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예수라는 인상을 없애기 위하여

마9:21~22

제각각 손질된 본문

  마태복음 저자는 마가복음의 저자와 누가복음의 저자와는 달리 예수의 인상을 좀 더 권능있는 신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말씀에 과감하게 손을 대는 문학적 편집작업을 행했습니다. 그것은 마태복음보다 일찍 기록된 것으로 판단되는 마가복음과 비슷한 시대에 마태복음과는 상황이 다른 곳에서 기록된 누가복음을 비교해 보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마가복음의 내용

  마9:21~22에 나타나는 내용은 막5:25~34에서 마태복음보다 훨씬 길게 나타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핵심을 지적하면 마가복음에는 예수께서 매우 “인간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가복음 저자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고생하던 여자가 예수의 뒤로 와서 예수의 옷에 손을 대었을 때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알고 돌이켜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이에 대해 제자들이 무리가 에워싸 미는 것을 보시며 누가 손을 댔느냐고 물으시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제자들의 말을 따르면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예수의 옷에 누가 손을 대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뜻입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여자를 보려고 둘러 보셨습니다. 그때 여자가 그 앞에 엎드려 모든 사실을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런 언급도 없이 여기서 마감됩니다.

마태복음과의 차이점

  마태복음 저자는 마가복음의 이와 같은 내용들을 모두 삭제처리 하였습니다. 그리고 관련내용 전체를 간단하게 다이어트시켰습니다. 그 결과 예수의 인간적인 면은 전부 삭제되고 신적권능을 지니신 예수의 모습만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마태복음 저자가 마가복음의 저자와는 달리 예수의 신적권능을 고양시켜 예수의 신적 위치를 가능하면 위로 올려놓으려고 애쓴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고생하던 여자가 예수의 뒤로 와서 그 옷을 만지자 예수께서 돌이켜 그를 보셨습니다. 마가복음과는 달리 수많은 군중들이 예수 주변에 밀려드는 것과 같은 인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단순히 예수께서 제자들과 가는 도중에 혈루증을 앓는 여자가 예수의 뒤에서 옷을 만졌다고만 되어 있습니다. 그때 예수께서는 돌이켜 그를 보시면서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만 말씀하셨습니다. 마가복음에 비하면 예수의 치유선언조차 최소한으로 간단하게 처리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누가복음과의 비교

  마태복음의 이 본문을 누가복음과 비교해 보아도 흥미롭습니다. 눅8:42b~48에 따르면 마가복음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수의 신적권능이 강조되기 보다는 인간적인 차원이 더 분명하게 강조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태복음과 비교하여 말하면 상대적으로 예수의 인간적인 무능성이 좀 더 강하게 드러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누가복음이 전하는 본문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내게 손을 댄 자가 누구냐’고 물었는데 그것은 ‘몰라서 물은 것’으로 여겨지기에 충분합니다. 왜냐하면 그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나는 아니다’로 말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때 베드로가 ‘주여 무리가 밀려들어 미나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예수께서 다 알고 있으면서도 무리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러 모른 척하고 질문하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쉽지 않게 해 주는 부분입니다.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의 비교

  이 대목을 마가복음과 비교해보면 마가복음은 제자들이 매우 버릇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우리말 성서본문을 읽어 보기만 해도 제자들의 반응이 조금은 퉁명스럽다고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해 누가복음은 베드로를 중간매개로 하여 제자들의 버릇없음에 대한 인상을 생략시켰고 누가 주께 손을 댓는지에 대해 알 수 없다는 내용을  상당히 부드럽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여 무리가 밀려들어 미나이다’라고 베드로가 말했다는 것은 마가복음에 나타나는 제자들의 싸가지 없는 모습을 부드럽게 수정한 결과라고 설명됩니다. 하지만 누가복음 저자도 마가복음 저자와 마찬가지로 예수의 인성을 매우 강조하기 때문에 ‘내게 손을 댄 자가 있다. 내게서 능력이 나간 줄 안다’고 기록했습니다. 인간 쪽에 가까운 예수상이 드러나는 대목이므로 그만큼 예수의 신적권능은 약화되었고 대신 인간적인 무능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의 강조점과 그것을 위한 대담한 삭제, 생략 처리

  누가복음과 마가복음이 예수의 인성을 강조한다는 것은 마태복음 저자가 볼 때 매우 참기 어려운 신적권능의 약화라고 판단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태복음 저자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예수의 인성을 강조함으로 인간의 무능성이나 인간적인 면이 강조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예수의 신성을 증언하는 것에 장애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태복음 저자는 예수의 인간적인 측면보다는 신적권능의 측면을 더 강하게 드러내 부각시켜야 했습니다.

  그에 따라 마태복음 저자는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 나타나는 이와 같은 예수의 인간적인 무능성 관련 표현들을 모조리 생략하고 신적권능을 명확하고 또렷하게 표현하기 위하여 제자들과의 대화내용을 모조리 삭제함으로서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고생했던 여인의 치유사건을 간단명료하게 나타냈습니다. 예수의 신성 강조를 통해 신적권능의 즉효성을 나타내고자 함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누가복음의 관심에 의해 추가, 첨가된 표현들

  한편 누가복음은 이방인을 상대로 하는 전도와 선교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에는 전혀 보이 않는 표현을 첨가, 또는 추가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47절’에 나타나는 전도관련 모습입니다.

  마가복음의 유사한 표현을 보면 ‘모든 사실을 여쭈니’로 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누가복음 저자는 ‘모든 사실’이라는 표현을 둘로 나누어 기록했습니다. 하나는 여인이 ‘왜 예수의 옷에 손을 댔는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예수의 옷에 손을 댄 결과가 무엇이냐’와 관계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여인은 예수의 옷에 손을 대자 병이 치료되었다고 “모든 사람 앞에서” 말했습니다. 전형적인 전도와 선교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전도와 선교에 대한 관심이 신학적으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여인이 간증하기 전에는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는 치유의 선언이 없었습니다. 그 치유선언은 분명하게도 여인이 간증을 마친 후에 선포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누가복음 저자에 의하면 완벽한 치유는 치유받은 경험 뒤에 반드시 간증으로 나타나야 치유의 은총이 확정된다는 개념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다른 복음서들과는 달리 누가복음 저자에 의하면 예수에 의해 받게 된 복은 반드시 입으로 전해져야 하며, 그럴 때 비로소 허락된 그 복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복음 저자와 마가복음 저자와의 차이점

  하지만 이런 개념은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는 전혀 암시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가복음에는 여인이 예수 앞에 엎드려 모든 사실을 말했을 때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라는 치유선언이 있었습니다. 이 선언은 현재 명령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엎드렸다는 것은 예배자의 모습을 말합니다. 따라서 마가복음은 예배를 통해 치유의 은총이 확정된다고 보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 저자의 독특성

  마태복음에 의하면 예수와의 일대일 대면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예수께서는 여인이 겉옷을 만지자마자 돌이켜 그를 보시면서 치유선언을 하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가복음에서처럼 엎드렸다는 표현도 없고 누가복음에서처럼 간증의 모습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즉시성’, ‘즉각성’만이 도드라져 나타날 뿐입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에 의하면 치유의 은총은 예수께 나와 일대일로 대면할 때 순간적으로 즉시 발생하는 은총의 역사임이 강조됩니다.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신앙적, 신학적 관점들

  분명한 것은 마가복음 저자나 마태복음 저자, 그리고 누가복음 저자 세 사람 모두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사건의 내용이 매우 비슷합니다. 그래서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던 여인이 치유받았다는 이적사건은 단일사건이 세 가지로 표현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심할 수 없게도 복음서의 저자들은 한 사건에 대한 “문서자료”를 바탕으로 자신들 신앙적 입장과 신학적 관점, 자신들의 삶의 상황과 여건, 혹은 처지에서 제각각 자기 방식에 따라 한 분 예수를 증언하고 고백하며 전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복음서만이 아니라 성서의 모든 본문들을 읽을 때에는 본문에 기록된 사건이 역사적 상황 속에서 발생했던 사실을 있었던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아님을 알고 ‘이 본문에서 어떤 예수를 만나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믿음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럴 때 예수에 관한 믿음, 예수를 향한 믿음을 위해 기록된 성서의 뜻이 시공을 넘어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신 은혜가 내일에도 나타나게 됩니다.

  예수 안에서 내일을 내다보는 중에 어제의 예수와 오늘의 예수가 내일에도 변함없는 은혜로 역사하시는 중에 큰 복을 누리실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