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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키 사람들3. 분류작업
이강무  |  lkmlh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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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9월 07일 (월) 06:40:44
최종편집 : 2015년 09월 07일 (월) 06:48:42 [조회수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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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류작업

(7월 25일 토요일)

 

이스라엘씨의 나팔소리가 고요한 섬의 아침을 깨웁니다.

아침의 전령(傳令) 투계(鬪鷄)들도 울음을 멈추고

이제 조금 후면 모두들 행복한 단꿈에서 깨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연기가 꾸보 지붕위로 피어오르고

어린 학생들이 보트타고 등교하느라 바쁠 시간입니다.

 

이스라엘씨는 자기 팔 길이보다 더 긴 물소 뿔로 나팔을 만들어

새벽마다 하늘을 향하여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부는데

그 소리가 매우 특이합니다.

은은하면서도 중량감 있는 카리스마적 음향은

마치 영적전장(戰場)에서

적들(악령)의 접근을 경계하고 호령하는 듯 하기도하고

애절한 마음으로 신을 부르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일반악기에서 들을 수 없는 특이한 뿔 나팔의 주악은

카니키 섬과 섬사람들을 정화시키는 듯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그는 그 나팔을 ‘여리고성의 나팔’에 비유하는군요.

이 세상의 사단마귀 권세를 모두 물리치고 하나님나라 건설을 위한

어떤 큰 정복과 승리와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는 나팔을 불고 난 후

매일 아침 프레어 워킹(prayer walking)을 합니다.

새벽기도회가 없는 이곳에서 유독 매일아침 길을 걸으며 기도하지요.

카니키 섬은 좁아서 걸을 때가 마땅치 않아

보트를 운전하고 북동 바랑가이로 가서 프레어 워킹을 하는데

오늘 아침은 나도 따라가 함께 걸으며 기도하고

정점에 도달해서는 한국 방향의 먼 바다 위 수평선을 바라보며

양 손을 높이 들고 둘이서 크게 통성기도를 드렸습니다.

요즈음 남북 간 대립으로 뒤숭숭한 조국의 자주평화통일을 위하여

생명 살리기 사역에 적극 협력하는 후원교회와 성도들

그리고 치료받게 될 환자들을 위하여

가족과 친척과 그리스도의 형제들을 위하여

우리는 각자의 방언으로 힘찬 기도를 드렸습니다.

 

여기 오기 전 신실한 믿음의 협력자를 붙여달라고 기도한대로

믿음 좋은 선교동역자를 만나 한 가족처럼 지내며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고

함께 기도도 하며 나의 사역을 협조하니

하나님의 은혜가 어찌 그리 놀랍고 감사한지요.

 

오늘 온 환자들 중 특별한 환자는

아기를 못 낳는다고 고민을 하며 온 젊은 여인으로

3년 전 결혼 했는데 아직 아기가 없어 큰 걱정이랍니다.

키가 작고 몸도 바짝 마르고 근심이 가득해 보이는 군요.

태를 여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니

먼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리고 치료를 시작 하였습니다.

 

남녀 모두 의학상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면

체질개선이나 체력보강을 통하여 수태가 가능할 수도 있지요.

침구의서에 보면 불임환자를 위한 혈자리가 있습니다.

자궁(子宮)의 발육부전(發育不全)과 냉(冷)에 의한 것,

난관(卵管)의 폐색(閉塞)에 의한 불임증이라면,

하초(下焦)를 따뜻하게 하고

기와 혈을 조절하는 배의 관원(關元)과 기해(氣海),

신경(腎經)과 생식기능을 주관하는 배의 기혈(氣穴),

생식기와 자율신경을 조정하는 허리의 신유(腎兪),

생식기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차료(次膫)에

뜸을 장기간 계속해주면 꽤 효과가 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날씨가 무덥고 습도가 많아

뜸을 뜨면 상처가 덧나기 쉬워 뜸은 삼가고

침만 놓아 주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귀한 생명을 선물 받겠지요.

그러나 혹시 임신이 안 되더라도 위와 같은 치료를 받으면

매우 쇠약해 보이는 불임환자의 건강을 위해 큰 도움이 됩니다.

 

신장결석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왔습니다.

몸속에 생긴 돌의 크기가 4cm나 되어 매일 심한고통을 격지만

수술비가 없어 그냥 지내고 있다는 군요.

얼마나 아픈지 얼굴이 다 찌그러지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바라보기 민망할 정도로 안타깝고 불쌍합니다.

이의 근본치료는 수술로 결석(結石)을 제거해야 되지요.

임시로나마 통증완화를 위해

담석산통(膽石疝痛)에 좋은 혈자리가 있습니다.

중완(中脘), 우 양문(梁門), 우 기문(期門), 우 불용(不容),

우 담유(膽兪), 위창(胃倉), 외구(外丘), 구허(丘墟)에 유침 하면

임시조치로 두통이나 기타 통증을 많이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필리핀에는 신장환자들이 많습니다.

음식을 짜게 먹고 석회성분이 많은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먼저 번 세르반테스에서도 한 젊은 여인이

신부전증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오늘 온 환자도 신부전증 환자처럼 골이 몹시 아프다며

자주 토하는 증세가 있어 괴로워하는군요.

환자의 남편은 바로 어제 스트록 치료를 받은 다이버로

치료받은 후 몸의 상태가 상당히 좋아졌다며

오늘은 부인을 데리고 온 것이었습니다.

아마 부인이 침 맞는 것을 두려워하여

어제 자기가 먼저 와서 체험 한 모양입니다.

 

자기도 환자이면서 부인이 치료받는 동안

불편한 다리로 꾸부정하게 부인의 침대 옆에 기대어 버티고 서서

비닐 봉투를 들고 부인이 가래를 토할 때 마다 받아 내는군요.

남편은 초기 뇌졸중환자이고 부인은 신장결석으로 고통 중에 있으니

이들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프고 괴로울까요.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고통을 알 수 있지요.

아프더라도 부자라면 많은 위로자가 모여 들지만

아프고 가난하기까지 하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친구도 친척도 심지어는 가족들도 떠나고

혼자 아파하고 괴로워하며 고통 중에 절대적인 외로움과 싸워야합니다.

가난하더라도 몸이 성하면, 거지라도 되어 얻어먹을 수 있지만.

아프고 가난하기 까지 하면 완전히 절망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아픈 사람이 가장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면 다행이지요.

거센 바람 앞에 매달린 마지막 한 닢의 잎사귀처럼

인생에서 애처로운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오직 유일한 희망은 하나님이지요.

하나님은 인간의 생명과 안식을 위한 마지막 보루입니다.

 

고통을 바라 볼 때에만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고

존재의 너머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상처가

하나님께서 새로운 창조를 시작하는 장소입니다(헨리 나우엔).

 

젊은 환자부부가 서로 위로하며 살아보려는 모습이 참으로 애절합니다.

심한 노동으로 남은 건 결국 병뿐인 이들이

무슨 기운으로 인생의 험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갈 수 있을까요.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이곳에서 지내다보니 이 가정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가정의 부부가 몸이 성하질 않습니다.

불과 130여명 되는 마을 주민들이

거의 모두 심각한 증세들이 있습니다.

너무 일이 고된 것에 비해 먹거리가 별로 없어

매일 끼마다 생선 일색으로 편식을 하는 것도

질병을 갖게 되는 원인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심한 감기 몸살과 고열로 고생하던 고등학교 다니는

이스라엘씨 아들이 오전에 제일 먼저 치료받고 가더니

불과 2시간 만에 열이 떨어졌다고 좋아하며

밝은 안색으로 점심시간에 만났습니다.

갑자기 고열이 발생한 어린아이나 어른들에게

삼릉침(三稜鍼)으로 사혈(瀉血)하면 아주 즉효입니다.

약도 살 수 없는 곳에서 갑자기 아기의 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면 큰일이지요.

열을 바로 내려주지 않으면 경기(驚氣)를 일으킬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눈이 돌아가는 등 비정상적인 아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여 이스라엘씨에게 삼릉침을 하나 주며

간단히 사혈하여 열 내리는 방법을 알려 주고

혹시 아이들이 열이 나면 처치(處置)해 주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이스라엘씨의 부친은 78세 이신데도 매우 건강하십니다.

아들에게 카니키 섬의 모든 어업권을 물려주고

그 옆에서 아이스 플랜트 사업을 하시며

이 지역에서 고기 잡는 많은 어선에 어름을 대 주십니다.

비록 노인이지만 세르반테스 의사 못지않은 수입을 올리지요.

이분이 어제 치료 받으시고 몸이 좋아져

특별히 나의 사역에 큰 관심을 가지며

오늘은 큰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이스라엘씨 온 가족이 모두 치료를 받으며

나의 사역에 매우 긍정적으로 협력하네요.

처음 온 곳에서 이렇게 신실하고 넉넉한 동역자 들을 만나니

이 모든 일은 불쌍한 이들을 위하여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이루시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지난 밤 고깃배가 들어와 오후에는 분류작업을 하느라 바쁘군요.

어부와 가족들 약 30여 명이 대들어

4시간 정도 걸려 생선을 종류별로 분류합니다.

어부들 일부는 약 5톤이나 잡아 온 생선을 배에서 내리고

부인들은 어부들이 메고 온 물고기를 쏟아 놓으면

그것들을 종류별로 분류하여 각각 다른 상자에 담습니다.

수십 종의 물고기가 섞여 잡혀왔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일부는 분류된 물고기를 아이스박스 포장작업을 하고

일부는 포장된 박스를 다시 배에 실어 마닐라로 보낼 준비를 합니다.

아주 복잡한 작업을 일사분란하게 잘도 하는군요.

 

아무리 고기를 많이 잡아와도 종류별로 분류하지 않으면

팔수도 없고 쓸모가 없습니다.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분류작업이 필요합니다.

분류하다 시원찮은 고기들은 땅바닥에 버려져 쓰레기 통으로 가는군요.

 

영화에 보니, 감옥에서도 분류작업을 하더군요.

죄질이 매우 악한 사람은 독방으로 분류하여

한 평도 안 되는 방에서 먹고 자고 배설하느라 심한 고생을 하지요.

그래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악한 죄인은 사형대로 끌려가고요.

육의 생을 마치고 영원의 세계에 가면

혹시 천사들이 모여 우리를 분류작업 하진 않을까요?

거지와 부자 나사로의 이야기에서 나사로처럼

세상에서는 호강하며 잘 살았지만

영원의 세계에서는 심한 고통과 궁핍과 갈증으로

물 한 모금을 애처롭게 구걸하는 불쌍한 신세가 된다면

얼마나 부끄럽고 고통스러울까요.

 

타인을 사랑하는 자만이 주를 볼 수 있습니다(데미안).

 

하늘나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있지만 쉽게 볼 수는 없지요.

그러나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불우한 이웃과 함께 하다 보면

볼 수 없었던 하늘나라와 주님이 어느 덧 나와 함께 함을 보게 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이 내 안에,

내가 하나님 안에 거하는 성령의 역사가 이루어져

성령의 간섭으로 모든 사역이 잘 이루어집니다.

 

분주히 일하는 옆에서 아기 엄마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아기를 가슴에 품고 젖을 먹이고

어린아이들은 옆에서 놀다가 싸움하며 울기도 하니

이 모두가 살아 있다는 모습이며, 존재의 뜨거움이지요.

조그만 섬이지만 오전에 환자들 모습과는 달리 매우 활기가 넘칩니다.

모두들 일에 열중한 모습을 보면 전혀 아픈 사람들 같질 않습니다.

아프다고 누워있을 수도 없는 고단한 이들에게

장차 다가 올 새 하늘과 새 땅(요,21장)은

실존의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입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꿔라!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Dream as if you’ll live forever, Live as if you’ll die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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