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론의 다섯 소주제 중의 네 번째가 하나님의 효력 있는 부르심에 관한 것입니다. 이를 은혜라는 제목을 붙이고 칼빈주의에서는 불가항력적이라고 하고 알미니안주의에서는 가항력적 은혜라고 합니다. 성경의 가르침은 무엇일까요?

두 의미의 단어들

마 8:22 “예수께서 이르시되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이 말씀에 의하면 죽음은 두 가지 의미로 구분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인 죽음과 이 땅에서의 생명이 끝나는 죽음입니다. 후자의 죽음은 영원한 멸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용법은 성경에 쓰인 다른 단어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에 정리를 해두면 유익합니다. 아래에서 A는 효력 있는 부르심에 관한 것이고 B는 견인에 관한 것입니다.

효력있는 부르심

효력 있는 부르심은 부르심을 받기 이전의 인간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바울 사도는 그 상태에 대해 허물과 죄로 죽었다(엡 2:1)고 진술하였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 세상 풍속을 따랐습니다. 공중의 권세 잡은 자 곧 마귀를 따랐습니다. 육체와 마음의 원하는 것을 하였습니다.

그 상태의 인간이지만 오늘날과 같은 고도로 발달된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이성이 있습니다. 집단 지성의 한 형태로서 공감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합니다. 인간 이성이나 양심에 입각하여 악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잘못되었다는 판단도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허물과 죄로 죽은 상태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알지 못합니다. 인정하지 않습니다. 찾지 않습니다. 찾을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단절되었고 스스로 그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바울 사도가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여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 것과 같습니다(롬 3:23).

이 상태에서 복음이 전해지고 복음을 듣습니다. 스스로 복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닙니다. 전혀 아닙니다. 죽은 상태이기에 반응하지 않으며 반응할 수도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열어 귀에 들린 복음을 따르게 하심으로 긍정적으로 반응합니다(행 16:14). 하나님 편에서 먼저 찾아오시고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하심으로만 반응을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마음을 열지 않으시면 그 누구도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죽은 상태이기에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입니다.

비신자의 상태에서 복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복음에서 이야기되는 예수님의 이름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곧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한다는 것입니다(요 1:12). 그것은 하나님의 실존, 그분 앞에서 죄인인 자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죄 값을 대신 지불하신 대속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은 죄가 용서받습니다. 하나님께 의롭다하심을 얻는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며 그분의 자녀가 됩니다.

여기에서는 사람 편에서의 행위란 없습니다. 허물과 죄로 죽은 상태에서 하나님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하셨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 불신 상태에서의 복음 수용을 행위로 보진 않습니다. 행위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거나 따르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기 의, 자기 자랑이 가능하지만 전혀 없습니다. 자랑하지 못합니다. 대표적인 구절이 엡 2:8~9, 딛 3:5입니다.

하나님께서 애굽에 있는 이스라엘을 불러내시기 위하여 바로 왕의 마음을 강팍하게 했습니다. 바로 왕의 입장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일입니다. 택한 백성을 부르시기 위하여 행하신 하나님의 특별한 역사입니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애굽에서 벗어나는 구원에 있어서 자기 자랑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요 3:16도 넓게는 여기에 해당됩니다. 영생이 회복된 관계에서의 교제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사랑하셔서 세상에 주신 독생자를 믿는다는 것은 세상에 속해 있던 어떤 사람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 구원은 단절된 관계가 회복되는 것입니다. 신자를 염두에 둔 경우에는 언제나 과거형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신자에게는 과거에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자가 아닌 상태를 전제하고 있는 경우에는 미래형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비신자의 상태를 전제로 한 문맥에서 이야기되는 구원은 관계 회복의 구원입니다. 하나님과의 교제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선택과 예정

어떤 사람에게 이러한 일이 이루어질까요? 다르게 말하자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에게서 그것이 가능하게 한 요인이 있었을까요? 사람 편에서 부르심을 받을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에 그러한 부르심을 받았을까요? 결코 아닙니다.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그 누구도 그러한 조건을 갖춘 이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하였을까요? 하나님의 선택과 예정입니다. 창세 전에 하나님께서 선택하시고 예정하셨고(엡 1:4~5) 그 사람의 일생에서 어느 때에 부르심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조건 없이 그를 사랑하셨기에 선택하셨습니다. 이는 과거에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였습니다(신 7:7~8).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에 토대를 둔 선택과 예정이 어떤 사람에게 하나님의 부르심이 적용되었던 것입니다.

그 마음을 열어 복음을 따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 안에서 당사자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였습니다. 그 마음을 열어 복음을 따르게 하시는 역사이기에 불가항력적입니다. 택함을 받은 당사자가 이 땅에서의 생명이 끝나기 전 어느 시점에서든지 반드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방인들이 듣고 기뻐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하며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더라”(행 13:48)는 말씀과 같습니다. 여기에서 영생은 회복된 관계 안에서 교제를 뜻합니다.

불공평의 문제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깁니다. 누구는 선택을 받고 누구는 선택을 받지 못하고 불공평하지 않느냐는 질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선택을 받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믿고 어떤 사람들은 선택을 받지 못했고 부르심도 없었으며 믿지 않는다면 불공평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알미니안주의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하나님께서 믿을 사람을 미리 아셔서 그 사람을 선택하셨다고 합니다. 똑같은 조건인데 누구라도 믿을 것을 전제로 하고서 하나님께서 그 사람을 선택하셨다는 것입니다. 불공평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공평하신 분으로 제시할 수 있고 사람들의 책임도 동등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렇지만 성경적이진 않습니다.

홍수가 나서 사람들이 물에 힙쓸려 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대로 두면 곧 죽습니다. 그들은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을 거슬러 육지로 올 수 있는 능력보다 물살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육지 쪽에서 밧줄이 날아오고 그 밧줄을 붙잡은 이들이 살아납니다. 물에 힙쓸린 모든 사람에게 밧줄이 똑같이 날아오지 않고 선별적으로 날아왔습니다. 그 경우에 밧줄을 던진 사람을 불공평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홍수가 나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밧줄을 던져 몇 사람들을 구한 이에게 불공평하다고 비난하면 정당한가요? 정당하지 않습니다. 그의 행동을 칭찬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가 던진 밧줄을 잡고 살아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선택이 이와 같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어 모두 죽었던 상태에서 주권적인 선택으로 인해 어떤 사람들이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불공평이 아니라 은혜입니다. 그것을 불공평하다고 말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죽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스스로 살 수 없는 상태에서 밧줄이 던져지지 않았다면 죽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선택이 없었다면 죽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등한 조건이라는 것도 사실은 맞지 않습니다. 복음이 들려질 때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그 마음을 여는 하나님의 역사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복음이 들려질 때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마음을 여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있었고 그 가운데서 어떤 이들이 믿은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만 마음을 열어 복음을 따르게 하시는 역사가 있었습니다. 특정한 이들에게 한정된 것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똑같이 복음이 들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선택과 예정 그리고 효력 있는 부르심은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공평의 사안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주권에 관한 사안입니다. 그냥 두면 허물과 죄로 죽은 상태에서 있다가 영원한 멸망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들 가운데서 그분이 주권적으로 사랑하셔서 살리신 일입니다. 선택 밖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공평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불공평이 아닙니다. 허물과 죄로 죽은 자로서 그냥 자기가 좋다고 생각한 길을 간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선택과 하나님의 효력 있는 부르심을 입은 신자라면 불공평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지이거나 아니면 불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칼빈주의자나 알미니안주의자나 똑같은 성경(서)을 읽습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의 효력 있는 부르심에 대하여 알미니안주의에서는 가항력적인 은혜라고 말할까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성경을 잘못 읽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요? 효력 있는 부르심을 받은 이후의 상태에 관한 말씀을 효력 있는 부르심에 적용시킨 것입니다.

효력 있는 부르심으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면 양심이 아니라 선한 양심이 주어집니다. 성령을 선물로 받습니다. 내주하심입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됩니다. 허물과 죄로 죽은 상태에서 완전한 변화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로 인해 선택의 권리가 주어집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해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의 선택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성령을 좇느냐 아니면 육체의 욕심을 추구하느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은혜를 바르게 받느냐 아니면 헛되이 받느냐의 선택입니다. 이 선택권은 효력 있는 부르심으로 인해 거듭났기에 주어진 것입니다. 성경(서)의 진술입니다.

그런데 성경(서)에 진술된 그 선택권을 효력 있는 부르심 이전의 사람에게 적용시키면 가항력적인 은혜를 말하게 됩니다. 필연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경(서)에 너무나도 많은 부분에서 인도하심의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저항하는 신자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잘못 읽은 결과입니다.

나가면서

가항력인 은혜인가요? 아니면 불가항력적인 은혜인가요? 그 마음을 열어 들려진 복음을 따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전제하고 있기에 불가항력적입니다. 부르심을 받은 이후에 스스로를 돌아보면 조건 없이 하나님께서 사랑하셔서 선택하시고 예정하셔서 그 생애 가운데 어떤 때에 이루어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효력 있는 부르심은 불가항력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