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과 역생

아침 산책 길

산후안 가는 길 마른 논에서

마른 볏짚을 먹던 소가 밭에 똥을 눈다.

더 멀리 있는 카라바우도

그리고 떼를 지어 뛰어 다니는 신나는 말들도

논밭에 똥을 싼 것이

마치 사람이 거름을 뿌린 것처럼

여기 저기 꺼멓게 흩어져 썩고 있다.

풀을 뜯어 먹은 가축은 똥을 싸 땅에게 보답하고

땅은 다시 싹을 내어 짐승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소들과 말들은 자연과 말없이 상리공생(相利共生) 한다.

이른 아침 아이들이 학교 가는 분주한 길

집집마다 풀어 놓은 개들이 길바닥에 똥을 싼다.

여자 아이들이 상을 찡그리며 피해가고

미처 모른 차들이 짓뭉개고 지나간다.

그 똥은 뙤약볕에 하루 종일 말라 먼지가 되고

저녁나절 바람에 날려

사람들의 콧구멍으로 들어간다.

다 같은 똥이지만

밭에 누우면 공생(共生)이고

시멘트 길바닥에 싸면 역생(逆生)이 된다.

똥 자체가 더러운 게 아니고

아무데나 싸고 다니는 게 더러운 것이었다.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여기오니 가끔 개고기를 먹으며 나보고 먹어 보란다.

먹는 척 하고 먹지 않는다.

전에는 먹은 적도 있지만, 애완견을 데리고 있고 부턴

개고기가 전혀 입에 땅기지 않는다.

사정이 있어 우리 집에 한 달 함께 지내던

한 애완견의 충성심과 재롱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녀석은 내가 우리 집에서 제일 어른인 것을 알아채고는

내가 잠잘 때는 내 머리맡에서 항상 나를 지켜준다.

아무도 나의 잠을 방해 하지 못하도록

자는 동안 누가 나를 터치하면 앙칼스럽게 물려고 한다.

또한 내가 밖에 나갔다오면

두 발을 동동 구르며 그렇게 반가워 할 수가 없다.

사람보다도 더 정이 묻어나게 다가오고

충성스럽게 내 몸을 지켜 주는 영특한 동물을

내 어찌 음식으로 만들어 졌다고 먹을 수 있으리!

똥개들이 길바닥에 돌아다니며 똥을 쌌다고

그놈들을 나무라고 싶진 않다.

짐승 주제에 어떻게 화장실을 찾아가 볼일을 볼 수 있겠는가.

방견(放犬) 하는 그들의 주인을 탓할 뿐이다.

착함(善)과 악함(惡)이 어찌 절대적인 개념이며

거룩함(聖)과 더러움(俗)이 어찌 고정된 개념이랴.

닫힌 자에게

똥은 언제나 더러운 것이고

열린 자에게

똥은 언제나 타협의 의지가 있다.

하여 예수께서는 선과 악, 성과 속의 담을 넘어

모든 이들에게 긍휼한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으셨던가.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가 오지만

지구는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 지구촌에 잠시 신세지었다 떠나는 인생

한 줌의 거름이 되느냐 아니면 공해가 되느냐는

나의 의지에 달렸다.

우주를 통째로 바라볼 때

인간이 지구촌에 와서

무엇을 하다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개선? 발전? 변화? 성장? 과학? 문화?

그런 말들은 인간들이 하는 말이고.

하나님 입장에서 보면

고요하고 평온한 하나님의 동산을 마구 더럽히다 가는 게 아닐까?

아름답고 평화로운 주님의 정원에

길가의 개처럼 오물만 남기고 가는 건 아닐까?

길바닥에 엉거주춤 뒷다리를 꾸부리고

나를 째려보며 똥을 싸는 개의 행위가 예사롭지 않다.

그 녀석을 더럽다고 흉보는 동안

혹시 그 녀석은 자기보다 더 심각하게

지구를 오염시키는 인간들의 모습을 비웃으며

시위하는 게 아니었을까?

누가 인간을 개만도 못하다 했던가!

오늘 아침 똥개의 추행을 바라보며

하나님 앞에 선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2015년 3월 10일

하나님이 만드신 평화로운 자연을 바라보며

인간의 오만과 자만을 생각해 보다.

산후안 아침 산책을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