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절실함이 이긴다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5년 05월 09일 (토) 10:34:23 [조회수 : 1828]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드라마의 한 대목. 어머니의 재능을 천부적으로 이어받은 유명 요리사의 딸은 누군가와의 요리 대결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아마도 내심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누가 이기겠냐는 딸에게 어머니는 무심하게 네가 질 거 같다고 말한다. 이유를 묻는 딸에게 어머니는 또 다시 무심하게 말한다. 왜냐하면, 상대는 절실하니까. 너는 그에 비하면 많이 가졌으니까.

검술 세계의 두 고수 간 싸움을 상상해본 적이 있었다. 목숨을 건 사람과 제 목숨을 지키려는 사람이 싸울 때, 실력이 비슷하다면 누가 이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둘 다 목숨을 걸고 싸울 때는 어떨까? 이 경우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이 싸운다면? 아마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이 이기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는 상대보다 절실할 테니까.

정치가 무너지고, 경제가 무너지고, 교육이 무너지고, 교회가 무너진다고들 난리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기에 모두 분주하기는 하다. 세미나에, 특강에, 집회에, 독서에... 그러나 힐링의 약발도 그리 시원치 않고, 온갖 특단의 처방도 그리 신통치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쩌면 처방의 문제가 아니라 절실함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한 시민운동가가 방송에 나와 이 사회의 변혁을 토로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유명한 사람들이 감옥에 들어가 주어야 한다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불의에 저항하고 불의한 세상의 감옥을 채워준다면 어떻게 세상이 바뀌지 않겠냐고 말이다. 상상해본다. 모든 교회의 최고 지도자들이 이 불의한 땅의 감옥을 채운다면, 그들이 들어가고 남은 자리가 어찌 천국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소위 ‘유명하다’는 사람들은 그리 절실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문득 예수님의 말씀들이 새롭고 놀랍게 다가왔다. 아니, 한 인간이 이천 년 전에 어떻게 이런 말들을 할 수 있었을까? 시대를 초월하고 인간의 영혼을 쪼개는 이런 말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러다 결국 이런 생각에 다다랐다. 그는 매 순간 자신의 말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성경은 그가 원래는 신과 동일했으나 자신을 비워 인간이 되었다고 전한다. 인간이 되어 죽음을 향해 나아갔다고 말이다. 그는 이미 가진 모든 것을 넘어 자기 자신까지도 비웠다. 왜냐하면, 가진 자는 절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구원을 위해 그는 스스로를 절실함으로, 절박함으로 내몰았다. 어쩌면 지금 먼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해결책이 아니라 이 절실함일지도 모른다. 절실함, 스스로를 비우고 가진 것을 버려야 간신히 얻어질 그 절실함 말이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찾을 것이다.” (마 16:25)

이진경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36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