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누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는가

“기독교는 누구를 위한 종교인가?”라는 질문과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는가?”라는 질문은 그 궤를 같이 한다. 그러니까 두 질문의 ‘누구’에 해당하는 존재는 동일한데, 그것은 세상만민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독교는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종교이고, 예수 그리스도는 온 인류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그렇다고 기독교가 모든 사람의 종교는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온 인류가 다 구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기독교는 믿는 사람들만의 종교이고, 예수 그리스도는 그를 믿는 신자들만의 구주이다. 우리는 성삼위 하나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얻었고 기독교인이 되었다.

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OMSC)에 의하면 지구상의 모든 기독교인 수는 23억5400만 명으로 전 세계 71억 인구의 33%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 천주교가 12억 명으로 전 기독교인의 51%이고, 개신교는 4억3900만 명으로 18.6%라 한다. 그리고 독립교회가 3억6900만 명, 정교회가 2억7900만 명, 성공회가 9100만 명이라 한다.

어쨌든 그 많은 기독교인 가운데 나 하나는 없다 해도 표시조차 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미미한 존재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16:26)라고 말씀하신다. 나 한 사람이 온 천하보다도 귀하다는 말이다. 양 백 마리를 가진 사람이 잃은 양 한 마리를 위하여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찾아 나섰다는 예화로 사람들을 가르치셨던 예수님이 아니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예수께서는 그 잃은 양 한 마리처럼 나를 사랑하신다. 모든 믿는 사람의 2십 몇 억 분의 1밖에 안 되는 나 한 사람을 천하보다도 귀하게 여기신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은 나를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 한국의 크리스천들처럼 자기 나라의 기독교를, 그리고 교회를 극진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것 같다. 목사들에 대한 걱정 또한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지나쳐 불평과 불만으로까지 번질 정도가 되었다. 과불급(過不及)이라는 말이 제격인 현상이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고, 사랑은 이타(利他)를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기독교 정신에 따라 아(我)보다 타(他)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 한다면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독교를 위하고 교회를 위한다면 그에 대한 걱정이 불평이나 불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걱정을 애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목사들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불평불만이 아니라 애정 어린 쓴소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란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기독교인인 이상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적어도 시도만이라도 해 봐야 한다. 그래야 기독교인이다.

불평과 불만에는 미움이라는 감정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미움은 반(反) 기독교적이다. 반 기독교적이니 나의 영혼을 병들어 가게 한다.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천하보다 귀한 존재가 나이니 나부터 생각하는 것이 제일이다. 사랑의 꽃을 피우게 하는 이타(利他)도 결국 나의 영혼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정도(定道)도 된다.

믿음이란 자신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길러 가는 것

한국의 기독교와 교회를 생각하기 전에, 그리고 목사들을 비난하기 전에, 아니면 동시적으로라도 자신을 돌아보며 버릴 것은 버리고 기를 것은 기름으로 나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바울은 믿음의 아들 디모데를 향해 ‘너, 하나님의 사람아!’(딤전6:11)라고 했는데, 누군가가 나를 ‘너, 하나님의 사람아!’라고 불러 준다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지 않는가.

믿음이란, 좋은 믿음이란 자신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길러 가는 것이다. 자신을 방치해 두고 하는 일은 그 어떠한 것도 진정한 하나님의 일이 되지 못한다. 자기의 심령 밭이 잡초와 가시덤불로 엉망이 되었는데 예배를 드린다고, 찬양을 드린다고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시겠는가. 선교를 하고 봉사를 한다고 기뻐하시겠는가.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네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5;23-24)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의미하는 게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하다가 그에 너무 열심인 나머지 일에 묻혀 믿음도 하나님도 잊어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교회 일을 하다가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는 것이 그렇고, 기독교와 교회를 생각한 나머지, 그리고 목사를 염려한 나머지 대상에 대해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것이 그렇다. 이 같은 일들을 보시며 하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어떠한 마음이 되실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시선이나 마음 같은 것은 어때도 좋다는, 아니 그런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인데, 그들을 보고도 크리스천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자기를 돌아보며 자신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훈련시켜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영생에 관한 문제, 구원에 관한 문제이다. 어렵다고 그만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이루어 가야 할 일이다. 에스더는 “죽으면 죽으리이다”(에4:16) 하고 왕에게 나아가 자기 민족을 살렸는데, 그것은 믿음의 믿음 된 행위였다.

믿는 사람들은 흔히 신앙은 액세서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자기의 신앙을 값비싼 귀금속은커녕 싸구려 액세서리보다도 못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그러니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과 불만으로 자신의 마음 밭을 짓밟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지 않아도 밭은 손질하지 않는 것만으로 잡초가 자라고 심하면 가시덤불까지 우거지기 쉬운 것인데, 굳이 제 마음 밭을 제 발로 짓밟기까지 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크리스천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하고 소중한 일은 각자의 마음 밭을 잘 가꾸는 것이다. 나는 족족 잡초를 뽑아 주고 북도 돋워 주어야 한다. 그래야 황폐해지는 것을 막음으로 신앙의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워 향기를 내게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마음 밭을 가꾼다는 것은 자신의 인격을 신앙의 것으로 바꿔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사회에서는 사람의 가치를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외모에 두기도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그래선 안 된다. 인격이 그 사람의 가치를 좌우해야 한다.

신앙의 인격으로 성장해 가는 사람에게서는 그리스도의 빛이 나고 향기가 난다. 그리고 소금으로 녹아져 다른 사람의 삶이 살맛을 내게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무엇에도 우선하는 하나님의 일이다. 하나님의 가장 큰일이다.

우리가 이루어 가야 할 가장 큰 하나님의 일

한국 기독교,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맹점은 방금 말한 자신의 신앙적 인격변화를 등한히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목사들의 가장 큰 과오도 그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믿는 사람들이 믿음의 인격으로 변화되어 간다면 기독교와 교회뿐 아니라 사회 또한 밝아지고 사람 살맛이 나게 된다. 가정은 행복해지고 모두가 기쁨을 구가하게 된다. 이에 ‘공자 같은 소리 하지 마라. 그런 빤한 소리를 누가 모르겠는가. 다 알지만 현실성이 없으니 안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현실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 보려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롬3:10)다 했으니 물론 완전한 믿음의 인격으로 변화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자신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믿음의 인격체로 변화시켜 가는 것이 자기가 해야 할 가장 큰 하나님의 일이라는 마음의 자세로 매일매일 순간순간을 살아간다면 조금씩이라 할지라도 변화에 진전이 있을 것임은 재언을 요치 않을 것이다.

기도의 초점도 물론 자기변화에 맞춰져야 한다. 기도의 정석은 예수께서 말씀하신대로 ‘그의 나라와 그의 의’ 즉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우선적으로 구하는 것이다(마6:33 참조).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는 구한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아무리 구해도 그 나라에 합당치 않은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합당한 것일까. 그야 믿음의 사람이다. 그런데 믿음의 인격으로 변화되지 않는 사람은 겉모습만 크리스천일 뿐 실상은 믿음의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의’도 명실공히 하나님의 사람이 되지 않고는 이룰 수가 없다.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 같은 건 어때도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크리스천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기독교가 어떻고 교회가 어떻고 목사가 어떻다고 하는 말 같은 것을 말할 자격이 없다.

우리 믿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구원받아 하늘나라에 가는 것인데, 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믿음이다. 그런데 믿음의 인격으로 변화되어 가지 않는 믿음은 한낱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하나님의 일은 믿음의 인격으로 자기변화를 이루어 가는 것이다.

물론 믿음의 인격을 길러 가야 하는 게 그 때문만은 아니다. 크리스천다운 크리스천으로 변화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크리스천다운 크리스천으로 변화되어 간다는 것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가장 아름답게 꽃피우는 것이 된다. 그러기에 믿음의 인격이 기독교와 교회뿐 아니라 사회까지도 밝아지게 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양질의 행복을 누리게 한다.

비난을 위한 비난은 자신의 영혼을 병들게 한다. 남을 아프게 하고도 무감각하다면 내면에 사단의 씨앗을 기르고 있음이다.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그 자식이 죽어갔던 원인이라도 알자 하여 단식하는 사람 앞에서 진한 냄새를 풍기며 닭다리를 뜯은 사람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터넷 공간에서는 누구도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여 안심하고 타에 대해 허튼 소리나 욕설을 늘어놓은 것은 사람의 사람됨을 포기하는 행위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의식을 가진 자들, 나의 행복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남의 행복을 짓밟는 사람들, 말을 그럴 듯한데 하는 짓은 딴판인 사람들, 모두가 사단의 하수인임을 행위로 드러내 보이고 있는 이들이다. 악인이 그런 것처럼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믿음의 사람들이니 당연히 모여 예배를 드려야 하고 필요에 따라 기도도 해야 한다. 선교도 해야 하고 봉사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도 믿음의 인격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가운데의 것이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여기에 우리 각자가 자신을 믿음의 인격체로 길러 가야 하는 필연성이 있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기독교는 세계만민을 위한 종교이고, 예수 그리스도는 온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그러나 그런 기독교도 내가 신봉하지 않으면 나와 상관이 없고, 내가 믿지 않아 구원을 받지 못하면 예수 그리스도 또한 나와 상관이 없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 본다면 기독교는 나를 위한 종교이고, 예수 그리스도도 나만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

그런데도 왜 기독교가 나와는 상관이 없고, 예수 그리스도도 다른 사람들만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라도 한 것처럼, 나와는 상관이 없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기독교와 교회와 목사들만을 향하여 비난을 하고 삿대질을 해대는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믿음의 인격체로 변화되기 위해 기도하며 노력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그러고 나서 기독교와 교회 그리고 목사를 생각하는 것이 바른 수순 아닌가.

이 글도 독자들만을 향하고 필자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으로 썼다면 한낱 허접한 허튼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무엇인가 좋은 것을 놓고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가 되어야 하지만, 잘못에 대한 반성과 시정은 ‘나 먼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것들이 천하보다 귀한 나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를 이루어 가는 일이고, 내가 해야 할 하나님의 가장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