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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린틱 시초우
2015년 6월 5일 금요일
가파른 황톳길 산언덕
교통수단으론 오토바이도 오를 수 없고, 말도 가기 힘든 곳
간신히 힘센 카라바우나 다닐 수 있는 산 속 마을이지만
아무리 험해도 사람 다닐 수 있는 길만 있으면
사람이 있고, 집이 있고, 어린아이들이 무리지어 있습니다.
아열대의 숲속엔 어디든
식물과 동물과 아이들이 충만하고 번성합니다.
산언덕 넘어 발린틱 시초우에 들어서니 온 몸에서 땀이 비오 듯 쏟아져
체면불구하고 웃통을 모두 벗고 마을 쉼터에 앉아 땀을 식힙니다.
누더기 옷을 걸친 팔라완 족 아이들이
유일한 놀이터, 우물에서 펌프질을 하다 낮선 이방인을 물끄러미 쳐다보네요.
겉으로 보기엔 집이 몇 채 안 되는 작은 마을 같지만
오솔길을 따라 사방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약 2천여 명의 주민들이 산속에 묻혀 산다는 군요.
전기도 공급되지 않고 상수도도 설치되지 않은 곳
화장실은 숲속 나무 밑,
주변엔 휴지 한 장 버려진 게 없으니
어떻게 처리를 하는 건지!
팔라완 섬에는 7개의 산족이 있습니다.
딱바누아, 꾸유닌, 바딱, 아그따이닌, 끄노이, 팔라완 족
그리고 모슬렘끼리 모여 사는 몰북 족이 있습니다.
이들은 도시의 필리피노 들과 혈통이 전혀 다른 순수 원주민 산족들입니다.
이 중에 가장 큰 부족은 꾸유닌족이고 가장 작은 부족은 끄노이 족입니다.
그 중에 팔라완족은 팔라완 섬의 가장 오래된 원주민이며
이들은 팔라완 섬 남부 나라(Nara) 무니씨팔리니티의 북서쪽
이필란 바랑가이 산속에 주로 모여 살지요.
이들을 케어하기 위해 베이스캠프에서 새벽 5시 밴을 타고
이필란 원주민 트레닝센터에 8시 경에 도착하니
이미 산속 원주민교회 목사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1시간, 멀게는 3시간을 새벽부터 차도 없이 걸어서
치료받기 위하여 나왔답니다.
어제도 하루 종일 환자들을 돌보느라 쉬지도 못하고
새벽같이 달려오는 바람에 몸도 마음도 무척 피곤하지만
이들의 열성이 지극하여 열심히 케어 해 주었습니다.
오후에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필란 바랑가이 산속으로 약 1시간을 걸어 올라가
발린틱 시초우를 방문하여
원주민들이 사는 곳의 교회와 가정을 심방하고
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 양해를 구하여
한 원주민 가정의 꾸보 하우스 거실에서 하룻밤 신세를 집니다.
오랜만에 보는 등잔불이 향수를 불러일으켜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등잔불 밑에서 바느질 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간소하게 차려온 저녁식사를 대나무 마룻바닥에 차려놓고
등잔불 밑에서 허기진 배를 달랩니다.
배가 고프니 모든 게 꿀맛이고
배가 불러지니 천하에 부러울 게 없습니다.
식은 밥 한 그릇이 행복과 풍요를 가져다주는군요.
밥 한 그릇이면 이렇게 행복한 걸 왜 진작 몰랐을 까요.
행복은 특별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산속의 원주민들은 별다른 큰 꿈이 필요 없습니다.
그저 일용할 양식만 있으면 족합니다.
하여 땀 흘려 화전을 가꾸며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모두 생활형편이 비슷하니 상대적 빈곤에 시달릴 필요도 없고
가진 것으로 만족하고 나누며 즐겁고 여유롭게 살아갑니다.
이들도 왕년엔 바닷가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나름대로 풍요롭게 살았었습니다.
수상가옥을 지어 풍부한 어산물을 누리며 자녀를 낳아 기르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똑똑하고 힘 있는 자들이 나타나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쫓아내는 바람에
침략자들을 피해 산으로 깊은 산으로 도망 와서 살다가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이제 이들은 자기들 소유의 아무 땅도 없이
국유지 산속에서 화전민이 되어 산족으로 살고 있습니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약자는 언제나 당하게 마련이지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정부의 예산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이들의 고통을 안타까워하시는 하나님은
지금도 이들을 바라보고 애처로워하십니다.
하나님은 하나님만의 특별한 방식의 인구정책으로
먼 훗날 이들을 지구촌의 주인으로 삼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늘나라의 백성으로 삼을 것입니다.
세상은 강자의 만행과 폭행으로 강자가 이기는 것 같지만
하나님의 나라에선 오히려 약하고 선한 자가 주인이 됩니다.
겸손하고 온유한 자가 결국엔 하늘나라의 기업을 물려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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