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딴지일보에 살아온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딴지일보 역사상 목사의 일대기를 연재한 일도 없었고 아마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패러디 신문인 딴지일보의 성격으로 보아도 목사의 일대기를 연재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않는 대단히 의외적 사건일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일대기를 연재에 이르기까지에는 지난 1년간 딴지에 여러 가지 글을 연재하면서 편집진으로부터 검증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어준이란 인물이 단순한 대안언론일 뿐만 아니라 독특한 ‘딴지문화’를 만들어냈는데 이런 유의 언론이 나타난 것은 한 마디로 전형적인 포스트모던 현상이다. 나는 기독교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목사는 어떻게 생각 하느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다행이도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내가 기독교에 대하여 거부 반응을 보이거나 도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로 말과 글로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하루 이틀에 된 것이 아니다.

처음 시작은 30 여 년 전 교목 생활에서 부터이다. 그 학교는 미션스쿨도 아닌데 교목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 이유는 당시의 교장이 기독교인이었던 설립자에게서 학교를 인수 받을 때 교목 제도를 실시하기로 조건이 붙어있었고 학교에 교목이 있다는 것이 무늬도 괜찮고 해서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마치 그 학교의 교목의 위치는 군대에 군목, 병원에 원목 같은 위치였다. 그래서 대다수 교사들이 기독교인 아닌 상태에서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세속성이다. 교회 밖의 세상을 모르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일반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교회 안에서 쓰이는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예수와 복음을 기독교 용어로 밖에는 전달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지난 해 한국에 가서 새벽에 잠이 안와서 아들 집 부근의 큰 교회에 새벽기도에 갔다. 대교회답게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신자들이 나와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목사는 은혜롭게 귀한 말씀을 세련되게 전했지만 만약에 누가 지나가다 들려서 그 설교를 듣는다면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를 소리를 하고 있었다.

연식이 연식인지라 목사 끝물이라서 가까운 친구 목사들 가운데 교인이 수천 명이 되는 대교회 목회를 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그들과 대화를 해보면 전혀 딴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물론 교회 주변 환경에 둘러싸여 있어서 자기 교회 외에는 다른 일에 신경을 전혀 쓸 수가 없을 조건이기는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른다. 그것은 대부분의 이민 교회 목회자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목회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하여 허상, 환상, 혹은 피상적인 지식만 가지고 어떻게 양들을 돌볼 수 있을까?

지난 해 김삼환 목사가 설교에서 세월호에 관해서 언급한 것이 여론의 비판을 받은 일이 있었다. 김 목사의 설교는 한국적 기독교인의 문법에서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세상의 문법으로 보면 당연히 문제가 될 발언이었다. 목사의 설교에 자기 교회에 몇 만 명 신자들은 은혜를 받을지라도 바깥사람들이 오해를 할 수 있다면 문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오래 전에 신학대학에 특강을 하러 갔다가 친구 교수의 연구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노크 소리가 나더니 학생 한 명이 진지한 얼굴로

“교수님! 질문이 있어서 왔는데요?”했다.

나와 대화를 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친구는

“뭔데? 급한 건가? 나중에 하면 안 될까? 아니면 간단하게 하던가?”라고 했다.

그 학생은 심각한 표정으로

“게헨나와 음부는 어떻게 다른가요?”하고 물었다.

친구의 대충 간단한 설명을 듣고 “예, 알았습니다.”하고 돌아서는 학생을

내가 “학생!”하고 불러 세웠다.

“네?”하고 내 얼굴을 쳐다보는 학생에게

“혹시 오늘 아침 신문을 보았나?”하고 물었다.

그 학생은 느닷없는 나의 질문에 의아스런 표정으로 “아니요”라고 했다.

“게헨나에 대해서는 차차 알아도 될 터이니 도서관에 가서 오늘 신문 좀 보게.”

그 학생은 어리벙벙한 얼굴로 돌아갔다.

이 학생은 지금쯤 어떤 목사가 되었을까?

▲ H 상고 교목시절의 지성수 목사(좌측) ⓒ딴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