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 목사의 십자가 사랑

인천의 작전동교회(김의중 목사. 68)가 창립 38주년을 맞아 교회 로비에서 십자가전시회를 열고 십자가 사랑을 되새겼다.

이번에 전시되는 십자가는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작전동교회 교우들이 직접 제작했거나 소장하고 있는 십자가들이고 둘째는 작가가 만든 십자가이며 셋째는 교회내 곳곳에 숨겨진 십자가를 찾아내어 한 곳에 모은 것이다.

교우들은 이 번 전시회를 위해 나무를 깎고 철제를 용접해서 작품을 만들어 냈다. 교회가 공단지역에 위치해 있다 보니 소재가 풍부하고 솜씨가 좋다. 그 외에도 수를 놓기도 하고 꽃으로 형상화 해내는가 하면 그림으로 표현해 내며 십자가의 의미와 삶을 되돌아 봤다.

교회내 곳곳에 숨겨진 십자가를 찾아내어 전시한 것이 독특했다. 어느 교회에나 십자가가 있겠지만 작전동교회의 십자가 사랑은 여늬 교회보다 각별한 듯 하다.

▲ 가운데가 물과피 십자가로도 불리는 섬김십자가. 좌측엔 종탑 사진이 있고 우측은 3층벽면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의 실물모형.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물과 피 십자가’다. 붉고 푸른 두 개의 십자가가 겹쳐진 형상으로써 안쪽의 붉은색 십자가는 예수님의 피를, 바깥쪽의 파란 십자가는 물을 상징한다. 이 십자가는 피와 물을 흘리시고 돌아가신 원초적인 예수님의 모습을 나타낸다. 두 개의 십자가가 겹쳐진 것은 예수님과 내가 하나됨을 뜻한다.

이 십자가는 작전동교회를 개척한 김의중 목사가 직접 도안하고 제작한 것이다. 1977년 인천 공단지역의 근로자와 소외된 이웃을 위해 현재의 자리에 교회를 개척한 김의중 목사는 교회가 부흥되어 1979년에 창고교회를 증축하면서 이 십자가를 제작해서 걸었다고 한다.

1986년에 새 예배당이 건축되었을 때도 같은 모양의 조금 더 큰 십자가를 만들어 걸었는데  그 십자가가 현재까지도 본당에 걸려있다. 김의중 목사는 이 ‘물과 피 십자가’를 ‘섬김 십자가’라고 이름지었다. 십자가의 대속의 은혜를 고백하는 작전동교회 성도들은 이 십자가를 바라볼 때 마다 섬김의 본을 보이신 그리스도를 본 받아 하나님을 섬기고, 교회를 섬기며, 인류를 섬겨야 할 것을 다짐한다는 것이다.

작전동교회 자체가 십자가 형태로 건축됐다. 내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하늘에서 보면 성가대석 쯤이 본체에서 양쪽 외부로 삐져나와 완전한 십자가 형상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에 가서 일하던 권사님이 교회가 그리워서 교회를 구글 위성사진으로 찾았더니 십자가 모양이었다며 위성사진과 함께 교회모형을 만들어 전시회에 내 놓았다.

작전동교회의 종탑은 십자가형의 기초위에 세워졌으며 바닥이나 벽, 심지어 천정이나 모든 출입문에 십자가 문양을 새겨 놓아 교회 어느곳에서나 십자가를 마주치게 하고 있다. 전시회의 한 켠은 이들의 실물이나 모형들로 채워져 있다.

▲ 작전동교회 강단에 걸린 십자가는 김의중 목사가 직접 도안하고 제작한 십자가다.

김의중 목사는 이번 십자가전시회를 열게 된 배경에 대해 “작전동 교회는 시작의 날부터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만 믿었고, 그 십자가를 남달리 사랑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38년만에 곳곳에 숨겨진 십자가를 재현해 내면서 우리가 같이 예수사랑 십자가 사랑을 공유하고 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전동 교회는 24일 오전에 감리사를 비롯해 지방(인천북)내 목회자들과 함께 십자가전시회 개막예배를 드렸다. 이 자리에는 십자가연구와 수집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송병구 목사(색동교회)가 참석해 “38년 전 근로자를 위해 복음을 전하려고 세운 교회가 여전히 십자가의 마음을 간직한 것이 놀랍고 귀하다. 무엇보다 김의중 목사의 삶에 새겨진 십자가가 얼마나 진실하고 아름다운지 알수 없다”고 격려했다.

송병구 목사는 “교회가 교회 안팎에 존재하는 십자가와 십자가 이미지들을 축소제작해 한자리에 모아 둔 것은 아마 십자가 전시회에서 처음 시도라 생각한다”며 “강단 십자가는 물론 문, 천정, 바닥, 벽돌 장식, 창틀, 예배용 의자, 심지어 위성에서 찍은 십자가 모양의 교회사진까지 작전동교회의 십자가 사랑이 참 대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전시회는 7월 31일까지 계속된다.

▲ 팔뚝 가운데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남아있는 십자가 흉터.

내 몸에 새긴 십자가

전시회에서 가장 감동적이랄까 엽기적이랄까, 아니 절절하다고 해야할 것 같은, 십자가 형태이긴 한데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작품이 한 점 전시되어 있다. 흐릿하지만 불그스레한 형태의 십자가가 보이는 사진 한 점으로써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살갗에 새겨진 십자가임을 알 수 있다. 바로 김의중 목사의 팔뚝에 새겨진 십자가 사진이다.

김의중 목사가 청년이던 때 어머니 몰래 연탄집게를 불에 달궈 자신의 팔뚝에 십자가를 새겼다고 한다. 문신 등의 더 깔끔하고 덜 고통스런 방법으로 새길수도 있었을 텐데 십자가 사랑이 아무리 절절해도 달궈진 연탄집게라니... 그것도 십자가를 한 번에 긋지 못하고 수차례 시도했고 새기기를 마쳤을 때 팔뚝이 허벅지처럼 부어 올랐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 40년이 넘게 팔뚝에 새겨진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는 김의중 목사.

“아버지가 공산주의자여서 연좌제에 걸려 군대도 못갔고 취직도 안됐으며 외국을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형사는 나에게 배울수록 괴로울 것이니 농사나 지으라고 했지요. 나에겐 아무런 희망이 없었습니다. 오직 십자가만이 내가 붙들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김의중 목사의 아버지 김용백씨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공산주의 사상을 가지게 되면서 김의중 목사가 태어나기 이전(1947생)에 고향인 강화를 떠났다. 김의중 목사는 이 후 단 한 번도 아버지 얼굴을 본 적이 없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연합군이 인천에 상륙했을 때 공산주의자 가족이 모두 몰살된다는 소문이 돌자 김의중 목사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향을 떠나 무작정 북으로 넘어갔다.

“국제시장인가 하는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이랑 똑 같았을 겁니다. 머리위로 총알이 날라 다니고 옆으로 포탄이 떨어지는 난리통에 큰 아들(당시 17살)을 잃어 버렸습니다. 어머니는 큰 아들이 고향으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평양을 지나갔던 우리는 북진하는 연합군 사이를 뚫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어머니는 당시 어떻게 임진강을 넘어왔는지, 누가 건너게 해 주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실 정도로 경황이 없으셨다더군요”

어머니 한삼임 권사는 공산주의자의 아내라는 죄목으로 그 밤에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고 숱한 처형의 위기를 넘겼다. 4 살배기 김의중 목사는 동네에서 키워지다 3년후에야 출소한 어머니랑 재회하게 된다. 큰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영영 만날 수 없었다. 인민군 장군이었다는 아버지는 전투중 전사했으며 형님인 김창중씨는 어머니에게서 떨어진 이후 인민군으로 복무했고 당비서직까지 역임하다가 1996년에 66세로 사망했다.

이 기구하고도 비극적인 이산가족의 만남은 2005년 금강산에서 열린 12차 이산가족상봉행사에서 이뤄졌다. 당시 101세 되신 어머니는 사망한 큰 아들 대신 장손(김성철씨)과 재회했다.

“연좌제는 당하지 않은 사람은 그게 얼마나 비참한건지 모를 것입니다. 감시와 견제, 이웃의 차가운 시선은 온 몸을 묶고 정신까지 묶어 버렸습니다”

“교회 종소리가 울리면 날 부르는 소리 같아서 교회에 갔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어딜가나 빨갱이 아들이라는 눈총이 나를 따라 다녔지요”

집안에 땅이 좀 있어서 김의중 목사는 어머니 같은 과부와 고아들을 위해 살기로 마음 먹고 농장을 만들려다 좀 더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러다 3학년때 목원대로 편입해서 신학을 공부했다.

팔뚝에 불로 십자가를 새긴 때는 신학교 3학년때였다고 한다. 환영받지 못하는 악다구니같은 삶에 굴복하지 않고 세상을 이긴 예수의 삶을 따라 살겠노라고 그 날 제 몸을 그에게 드렸다.

“오직 십자가만 내가 붙들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내 몸에 새기고, 십자가에서 일생을 벗어나지 않으려던 것이었습니다.”

▲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의 뒷 골목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작전동 교회. 올해로 창립38주년을 맞았다. 이 교회는 당시 근로자였던 교우들이 직접 벽돌을 쌓아 건축했다고 한다.

▲ 교회가 찍힌 위성사진 위에 십자형태의 교회모형이 놓여있다.

공장근로자들과 함께 한 목회평생

김의중 목사가 육신에 새겨가며 다잡은 십자가의 삶은 1977년 인천의 공장지대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시작됐다.  연좌제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때 당시 ‘까치마을’로 알려진 부평공단의 끝자락인 작전동에 교회를 개척했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주택지역이 됐지만 당시부터 상당동안 작전동은 공장지역이었으며 작전동교회는 공장근로의 고단한 삶이 위로를 받고 새 힘을 얻는 안식처였다.

당시 영등포에서 도시산업선교회가 조직되면서 조화순 목사, 김동완 목사 등이 이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김의중 목사는 공장근로자들과 살며 목회를 했고 큰 교회, 편안한 교회로부터의 청빙을 거절해가며 평생 이 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5공화국에 접어 들어 연좌제가 폐지되자 김의중 목사는 중국복지선교와 북한선교에도 열심을 내 지금은 중국에서나 북한에서나, 심지어 그를 옥죄던 국내의 정보기관에서까지 가장 신뢰받는 남한의 인사가 됐다. 그는 매스컴에 알려지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수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중국복지후원회(http://www.chinalove.or.kr)를 조직하고 산하에 연길시 장애인복지관, 의란진 경로원, 안도현 종합사회복지관, 발해중심소학교(베이징), 도문 두만강 기술학교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교회와 신학교를 후원하기도 하는데 특히 동북3성에 100여개의 교회를 건축하고 후원을 하고 있으며 동북신학교와 연경(북경)신학교를 후원하고 있다.

어릴적부터 가족의 재회를 위해 평화통일을 기도하던 김의중 목사는 현재 북한선교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한어린이를 위한 자가랜턴 10만개를 보냈고 남포지역 고아원학교 지원, 북한나무심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아시안게임이 열렸을 때는 남북교류분과위원장 맡아 북한응원을 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

김의중 목사는 중국복지후원회 회장 외에도 남북평화재단 경인대표, 사회복지선교회(구 도시산업선교회)위원장, 중부연회 개혁연대 위원장, 중부연회 웨슬리 사회봉사단 부단장 등을 맡고 있다.

“주님이 십자가에서 일생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십니다. 일하는 사람들과 함게 일하면서 살다가 이 곳에서 은퇴할 것 같습니다”

▲ 김의중 목사가 자신의 팔뚝에 새긴 십자가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 통 느릅나무를 깎아 교회로고와 표어 등을 제작했다. 글은 석천 선생이, 조각은 국전에 입상한 어느 장애우 성도가 제작했다고. 평소 현관 벽에 걸려 있던 것을 전시회를 위해 떼어서 진열했다.

▲ 현관에도 십자가 문양의 틀이.     ▲ 꽃으로 만들어진 십자가

▲ 현관 천정의 정방형 틀은 십자가의 연속과 성도의 연대를 상징한다. 교회건축 당시 교회의 솜씨쟁이들이 손수 만든 작품

▲ 현관 천정은 십자가가 연속되는 의미의 문양을 넣었다.

▲ 섬김십자가. 교회의 로고다     ▲ 종탑 건축 개념물. 십자형태의 하부를 기초삼아 종탑을 올렸다.     ▲ 현관 바닥을 십자형태의 타일로 장식했다. 이 전시물은 그 모형이다.

▲ 어린이들의 작품         ▲ 현인섭 초대작가의 작품

▲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네개의 십자가는 십자가신앙으로 구성된 한 가족을 의미한다고.     ▲ 이것도 가족 십자가다.

▲ 계단을 따라 벽에 수놓인 십자가     ▲ 교회의 출입문마다 십자가가 형상화 되어 있다.     ▲ 3층 예배실의 십자가는 설계에 없던 것이었으나 벽돌을 쌓다다 들어오는 저녁 빛이 아름다워 스테인드 글라스로 자연채광이 되는 십자가를 만들게 됐다고.

▲ 3층 베란다 쪽에서 바라다 보이는 종탑. 예전엔 뒤에 배경으로 보이는 아파트가 없었다. 나무가 자라서 십자가를 가릴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 그림솜씨가 뛰어난 김의중 목사는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전도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어, 중국어에 이어 미얀마어, 베트남어로도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