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메르스 비극

온나라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고 있다. 3년 전 중동지역에서 처음 시작된 메르스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서 낙타로부터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옮겨온 것이다. 한달여 전에 우리나라 수도권에서 발병된 그 질병이 이제는 전국으로 번졌다.오늘 (6월 17일) 현재 확진자가 162명이고 사망자는 20명이다. 격리자는 6천 508명이나 된다.

치사율 1%도 안되는 보통 독감과는 달리 ,치사율이 10%가 넘는(중동에서는 30%- 40%였다) 매우 위협적인 메르스 사태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다. 메르스는 병원 내 감염을 벗어나 이제 지역사회 감염 단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들이 나오는 것은 지역 감염을 알리는 신호다. 지역사회 감염단계에 이르면 속수무책이 되는 것이다. 이러다가 메르스가 아예 풍토병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사람들은 외출이나 모임을 꺼리고 있다. 이미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포기가 10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나라 경제는 얼어붙고 있다. 전국 유명 관광지는 한산하다.

의료선진국이라고 자랑해온 나라가 왜 지경이 되었나? 지난해 세월호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국가란 무엇인가. 또 기업은 무엇인가, 이런 근원적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양심적인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초기 진압 실패를 꼽는다. 소위 골든 타임을 세월호 때와 마찬가지로 놓쳤다는 말이다.그 실패로 인해 호미로 막을 것을 중장비로도 막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실패의 결정적 요인으로  허술한 대처를 한 정부와 서울삼성병원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메르스 발병 초기부터 삼성병원을 치외법권적 영역에 두면서 진실 은폐에 협력했다. 처음부터 정부는 유독 삼성재벌이 운영하는 삼성병원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그 병원을 비호했다.정부는 삼성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임을 웬만한 국민들이라면 다 알고 있던 시점에서도 병원 이름을 비밀에 붙였다(D병원이라 하며 ).

이런 조건 아래서 삼성서울병원은 여러 차례 거짓말을 공개적으로 하거나 진실을 은폐했다.진실 은폐나   거짓말은 메르스 확산을 가져왔고, 국민들이 그 피해를 지금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초기에 삼성병원이 한 거짓말이나 은폐 사실을 보면 이렇다. 첫째, 수십명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가 첫 메르스 환자에게 노출된 것을 몰랐다고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둘째, 14번 환자가 5월 31일 양성 확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6월 7일까지 숨겼다.  셋째, 그 병원 의사인 35번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을 은폐했다.넷째, 삼성서울병원장은 6월 7일 응급실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와 연관된 893명을 격리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메르스 노출자를 모두 발표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노출자들에 대한 신속한 격리 조치나 병원 폐쇄 등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메르스 확진자 가운데 절반 가량이 되는 72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발병했다.그런데 그  72명 가운데 무려 34명이 그 병원의 관리자 명단에 없던 사람들이다.이 사실만 해도 삼성병원의 은폐,거짓말이 얼마나 심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도 삼성병원에서 감염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편 그 병원에서 일하는 3천명에 가까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감염 실태 파악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애당초 관리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그들은 메르스에 걸려도 감염 사실을 드러내기조차 두려운 근로조건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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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뚫린 겁니다"

이는 지난 6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에 나온 삼성병원 의사(감염내과 과장)가 한 말이다. 삼성을 대표한 그가 한 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번 메르스사태의 책임을 정부쪽으로 넘기려고 이 말을 했겠지만 나는 달리 들었다.국가가 일반국민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독점자본-재벌을 위한 기관으로 전락되었다는 사실을 천명한 말로 들었다. 독점자본이 제 멋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국가(정부)의 시스템에 구멍이 뻥 뚫렷다는 말이다.

삼성재벌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초법적인 특권을 누리며 성장하는 길을 걸어왔다.시간을 거슬러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는 X파일 사건, 태안 기름유출사건, 삼성전자 백혈병사건 등을 잘 기억하고 있다.이 사건들에서 삼성은 언제나 치외법권적인 행동을 했고 법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여지 없이 섬성은 치외법권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삼성은 이윤의 극대화를 꾀하고, 일반 국민은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 피해는 차치하더라도 생명을 잃거나 병을 앓으며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이윤은 독점자본에게, 손실은 사회에'라는 명제를 그대로 실천하는 성실한 모습을 삼성은 잘 보여주고 있다. 과연 삼성공화국다운 기개다.

마치 흡혈귀처럼 오로지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재벌들, 천민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도 없는  재벌들 가운데 으뜸인 삼성 재벌, 시대착오적이고 야만적인(어찌 보면 반자본주의적인) 무노조 경영원칙을 고수하며 온갖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는 삼성,그룹 전체 주식의 5%도 안되는 지분을 갖고 있는(참고로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이건희 일가가  경영권을 휘두르는 희한한 삼성, 북한처럼 3대째 세습을 하는 매우 기형적인 삼성이 골목상권에까지 침투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그런 삼성이 이제는 생명을 다루는 의료사업에마저 뛰어들어 활보를 하고 있는 형국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사람보다 돈! 생명보다 이윤!이라는 이념을 갖고 선무당처럼 날뛰는 오만한 꼴을...  경제에서 소위 '낙수효과는 없다'는 것이 명백한 진실로 밝혀진 지 오래인데 독점자본에게 다수 국민이 희생당하는 삶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가. 세월호 승객들처럼 가만히 있다가 그냥 죽어야 하는가.

그동안  삼성은 의료가 돈을 버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왔다. 노골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민영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의 일관된 주장이었다.이에 그동안 정부는 삼성을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들의 공공병원의 비중은 평균 73%이다. 그러나 한국은 10%가 안된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50%가 조금 넘는 정도다. 미국과 함께 꼴찌에 가깝다. 그런데도 의료를 더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시장에 맡기자는 삼성의 의료영리화 정책이 그동안 이 나라의  정책이었다. 박근혜 정부도 이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낙타가 흔한 중동 지역에 사셨던 예수께서 낙타에 빗대어 진리를 선포하신 적이 있다.

"재물이 많은 사람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눅18:24-25)

이는 오늘날로 말하면 재벌 2세나 3세쯤 되는 부자 청년에게 던진 말씀이다. '나는 모범적으로 반듯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며 뽐내는 부자에게 던진 돌직구였다.사랑이신 예수께서 왜 이리 송곳같은 말씀을 날리셨을까? 예나 지금이나 돈을  많이 모은 부자- 자본가는 오로지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냉혈한임을 훤히 알고 계셨기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돌직구를 날리신 예수는 자연스럽게 야훼 하나님의 돌직구도 연상케 하신다. 구약성서의 핵심사건인 출애굽 사건에서 바로왕과 그 체제를 열번이나 두들겨 패 격파한 모습이다.히브리를 비롯한 수많은 노예들을 착취해 쌓은 강고한 부와 권력 체계를 히브리 노예들과 함께 파쇄해 버린 장엄한 광경이다.

예수 복음을 왜곡시켰다는 어처구니 없는 오해를 받고 있는 사도 바울은 또 어떤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경험을 가진 그는 이른바 믿음으로 얻는 칭의- 구원을 이렇게 명쾌하게 가르쳤다. 골1:13-14절에 압축된 그의 가르침을 들어보자. 이는 아마도 소위 구원파적인 구원론을 갖고 있는 많은 한국교회을 향해 날리는 또하나의 강펀치일 것이다. 이는 예수 믿고 세례 받으면 천국 가는 티켓은 이미 따놓은 당상인줄 굳게 믿고 방종한 생활을 버젓이 일삼는 많은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거짓 믿음을 분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기독교라는 간판을 걸어놓은 채 실제는 교회에 금송아지-돈신을 만들어놓고 ,육신적인 복을 빌며 뜨겁게 섬기는 많은 교회들을 부수는 강력이다.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속량 곧 죄사함을 얻었도다"(골로새서 1:13-14)

여기서 우리는 칭의- 구원이란 '주권의 전이'(Lordship change)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이 구절에서 '속량 곧 죄사함'은 소위 칭의를 의미한다. 그리고 '권세' 와 '나라'라는 단어는 통치의 개념이다. 예수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 주제는 하나님 나라였다. 그 나라는 사랑이 지배하는 마음이요 사회다. 여기서 사랑은 정의(Justice)를 동반한다. 정의가 없는 사랑은 허구다. 그런데 그 정의는 저마다 정당한 제 몫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생산의 주체요 ,모든 이윤 창출의 주역인 일꾼이 가장 큰 몫을 누리는 게 공정한 정의와 사랑이 실현되는 핵심적인 관건이다.

그런데 바울은 칭의- 구원을 그 하나님 나라와 직결시켰다. (구약성서에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하나님 나라라는 말을 바울은 그의 서신에서 무려 10여 차례나 썼다.) 즉  인간이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고, 구원을 받는다는 것은 사랑과 생명이신 하나님의 지배를 받는 마음으로 사는 삶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의지함으로써 되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흑암의 지배를 받던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과 생명의 지배를 받는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이 칭의요 구원이다. 이를 위해 십자가 은총은 반드시 필요하다. 십자가는 흑암의 지배를 받는 옛사람을 죽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롬6장)

그러면 바울 시대에 흑암은 무엇이었나.

그 시대는 로마제국시대로서 기본적으로 노예제사회였다.모든 생산과 이윤을 창출하는 주체인 노예를 착취하는 구조가 자국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견고하게 자리 잡았던 시대다. 때문에 흑암의 권세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런 착취구조 즉 돈이 왕노릇하는 사회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동시에 그런 사회 환경 아래서 형성된 개인의 마음도 베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니까 인간 개인이 벗어날뿐 아니라 사회도 동시에 돈이 지배하는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오늘의 칭의와 구원은 무엇인가.

내 마음과 삶에 있어서 주권의 전이가 없는 구원이 있을까. 개인의 주권의 전이가 없는 사회의 주권의 전이가 가능할까. 전체 사회의 주권의 전이가 없는 개인의 주권의 전이가 얼마나 가능할까.

오늘의 시대가  바울 시대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없다고 본다. 사람보다는 돈, 생명보다는 이윤을 앞세우는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다른 점이 있다면 생산과 이윤 창출의 주역인 일꾼들이 예전에는 보이는 사슬에 매여있었으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 사슬에 매여있다는 점이다.그리고 지구촌 전체에서 더욱 세련되고 체계적으로, 돈이 왕노릇하는 사회의 착취가 실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 속에서부터 돈이 왕노릇하는 세상에 물든 속성을 베어버리지 않고서는 하나님 나라를 맛볼 수 없다. 또한 돈이 왕노릇하는 사회를 사랑과 생명이 왕노릇하는 사회로 변혁시키는 일에 투신하지(저마다 자신의 일터에서) 않고는 어느 사람도 온전한 구원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은 소돔에서 그랬듯이 오늘도 의인 10명을 찾고 계시다.마음의 주인이 돈에서 사랑과 생명이신 주님으로 바뀐 사람을 찾고 계시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사랑과 생명이 지배하는 세상을 소망하며 지금 여기서 자신과 사회의 주권의 전이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을 성령은 양육하시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 .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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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성목사 (평안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