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보라는 별명이 그다지 기분 좋은 별명이 아님은 분명하다. 물론 귀엽게 무언가를 먹고 있는 아이나 애인의 모습을 보며 “이 먹보야.”라고 부른다면 사랑 가득한 애칭이 될 법도 하지만 보통 먹보가 어디 그런가. 먹보란 보통 탐욕스럽게 먹는 것에 욕심을 내며 게걸스럽게 엄청난 양을 먹어 젖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술꾼은 또 어떤가. 이건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좋게 봐줄 수 없는 별명이다. 소화를 돕고 식탁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때로는 바울이 권면한 것처럼 혈액순환을 돕기도 하는 간결한 음주와는 달리 술꾼은 결국 술로 끝장을 보고야 마는 사람이 아니던가. 만일 가까운 주위 사람 중 누군가 먹보와 술꾼이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성경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바로 이 먹보와 술꾼이었다고 말한다. 개신교가 주로 사용하는 개역개정이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순화시켜 번역 해놓은 말은 사실 헬라어 원문에서는 단순히 ‘먹보와 술꾼’이다. 그리고 이 먹보와 술꾼은 이렇게도 번역될 만한 말이었다. 식충과 술고래. 예수님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우리 주님의 행동을 보며 그를 식충과 술고래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주님의 별명이 먹보와 술고래였다니, 아무래도 이건 좀 당황스럽지 않나?

교회가 생겨난 이래로 교회는 세상의 더러움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려고 노력해왔다. 신앙의 태도에서 향락은 금지되고 금욕은 권장사항이 되었다. 예를 들어 먹보와 관련된 식탐은 중세의 교회가 7대 죄악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항목이었다. 그런데도 예수는 사람들의 비난을 몸소 받으며 먹보와 술꾼을 자처하셨다. 왜일까? 그 이유는 그의 두 번째 별명에 잘 나타나 있다. 그의 두 번째 별명은 바로 ‘세리와 죄인의 친구’였던 것이다. 현대의 제자들이 어떻게든 죄인들을 찾아내어 “너희는 죄인이야! 회개해!”라고 그들의 면전에 윽박지르고 있을 때, 과거의 주님은 묵묵히 그들과 먹고 그들과 마셨다. 아니, 묵묵히라기보다는 기분 좋게, 즐겁게 먹고 마셨다고 하는 게 더 옳을 것이다. 친구 사이라면 마땅히 그러했을 테니까.

어떻게든 더러움을 피하려 몸을 움츠리는 지금의 제자들과 달리 주님은 기꺼이 스스로를 더럽히셨다. 주님은 소위 더럽다는 취급을 받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시어 기꺼이 당신도 그런 취급을 받고자 하셨다. 마치 전염병에 걸린 환자에게 기꺼이 다가가는 의사처럼. 아마도 루터는 이런 주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죄인이 되라! 그리고 담대히 죄를 범하라!” 그리고 루터는 예수님의 두 번째 별명처럼 다음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보다 더 담대하게 그리스도 안에서 믿고 기뻐하라. 그분은 죄와 죽음과 세상을 이기신 분이시다.” 우리는 좀 더 더러워질 필요가 있다.

“사람의 아들은 와서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니 그들이 말하기를 ‘보아라, 저 사람은 먹보요 술꾼이다. 세리와 죄인의 친구다.’ 한다. 그러나 지혜는 그 한 일로 옳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마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