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7월 과학 잡지 사이언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 6분도 스마트 폰을 보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보지 않고 그냥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를 보더라도 단 5분도 스마트 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니 연구결과가 그리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6분이 아니라 단 5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깊은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언제 가져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고 보면 엘리야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던 시간과 장소가 특별하다. 수백 명의 바알 예언자를 갈멜산 위에서 죽일 때도 하나님의 음성은 없었다.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부수나 하나님은 바람 가운데 계시니 않는다. 지진이 있으나 지진 가운데도 하나님은 계시지 않으신다. 불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계시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음성은 “정적이 감돈 고요함” 가운데 계셨던 것이다 (열왕기상 19:11-12절).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정적이 흐르듯이 폭풍 같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깊은 사색의 시간과 공간과의 만남을 엘리야를 통해 본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뜻을 가르치고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베푸시는 와중에 어김없이 한적한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셨다 (마태복음 14:23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고 기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적한 장소와 혼자만의 시간은 예수님에게 아주 특별한 장소요 시간임에 틀림없다.

피정은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따르면, 최근 가톨릭교회가 피정에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수도생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데, 전통적 가톨릭 수련법을 배우는 피정으로는 렉시오 디비나(성독), 향심기도, 예수마음기도가 대표적이다. 특별히 여름휴가를 겸해 영적 휴식을 얻으려는 젊은이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것이다. 시끌벅적한 세상과 떨어져 조용한 수도원에서 묵상을 하고 말씀을 공부한다는 의미에서 피정은 특별한 장소다.

하지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깊은 묵상과 기도를 위해 찾아가는 피정은 결국 일상으로 다시 돌아 왔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세벨을 피해 피정 온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여기서 뭐하냐?”고 말씀하시면서 다메섹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명하셨다. 예수께서도 잠시 피정을 한적한 곳으로 가신 이후 곧바로 다시 돌아와 게네사렛의 병자들을 고치셨다. 피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듯이 특별한 시간과 공간은 평범한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마주보고 있다.

단 5분이라도 명상과 기도의 시간을 매일 가질 수 있다면 굳이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피정을 갈 이유는 없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자연 속을 걸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일상 속에서 피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폰을 5분만 내려놓자!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삶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5분은 과히 특별하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