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1일은 다른 날과는 다른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이 날은 다른 모든 날보다 1초가 더 긴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윤초(閏秒) 때문인데 7월 1일에는 한국시간으로 오전 8시 59분 59초와 9시 0분 0초 사이에 1초를 더 삽입했던 것이다. 윤초란 현재 기준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3천년에 1초 정도의 오차밖에 나지 않는 세슘 원자시계에 비해 실제 지구의 자전 공전 속도가 여러 가지 요인으로 느려지거나 빨라지기 때문에 특정한 날에 1초를 삽입하거나 빼서 둘 사이의 오차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한다. 과학적 설명이야 그렇지만 어쨌든 불변하고 고정적이며 정확하다고 믿었던 시계라는 시스템에 뭔가 틈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왠지 신비롭고 독특한 느낌이다.

1초. 아주 짧은 이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시간일 수도,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온 우주의 존폐가 걸린 시간일 수도 있다. 그 1초가 모든 사람에게 갑자기, 난데없이 주어졌다. 어쩌면 기적이나 초월이 인간에게 다가오는 방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어느 때 어딘가에서 갑자기 쑤욱 나타나버리는, 마치 이때를 기다리며 이제껏 영원 속에 숨어 있었다는 양 그렇게 느닷없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입니다. 그것이 오늘을 ‘present’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역사가 앨리스 모스 얼은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말도 남겼다. “매일 좋을 수야 없지만, 좋은 일은 매일 일어난다.”(Every day may not be good, but there is something good in every day.)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일생에 1초가 덧대어진 것처럼 행복한 일은 나도 모르게 매일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속담 같은 이 통속적인 말 또한 행복이 얼마나 흔한지, 그러나 틸틸과 미틸의 파랑새처럼 그렇게 가까이 있음에도 얼마나 알아채기 힘든지를 잘 말해준다.

어쩌면 천국도 이 윤초와 닮지 않았을까? 하나님의 복음, 즉 기쁜 소식을 선포하신다며 예수께서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막 1:15)고 선언하셨을 때, 이 말은 가까이는 왔으나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기쁜 소식일 리가 없으니까. 오히려 이 말은 완료형 문법이 가리키는 대로 이미 가까이 와 있다, 즉 우리도 모르는 새 이미 손에 잡힐 만큼 가까이 와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지금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진 그 작고도 결정적인 1초처럼, 모든 소중한 것의 운명이 다 그런 것처럼, 누구에게나 주어진 이 천국은 어떤 이에게는 아무 관심도 얻지 못한 채 잊혀지고 버려져 있을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죽음과 죽임을 이길 생의 의미가 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어느 쪽에 속해 있는 것일까?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너희 안에 있다.” (눅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