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이는 것만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의 이치는 보이는 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는 들은 대로 행동한다. 그러나 들리는 것이 다는 아니다. 어떤 사람이 무엇을 말했다면, 그 말을 왜 했는지 알려고 해야지 그 말만 중요시하면 잘못되는 수가 있다.

인간관계의 단절은 보이는 대로만, 들리는 대로만 반응하기 때문에 온다. 왜 그렇게 보이는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상대가 춥다고 하면 날씨가 추워서 춥다고 할 때도 있지만, 상대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춥다고 할 수도 있다.

데이트하던 중 여자가 춥다고 말했다면 99%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멘트다. 그런 때는 “날씨가 참 춥네요”라고만 받으면 안 된다. 외투를 벗어 상대의 어깨를 감싸며 “날씨가 참 춥네요. 감기 걸리면 큰일이죠”라고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회사로 찾아와 직원을 붙들고 거칠게 항의했다.

"과자 봉지 안에 이물질이 들어 있었소. 그것도 모르고 몇 개나 먹었는데 어떻게 할 거요?"

고객의 불만을 들은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혹시 어떤 배상을 원하십니까?"

그러나 고객은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동료직원들까지 나서서 사과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때 소란을 지켜보던 사장이 고객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그 말에 고객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했다.

"난 그 한마디가 듣고 싶었습니다. 직원들은 제 몸이 괜찮은지 보다 변명과 배상 문제만 이야기하더군요. 이제 기분이 풀렸습니다.“

그렇다. 과자 한 봉지를 배상하면 얼마나 배상할 수 있겠는가. 그 고객은 돈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회사의 태도와 마음씀씀이를 보고 싶은 것이다.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의 뜻이 이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말만 잘하면 안 된다. 진심어린 말을 해야 한다.

진심어린 말은 진심에서 나온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서 나온다. 마음을 헤아리면 안 될 게 없다. 마음을 놓치면 될 것이 없다. 우리는 이런 아주 기본적인 원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맞닥뜨리면 겉만 본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를 생각해 보라. 뒷목부터 잡고 나오며 상대를 향해 삿대질하는 사람은 종종 목격했지만, “혹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라고 묻는 이는 거의 만나기 힘들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다. 이게 우리의 자화상이다. 혹 뒷목도 안 잡고 삿대질도 안 한다 해도 자동차가 얼마나 찌그러졌나에만 관심을 갖는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할 수 있다. 폰이 어떻게 생겼느냐 보다 폰에 어떤 앱이 깔렸느냐가 중요하다. 이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살면 어떨까. 분명히 더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