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개정의 기본방향

신기식 목사(중부연회 신생교회)

근원적인 문제

기독교대한감리교회는 선교사가 전해준 기독교에 대하여 주체적으로 응답한 개화독립운동 시대(1884년~1929년), 자치교회 기틀을 마련하고 일제 및 6. 25 전쟁 시련을 겪은 기독교조선감리회 시대(1930년~1977년), 교권집중과 분열타파 대안으로 다원화 감독제, 지방분권화, 연급제 대표 선출제 등을 도입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시대(1978년~2007년)를 지내 왔습니다. 그런데 기독교조선감리회의 자치 패러다임에도 불구하고 해방후 재건파, 복흥파의 대립, 6. 25. 동란 이후 호헌파, 정동파, 성화파 분립, 1966년 제10차 총회 시 감독선거 110차례 투표와 경기연회 분립, 1974년 12차 총회시 감독선거 25차례 투표와 갱신총회 독립, 1978년 총리원측과 갱신측 합동총회(제13회 총회) 이후에도 감독선거로 인한 정치파벌과 금권선거 곡절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곡절이 반복된 이유는 교권이 집중된 감독제도와 감독선거 때문이었습니다. ‘호원’이나 ‘법통’은 단지 현란한 구호에 불과하였습니다.

2008년도부터 7년 동안 고통과 혼란이 계속된 감독회장 선거사태는 내적으로는 단순한 정상화를 넘어서 감리교회의 영적 제도적 현실을 통찰하고 감리회 신앙의 회복과 미래 감리교회 운명을 함께 고민해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난 역사는 현재 교권중심의 감독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서는 본부제도, 조직과 행정법, 의회법, 재판법, 선거법 등 어떠한 법 개정도 무익할 것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학연, 지연, 정파, 교역자, 평신도 구분없이 미래 감리교회를 위한 제4의 패러다임을 구상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장정개정에 임하는 자세는 호헌, 법통, 혁신, 개혁, 감신, 목신, 협신 등 파벌과 학연의 유혹을 극복하고, 교권정치 중심의 입법을 저지하며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입장에서 온전한 장정개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개혁을 빙자한 사회적 경향성의 개정안은 교회제도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감리교회 역사와 전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교회개혁 방향입니다. 중세의 문예부흥과 종교개혁이 그러하듯이 오늘날의 개혁도 본질로 돌아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미국연합감리교회 장정의 특징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모태인 미국연합감리교회(The United Methodist Church)의 현재 장정은 역사적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역사적 선언은 신앙의 뿌리, 웨슬리안 교도들의 연합과정, 영적대각성운동과 교회 성장과정, 노예제도와 남북전쟁, 세계변화와 선교과제, 연합을 위한 움직임 등을 가감없이 선언하고 있습니다. 1968년 4월 연합감리교회 탄생을 선언한 날의 기도내용은 “교회의 주인이시여, 우리는 당신 안에서, 당신의 교회 안에서, 이제는 연합감리교회 안에서 연합하였나이다”입니다.

연합감리교회 장정의 특징을 개괄해 보면(페이지 표시는 한글번역 장정에 따름),

① 장정 구성 순서의 기본구조는 '편', '장', '절, '페이지'가 아니라 '단락'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단락은 각 편 장 절 범위 안에서만 연속적으로 순서를 따라 매겨졌고 각 편,장,절이 바뀔 때에는 그 순서를 건너뛰었습니다. 이것은 후일에 보충되어 질지 모를 조항을 위하여 그리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제6편 '조직과 행정' 제1장 '개체교회'는 모두 11절 201~299 단락으로 되어 있지만 현재는 201~271 단락 체계로 되어 있습니다 (P.201~271). 반면에 기독교대한감리회 장정은 개정될 때마다 단락이 달라져서 장정의 권위가 없어 보이고, 편찬과정에서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② '역사적 선언'을 통해서 연합감리교회의 뿌리, 영적, 선교적, 제도적, 역사적 유산 등 미래적 가치를 계승하고 있습니다.(P. 11~23)

③ 헌법에 제한규정을 두어서 종교강령, 총칙, 감독 감리사 제도, 수익금사용 순위 규정 등은 취소, 삭제, 변경할 수 없고, 교리적 기준에 위배되는 어떠한 새로운 교리의 기준이나 규정을 제정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P.30). 이것은 이주민들로 구성되고 변화 무쌍한 세태 속에서도 변해서는 안 되는 신앙과 교회제도의 원리를 유지하려는 지혜입니다.

④ 교회의 기본 조직으로서 연회와 구역회를 두고 있습니다(P. 180). 이것은 감리회 기본체제인 감독, 감리사 제도의 근간이 됩니다.

⑤ 연회 구성에서 교역자 평신도 동수 원칙을 두었습니다.(P. 34). 이것은 미국연합감리교회의 출발이 평신도 선교로부터 시작된 역사성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⑥ 개체교회 연회 소속 변경의 경우에는 구역회, 교인총회, 관련 규정을 두어서 관련 두 연회에서 2/3이상의 찬성 결의토록 하였습니다( P. 36). 이것은 개체교회를 보호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하는 절차입니다.

⑦ 세계적인 감리교회를 위한 연도(공식적인 연합기도) 내용을 담는 등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사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P.102)

⑧ '교역자는 고용인이 아니다' 리는 규정으로 교역자의 임용 신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P.70)

⑨ 사회 정의 관심 역사를 천명하기 위하여 1908년 사회신경, 자연계, 양육하는 공동체(가정), 사회적 공동체, 경제적 공동체, 정치적 공동체, 세계 공동체 등의 범주 내용을 담은 사회원칙, 사회신조, 사회신조와 동반하는 공식적인 연합기도문을 담고 있습니다.( p.111)

⑩ 협동교구 개념을 도입하여 교회 건물 공동 사용 원칙을 세우므로 다양한 형태의 협동사역이 가능토록 하였으며 '초교파적 공동사역', '소속 교인', ' 협동교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P. 157~159)

⑪ 개체교회 조직은 구역회, 임원회, 교인총회, 목회위원회, 재정위원회, 공천위원회 등으로 되어 모든 조직은 구역회 결정에 복종할 의무가 있도록 규정하므로 구역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P.178~182)

⑫ 임원 동일 직무 연속시무 제한 규정을 두어 민주적 운영이 가능토록 하였습니다.(p.182.). 총회 산하 직원 40%를 여성으로 체용하게 하였습니다.( p.565)

⑬ 부담금 납부의무, 헌금 사용지침이 있고, 개체교회 연회 등 회계 감사는 공인회계사, 회계전문회사 등의 감사를 받도록 하였으며 연회보고서는 공인회계사 등의 감사결과 틀림이 없다는 확인 전까지는 수락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교회 연회 총회 등 회계 관련 임원은 반드시 지불보증보험 가입을 의무로 하였습니다( p. 208, 660), 또한 특별주일 헌금 규정 준수를 의무화 하였습니다.( p. 212)

⑭ 교회 의회는 소외자, 노인, 청년층 참여 규정, 선교교회 규정, 임원회 안건 우선순위 규정을 두어 선교 중심 정책 구현을 하고 있습니다. 의회 구성은 다양성, 포용성, 개방성 원칙하에 소수민족, 여성, 청년 참여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p.185)

교회창립 총회 시 임원 천거가 있은 후에 창립선언을 하고 이어서 구역회를 개최토록하여 교회 설립 기초를 책임있게 하였습니다.( p. 210)

⑮ 교회 공식 대변은 총회권한에만 있게 하여 통일성을 유지하게 하였습니다.다.(p. 344)

⑯ 감리사는 목사 공백 목회 구역의 임시 행정담임자가 되게 하였습니다.(p.325)

⑰ 지방교회 건물위치위원회를 두어 사택 등 기본 구조를 검토 승인케 하였다. 건술기술사 공용 기준, 대출 보증요구 금지, 건축계획서 사전 심의를 하게 하였고, 부채 탕감이 된 후 봉헌식을 하게 하였습니다( p. 683)

⑱ 교회 사법행정, 사법최고 기관으로 사법위원회를 두어서 감독의 장정해석, 행정행위, 의회의결 등에 대한 합헌여부 판정, 고소고발 사건, 상소심, 재심사건 등을 판결하도록 하였습니다. 사법위원회의 장정 판정(해석)을 연합감리교회 장정 '주'에 제시하여 장정 변경의 근거를 제시하였습니다. 상소위원회를 두어서 상소여부를 심의토록 하였습니다.( p. 696~697). 모든 사법처리 절차의 목적은 화해, 치유, 교회보호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관리적 단계, 목회적 단계를 두어서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하였습니다(p.700~706). 사법위원회는 총회에서 무기명 비밀 투표로 선출된 임기 8년의 9인 위원들로 조직하게 하였습니다(p.693). 사법위원회의 판정 공시 규정을 두었으며(p. 699), 증언의무 규정을 두었고 증언 거부자의 법적처벌 규정을 두었습니다( p. 716~717).

⑲ 총회가 제정한 모든 법규 발효 일자는 총회 이후 1.1.부터 발효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p. 344)

⑳ 특별헌금이 있는 특별주일, 특별헌금이 없는 특별주일에 관한 일반 규정을 두었습니다. 특별헌금이 있는 특별주일 헌금 전액은 총회 재무행정협의회 전달 의무 규정을 두었습니다.

반드시 개정해야 할 부분

이번 장정개정의 중점내용은 향후 30년을 대비하는 교회제도 확립입니다. 따라서 다음 부분은 반드시 개정해야 합니다.

① 감독제도와 의회제도와 재판제도의 균형입니다. 약화된 의회제도를 재정립하고, 감독의 공정한 직무수행, 그리고 장정을 바르게 해석하고 판단하므로 공정한 행정집행을 구현하도록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재판제도를 운영해야 합니다.

② 감리사, 감독 선거를 의회에서 실시함으로써 효율적인 선거행정 구현, 의회주의를 강화, 선거소송 요인을 제거, 금권선거 근절하므로 교권의 정당성을 높여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감독의 교권집중 폐단을 해소하고 선거 방법, 선거 시기, 재투표, 재선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③ 선거부정의 근절은 선거법 개정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감독 단임제(임기종료 은퇴), 총회원 구성(연동제), 재판법(공정하고 신속한 선거재판), 선거법(의회직접 선거, 처벌규정 강화) 등의 입체적인 개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감독 2년 단임제와 임기 종료 후 은퇴 규정은 감독직분이 교권욕심의 지속적인 대상이 아니고 성직과 목회직으로서의 감리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총회대표 선출 시 ‘연동제’ 도입은 겉으로는 원로원화된 연급제 중심의 총회대표 형태를 바꾸는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정회원 11년급 이상 모든 교역자와 동수의 평신도가 3분의 1씩 순번으로 총회 및 입법의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본부 각국 위원회 선출되기 위하여 감독선거가 과열되는 풍토를 자연스럽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감독 의회선출 규정, 감독임기 후 은퇴 규정, 총회대표 연동제 선출 규정 등은 의회직접 선거, 선거부정 처벌 강화, 재판위원회의 공정하고 권위있는 선거재판 규정 등과 합하여 감독제도의 적폐인 금권선거, 정치파벌 현상 근절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연령별, 계층별 ‘쿼터제’에는 대표 선출과정에서 또 다른 부작용과 갈등요소가 우려됩니다. 연급순 기준으로 총회대표를 선출하는 문제점에 대한 땜질정도에 불과합니다.

④ 점진적으로 연회와 지방회 광역화를 유도해서 감리사, 감독선거를 위한 인위적인 연회분할을 지양하고, 지방선교, 미자립교회 및 교역자생활보장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부에서처럼 인위적으로 연회와 지방회를 통폐합하여 광역화 하려는 시도는 장정(연회 및 지방 경계법) 상 연회(지방) 분할의 절차가 불가능합니다. 특히 지방 통합과 분할은 연회지방경계조정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⑤ 은급비 중복 수혜금지 규정, 부담금 성실납부 강제 규정을 도입하여 대내외적으로 신뢰받는 공교회성을 점차 확립해야 합니다. 부담금 성실납부 강제규정은 총회감사위원회 직무나 지방교회실태조사위원회의 직무 개정을 통하여 구현할 수 있습니다.

⑥ 교권위주의 정치적인 재판요소가 있는 현행 재판법을 손질하여 재판위원회의 독립과 전문성을 확립하고, 공정한 장정 해석, 행정의 공정성을 구현하며, 교인의 권리와 교회를 보호하고 권위와 질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향후 30년을 대비하는 인재양성 제도, 지속적이고 예측가능한 은급제도, 각 단체규정 등의 개정은 장정개정의 계속된 중심과제가 될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하여도 좋은 인재가 육성되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혜를 모으고 뜻을 모은다면 은급제도를 더욱 발전시킬 저력이 충분합니다.

이와 같은 장정개정 기본방향을 담는 장정 개정안을 만들어서 ‘정상화’를 넘어 ‘감리회 신앙 정통성’을 추구하고, 미래 기독교대한감리회 제4의 패러다임을 설계할 수 있도록 130만 감리교인들이 지혜를 모아 주시고 기도해야 합니다. 장정개정위원회의 부단한 노력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