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가 대법원으로부터 21세기 찬송가의 출판 독점권을 인정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4월 23일 한국찬송가공회가 제기한 ‘21세기 찬송가(해설찬송가 및 한영찬송가) 출판금지청구권’ 소송에서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가 계약한 출판권이 여전히 유효하며 이 두 기관의 동의나 허락 없이 제삼자에게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를 허락한 것은 피고들의 출판권을 침해한 것으로, 이는 계약 위반이며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서울고등법원에서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사건의 개요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2007년 9월 5일 찬송가공회와 21세기 찬송가에 대한 3년간의 출판권 설정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9월 7일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출판권 등록을 마쳤다.

이 계약은 한국찬송가공회와 기독교서회, 예장출판사가 각각 2005년과 2006년에 체결한 합의서에 근거한 것으로 이 합의서에는 해설찬송가를 포함한 ‘모든 찬송가’의 출판권이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찬송가공회는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 21세기 찬송가 출판의 독점권을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서원 등 4개 출판사와 2007년 9월 20일과 2007년 12월 3일에 21세기 해설찬송가 및 한영찬송가의 출판을 3년간 허락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 사실이 밝혀지자 찬송가공회는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와 체결한 계약서에는 ‘모든 규격’의 찬송가 출판을 허락한다고 명시돼 있고, ‘모든 규격’은 종류가 아니라 ‘사이즈’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설찬송가나 한영찬송가의 출판권을 일반출판사에 주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합의서의 내용으로 보나 그동안의 관례로 보나 ‘모든 규격’의 찬송가는 해설, 한영, 무곡, 반주용 등 모든 종류와 사이즈의 찬송가를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이중계약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한국찬송가공회와 일반출판사(성서원, 생명의말씀사, 아가페출판사, 두란노서원)를 상대로 ‘21세기 해설찬송가 및 한영찬송가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2008년 9월 17일 가처분 신청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한국찬송가공회와 일반출판사들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 이의신청을 했으나 11월 3일(2008) 기각 당했다. 이에 불복해 다시 항고했지만 2009년 6월 26일 기각 당하였으며,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재항고했으나 대법원에서도 재항고가 ‘이유 없다’며 기각 처리했다.

한국찬송가공회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2008년 9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판결(1심)을 통해 찬송가 출판권에 관한 원고들의 신청을 기각하고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2011년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과 달리 3년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으며, 서회와 예장이 수만 권의 찬송가를 찬송가공회의 허락없이 불법으로 인쇄하여 판매했고, 계약 기간 중 먼저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파괴했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이에 항소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다.

지난 23일 대법원은 마침내 서울고등법원의 원심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한국찬송가공회와 당초 독점 계약을 체결한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의 출판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에 이 소송이 올라간 지 4년 4개월만의 판결이다.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의 출판 기간이 종료되었다는 고등법원 원심의 판단은 오류다.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2007년 한국찬송가공회와 ‘21세기찬송가 출판권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기간은 3년, 하자가 없는 한 연장한다”고 약정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원칙적으로 출판권설정 계약은 연장되고 다만 ‘상호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계약이 종료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출판권 설정 계약 체결의 목적과 경위 등에 비추어볼 때, 비록 계약 기간이 3년으로 정해졌지만, 계약상 의무 위반(찬송가공회의 허락없이 불법으로 찬송가를 찍었다, 계약 대상자가 소송을 제기함으로 신뢰관계를 깨뜨렸다 등)을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인정하여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고 결론을 내린 원심 판결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찬송가공회가 통일찬송가를 제작한 이래 21세기 찬송가의 제작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만 출판권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소속 기독교 교단들이 찬송가 출판사업의 이익을 배분받도록 했기 때문에(개인출판사가 아니라 교단들의 의사가 반영된 계약 관계라는 점에서) 계약이 함부로 중단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가 일반찬송가에 포함된다고 보지 않은 원심은 정당하다. 그러나 피고들의 동의나 허락 없이 제삼자에게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를 허락한 것은 피고들의 출판권을 침해한 것으로, 계약위반이고 불법이다.

찬송가공회는 그동안 21세기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가 일반찬송가와는 다른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므로 일반출판사와 계약한 것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근거해 찬송가공회와 일반출판사들은 21세기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에 각각 해설과 영어번역문을 덧붙였기 때문에 21세기 찬송가와 구분되는 2차적 저작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원심(서울고법)에서도 찬송가공회의 이러한 주장을 인정한 것. 그러나 대법원은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가 일반찬송가에 포함된다고 보지 않는 원심은 정당하나, 해설이나 영문 번역 가사 부분을 제외하고는 해설찬송가와 한영찬송가가 일반찬송가와 동일하기 때문에 이 찬송가들을 출판하는 행위는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의 출판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 이러한 이유에 따라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다.

대법원 판결의 파장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의 21세기 찬송가 출판권을 인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남은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선 2015년 4월 23일의 대법원 판결은 2008년부터 시작된 21세기 찬송가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21세기 찬송가 출판에 대한 권리가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 있다고 최종 확정될 확률이 매우 높다.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 대한 출판권 인정은 동시에 한국찬송가공회가 일반출판사와 체결한 모든 계약이 불법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2015년 5월 7일로 예정되어 있는 ‘21세기 찬송가(일반찬송가) 출판금지청구’ 소송의 고등법원 판결(2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송은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가 한국찬송가공회와 일반출판사를 상대로 항고한 것으로 1심에서는 계약 만료를 이유로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 출판권이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으나 이번에 대법원이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의 출판권을 인정함에 따라 2심 재판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2심 판결에서 일반찬송가의 출판권이 확정되면, 출판권 논쟁은 일단락된다.

이 재판에서는 특히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가 기존 찬송가공회로부터 정식 승계를 받은 ‘정통한 단체인가’의 문제가 함께 다루어지고 있다. 만일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가 적법하게 승계를 받지 못했다면 21세기 찬송가에 대한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며, 자연히 소송당사자도 될 수 없다.

5월 7일 재판에서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가 적법한 승계를 받지 못했다는 판결이 나면, 현재 충청도청과 진행중인 재단법인 해산에 대한 행정재판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21세기 찬송가’ 문제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찬송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법적인 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찬송가 시장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