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斷腸)¹⁾의 서(書)

1.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We shall overcome!

여러분 이 구호는 1960년대 미국 흑인민권운동 때에 즐겨 불렸던 노래입니다. 백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저항운동은 현대의 출애굽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킹 목사의 정의로운 평화에 대한 생각은 인도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마하트마 간디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간디의 사상과 운동은 예수님의 산상수훈과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섰던 우리 민족의 3.1운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부터 3.1운동, 간디의 운동, 킹 목사의 운동,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의 흑인해방과 평화적인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모든 운동들이 이스라엘의 출애굽 사건에 근거한다는 것입니다.

2. 저는 오늘 감신공동체가 수행해야 할 또 하나의 작은 출애굽 운동에 관심이 있습니다.

1992년 감신대의 두 신학자들의 출교 사태 이후, 감신대 이사회는 그 이전까지 총장에게 위임되었던 교원인사권을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2007년에 감신대 이사회는 사립학교법이나 다른 대학에는 없는 정관개정을 했습니다. 이로써 학교의 모든 인사, 재정, 규정제정의 권한이 이사회와 특히 이사장에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제 전임 총장때부터 학교는 교원의 신규채용은 물론이고 승진에 있어서도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해 조경철 당시 교무처장과 현 총장에 대한 징계입니다.

감신대의 128년 역사에 있어서 오늘 우리가 이루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감신대의 대학으로서의 자율성을 회복하되 교단 신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키는 것입니다.

3. 저는 2015년 4월 6일에 학부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의 법인 사무실 점거와 교수평의회의 천막농성이 시작된 이후 기도하고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저도 교수평의회와 총학생회 그리고 무엇보다 총여학생회의 이사장 ‘막말’에 대한 분노에 깊이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사장을 찾아가 사과와 일괄타결안에 대한 말씀을 정중하나 단호하게 요청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교수평의회는 총장의 제안은 물론이고, 이사회의 특별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제안을 거부하고 교수 16명의 명의로 이사장의 교수회 불법도청과 사찰을 규탄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습니다. 이사장의 2015년 4월 20일 담화문이 밝혔고, 총장의 4월 23일 담화문이 추가로 확인된 사실을 공표한 대로 불법도청과 사찰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교수평의회는 CBS 저녁 뉴스로 방영된 대로 이사장과 법인의 재정비리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만을 담은 “감신사태 Q&A"를 통해 감신대가 모든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호도하였습니다.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저는 이제는 더 이상 학내 핵심 구성원들만이라도 긴급하게 대화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부학생 대표, 대학원학생 대표, 직원 과부장대표, 직원노조 대표, 보직교수 대표, 교수평의회 대표 등을 망라하는 범 감신 원탁회의를 제안했던 것입니다. 이는 일부 이사들에 대한 불신으로 진상조사는 물론이고 일체 대화도 진행될 수 없는 난국을 돌파하고자 하는 저의 충정이었습니다. 원탁회의를 통해 합의된 사항은 그 어떤 것이라도 총장인 제가 책임지고 이사장과 이사들을 만나 대화와 타결을 시도하겠다는 결의도 밝힌 바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저는 비장한 각오로 금식기도를 시작했습니다.

4. 하지만 이것이 웬일입니까?

2015년 5월 4일에 학부 총여학생회 회장이 웨슬리 채플 종탑에 올라가 시위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른바 ‘고공농성’을 여학생이 하게하고, 그 밑에서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사람들에게 탄식하며 고통 속에서 호소합니다. 이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과연 선지동산에서 정의회복을 위한 바른 길입니까? 왜 여러분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길을 버리고 이 세상의 극한투쟁의 방식을 구태여 선택하십니까? 무엇이 두렵습니까? 우리의 문제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라고 보는 데에는 감신대를 사랑하는 많은 학내외에 있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애써 싸워왔던 목적은 무엇이었습니까? 학교의 공공성과 자율성의 회복이었습니까 아니면 교단 신학교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것도 불사하고 여러분이 좌지우지하는 학교장악입니까?

자, 이제는 더 이상은 안됩니다. 교수평의회 교수들에게 강력히 경고하며 동시에 간곡히 권면합니다. 더 이상 학생들을 여러분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동하고 동원하여 희생시키지 마십시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범 감신 원탁회의에 나오십시오.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며 우리의 문제와 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함께 성취합시다. 우리는 다 같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감신대의 오랜 숙원인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서로간의 불신으로 놓치지 맙시다.

우리 다 같이 함께 승리자가 됩시다. 오늘의 어려움을 딛고 감신대를 들어 세계 복음화의 선두주자로 사용하시기 원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약속의 땅을 향하여!

2015년 5월 6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장 박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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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네이버 국어사전: 단장(斷腸)[명사]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