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며 몸은 젊을 때보다 약해지지만

영은 더 맑아지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영의 세계에 더 깊은 묵상을 하게 되고

성령께서 나의 삶에 개입하시는 것들을 감지하게 됩니다.

운명은 우연이 아니고, 내가 꿈꾸고 생각한 길을 향하여 가는 것이며

그럴 때 성령께서 나와 함께 동행 하십니다.

하나님은 생각만하고 앉아 있는 자와 일하지 않으시고

의를 위하여 행동으로 실천하는 자와 함께 하시는 것도

선교현장에서 종종 체험합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많은 책들 모두 폐기처분하라 하였습니다.

잡다한 지식은 오히려 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집중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젠 성경으로 모든 세상 역사를 읽어내야 하겠습니다.

남의 말을 인용하는 것도 그만하고

나의 말(제 소리)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남의 인생을 그만 답습하고

내 인생길을 수놓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제사장과 율법학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히 당신의 길을 떠나셨던 주님의 용기와 결단을

나의 길에서 실행할 때가 되었습니다.

나는 누구의 지령(명)을 받고

이른 아침부터 트라이시클로 빗속을 헤치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이어 중간에서 택시로 갈아타고 국내선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를 타고 시간에 맞추어

장장 열 시간이나 걸려 초행의 접속장소로 향하는 걸까요?

마치 첩보영화의 한 주인공처럼 알지도 못하고 면식도 없는 사람을

단지 핸드폰 문자로만 약속을 하고 서둘러 만날 장소로 갑니다.

선교현장에서 이런 상황을 빈번히 행하면서

내가 영화 속의 한 인물이 아닌가 하고 착각 할 때도 있고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내게 주어진 짧은 인생의 드라마를

장차 우리가 가게 될 영원한 하늘나라와 연관 지어

예수님처럼 의미 있고 보람되게 살 수 있을까요?

부수앙가 공항에서 밴 기사가 나를 픽업하여 떨구어 놓고 간

드라마의 배경은 매우 황량한 벌판 한 가운데입니다.

이곳이 바로 약속장소인 코론 버스터미널이라는 군요.

이스라엘 산체스 씨는 보이지 않고,

잠시 아프리카 사막의 어느 오지마을에 들린 기분입니다.

햇볕이 쨍쨍 내려 쬐는 황토 빛 벌판에

어디선가 황야의 건달이 말을 타고 먼지를 피우며 추격해와

권총을 빼들고 나에게 달려들 것 같군요.

태양이 이글거리는 붉은 대지위에 트렁크를 세워두고

핸드폰으로 바쁘게 문자를 보냅니다.

다행히 이스라엘 씨로부터 곧 가겠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답신이 오는군요.

신호가 잘 터지지 않는 지역에서 금방 답장을 받는 것도 기적이지요.

지프니 몇 대가 여기저기 질서 없이 서 있는 허허벌판 땡볕

바퀴 빠진 트럭을 수리하는 차 뒤쪽에서

작열하는 태양열을 피하여 서 있다가 이스라엘씨를 만납니다.

신실하고 착하고 좋은 사람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한 대로

성품이 좋아 보이고 친절해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만나자마자 식사하러 가자며 터미널 간이음식점으로 데리고 갑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매번 대접만 하다가

대접하겠다는 식의 말을 들으니 매우 기쁘고 고맙네요.

이스라엘씨는 좀 사는 가 봅니다.

이곳으로 치면 간이음식점이 아니고 큰 레스토랑이라 말해야 옳겠네요.

일식일찬 이지만 시장할 때 먹는 밥은 언제나 꿀맛입니다.

식사하며 바라보니 내가 서 있던 뜨거운 벌판에서

차를 수리하던 사람이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합니다.

그 차가 바로 우리를 태우고 갈 행운의 버스라는 군요.

수십 년 끌다 버린 고물트럭을 버스로 개조해서

지붕에는 큰 짐을 싣고 뒤 칸에는 작은 짐을 싣고

앞에는 사람들이 타도록 개조하였는데

고장이 수시로 나는 모양입니다.

1시에 떠날 버스가 3시가 넘도록 수리를 하는 바람에

우리를 태우고 가게 되었지 그렇지 않으면 갈 길이 막막 하다네요.

그래서 이스라엘씨가 나를 만나자마자 행운아라고 말하였나 봅니다.

행운아가 시골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수리중인 버스에 올라탑니다.

쌀가마니, 마늘부대 등을 밟고 지나 뒤의 빈자리로 가 앉습니다.

두 시간이나 뜨거운 차에서 기다린 승객들이 짜증도 안내고

나를 보자 모두들 해맑게 수줍어하는 눈빛으로 웃어 줍니다.

시간 가면 가는대로, 세월 가면 가는 데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느긋하게 사는 이들의 여유로운 마음은

아마 뜨거운 기후와 열악한 교통 환경에서 비롯된 모양입니다.

버스가 가다서고 서다가고 하는 군요.

장보러 나오지 못하는 시골 사람들이

마음 좋은 운전수 아저씨 편에 부탁한 짐들을

집집마다 배달 해 주면서 가니

40킬로미터 되는 가까운 거리를 세 시간을 걸려 왔습니다.

도중에 시멘트도 내려주고,

한 참 가다가 지붕에서 큰 베니어판도 내려 주고

또 한 참 가다가 사이다 박스도 내려 주고 ---

시간이 지연 돼도 착하고 순한 승객들은 그러려니 하고 아무 말도 안합니다.

참으로 푸근하고 양순한 시골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내가 평소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성품이지요.

문명의 세파에 때 묻지 않은 이런 순수한 영혼들을 만나려고

새벽부터 서둘러 예까지 온 모양입니다.

나에게 출동 명령을 내린 분은 바로 성령님이셨군요.

코론-부수앙가 지방도를 세 시간이나 걸려

북동 바랑가이 뿌록 시초우에 내려 또 다시 조그만 보트로 갈아탑니다.

구글 지도에서 부수앙가 섬으로 들어가 한 참 확대하고 자세히 살피면

서쪽 중간 해안 쪽에 간신히 보이는 매우 작은 카니키 섬이

바로 내 눈앞 별로 멀지 않은 거리에 바라다 보이네요.

선교관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12시간 만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Destiny is not a matter of chance,

it is a matter of choice,

it is not a thing to be waited for,

it is a thing to be achieved.

Not failure, but low aim, is crime.

7월 23일 목요일

카니키 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