이 사회가 교회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교회만큼 이 사회에서 사람들의 의식을 깨워줄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현실이 아는 바이다. 수 만의 교회에서 800여만 명이 매 주일 설교를 듣고 교육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개신교는 적극적으로 이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다. 교인들의 신앙은 현실에서 꽃을 피고 있다. 이제 이것을 시민의식이라고 이야기해주고 그에 걸맞는 현장을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지금 한국교회는 여기서 한 발을 못 내딛고 있다. 이 말 한마디가 우리의 신앙을 세속화할까하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시민사회는 우리의 현장이고 한국교회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과감하게 우리의 헌신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사회에 전하는 우리의 복음이고 생명이다.

 지금도 여러 곳에서 교회들은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교회를 근본으로 하는 구호단체들과 사회사업기관, 그리고 복지관의 사역도 있다. 또 세계를 향하여 그 사역을 감당하며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기도 하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제 더 나아가서 우리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선한 크리스천, 바른 민주시민으로 살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