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한 유명 작가의 표절 시비로 인해 문학계는 지금 몹시도 술렁거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드러난 분야가 다소 낯설 뿐, 이 사회에서 표절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교수와 국회의원을 넘어 얼마 전에는 한 대형교회 목사가 표절 문제로 교계를 흔들었으니 말이다. 심각하고 구린내 나는 것은 표절 그 자체보다 오히려 그에 대한 표절자들의 반응이었다. 어떤 나라에서는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장관까지도 경질되는 사안에 대해 이 나라의 표절자들은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식의 저열한 도덕성을 곧잘 드러냈다. 만연한 표절은 비단 학위나 유명인과 관련해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오래 전 동료 목사님과 함께 설교 작성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다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분은 유명 설교자의 설교문에서 좋은 구절을 발견하면 자기 설교에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인용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순진하게 반문하는 그의 모습에, 보다 정확하게는 그 순진함에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유형이든 무형이든,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인 체하는 것. 법적 도덕적 문제를 떠나 표절의 본질은 나 자신을 실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가장하는 속임수다. 그리고 이 속임수는 바로 죄의 본질과 잇닿아 있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의 이야기는 죄의 기원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죄의 본질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즉, 아담과 하와의 타락이야기는 어떻게 해서 죄가 인간 세상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관한 설명이라기보다는, 지금 인간을 짓누르고 있는 죄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은유인 것이다. 그에 따르자면 죄의 본질은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피조물의 욕망이었다. 유혹은 몹시도 단순했다. 나는 실제의 나보다 훨씬 더 나은 나라는 교만. 죄의 본질은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 교만은 마치 속절없이 열리고 만 판도라의 상자처럼 내 안과 밖의 모든 불행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런 의미로 조금 더 깊고 넓게 보자면 어쩌면 우리 모두는 신을 표절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피조물이면서 창조주인 척, 유한자이면서 무한자인 척, 내재자이면서 초월자인 척, 그렇게 하나님의 것을 내 것인 척하면서 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신을 표절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20세기 초, 지독하게 천진하고도 낙관적인 이성 예찬이 신학마저도 좀먹고 있었을 때, 이에 대항했던 신학자 칼 바르트는 전도서의 다음 말로 그의 모든 신학을 갈음했었다.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 위에 있다.”(Gott ist im Himmel und du auf Erden.) (전 5:2) 우리의 교만을 그치게 하고, 우리의 삶 속에서 신을 표절하는 것을 그만두게 할 말은 어쩌면 지금도 여전히 이 말이 아닐까?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하나님은 너희가 그 나무 열매를 먹으면 너희의 눈이 밝아지고 하나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된다는 것을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창 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