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엔 계란을 삶아 나눠먹고, 부활절예배와 행사를 하는 게 각 교회들의 예삿일이다. 하지만, 안성의 섬김의집(참살이 힐링마을) 이호영 목사와 교인들(6명)은 지난 4일 의외의 일을 벌였다.

교회에서 하는 일에 절에서도 마음을 같이 해.

안성 보개면 신장리 장골마을 뒷산 꼭대기에 위치한 섬김의집이 아침나절부터 수상하다. 봉고차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고, 트럭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승용차와 택시가 오고, 심지어 트랙터가 올라온다.

▲ⓒ 이날 심을 편백나무 묘목 앞에서 작업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이호영목사는 20년 전 여기에 오면서부터 꿈꾸어 왔던 일이 이루어진다며 미소를 지었다.

봉고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알고 보니 인근지역 마을 사람들이다. “오늘, 잔치가 있대서 모이는 겨”라는 한 어르신의 말처럼, 그런 날인가 보다 싶다. 식당주방에서부터 배어나오는 구수한 음식 냄새가 그걸 말해준다.

마을을 지나야 섬김의집에 갈 수 있다. 마을을 지나려다 눈에 띄는 현수막 하나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말해준다. “편백나무 심기. 치유의 작은 겨자씨 운동”. 아하! “다른 건 몰라도 오늘은 편백나무는 심는다는 거다.

하지만, 그 문구 밑에 ‘섬김의집’이 아니다. ‘영평사’라고 쓰여있다. 그럼 오늘 이 행사는 영평사가 주최하는 걸까. 이 목사가 “오늘 이 행사에 영평사 주지스님도 초대했다”는 말에서 해답을 찾았다.

이 마을 영평사에서도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합한 거다. 평소 ‘영평사’와 ‘섬김의집’이 어떻게 협력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람을 섬기는 일에 ‘내 종교 네 종교’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렷다.

마을주민, “좋은 일 하시는디 나도 뭐라도 도와야제”

자세히 보니 아침나절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날 행사를 도우려고 온 사람들이다. 그동안 이목사가 미용봉사(이목사는 ‘가위손 목사’로 알려져 있다)로 섬긴 사람들이 이날 행사를 위해 수원, 서울 등에서 모여든 사람들이다.

▲ⓒ이날 편백나무 심기는 인근에 있는 영평사에서도 기꺼이 마음을 같이 하고 있었다. 이 현수막은 평소 지역의 사람들을 섬기는 일에 두 종교단체가 협력하고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하다못해 이 마을에 사는 임병두 어르신도 여기 온 목적이 남다르다. “나도 이 마을 주민인디, 울 목사님이 하도 좋은 일을 많이 헝게로 내가 뭐라도 좀 도와주려고 온 겨”란다. 그 어르신의 손에는 장화와 장갑이 들려있다. 나무를 같이 심겠다는 거다.

이날 행사가 단순히 나무 심는 행사를 넘어 ‘연예인 공연행사’로 확대된 것도 순전히 주변사람들이 “기꺼이 함께 하겠다”는 마음이 모인 거다. 이날 사전행사에 나선 연예인들도 모두 무료봉사에 나섰다.

밥차 업체에서도 이날만큼은 밥차가 무료로 출동해 사람들에게 밥을 나눴다. 밥을 나누다 보니 정작 본인들은 밥차의 밥을 먹지 못하고 인근식당에서 사먹는 해프닝조차 이들에겐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이날 심는 500주의 편백나무 묘목도 여러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생긴 나무다. 이목사는 “관청에서나 독지가가 뭉칫돈을 내어 심는 거보다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여러 사람들의 모금을 통해 편백나무 묘목을 1년에 2회 정도 심을 것”이라고 계획을 일러준다.

▲ⓒ이날은 편백나무를 심는 날이면서, 마을잔치를 하는 날이기도 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요즘 앞의 경구를 잊어버렸거나 아니면 믿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린 듯하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이곳은 달랐다. 8년 전, 이호영 목사가 편백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이런 길을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다. 다만, 이목사의 마음의 눈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성시에서도 수차례 관내에 심어보고자 노력했으나, 그 나무들이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역시 안성엔 편백나무가 안돼”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던 터였다. 이 목사가 “편백나무를 같이 심어보자”고 제의했을 땐, 말이 먹힐 지점이 별로 없었던 거다.

이런 분위기를 안고 이 목사와 교인들은 8년 전에 편백나무를 심었다. 처음엔 풀숲에 심었다가, 풀의 기운에 눌린 나무들이 죽었다. 실패를 거울로 삼아 포기하지 않고 풀숲이 아닌 비봉산 등산로에 편백나무를 심었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 편백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안 된다”고한 사람들의 선입견을 뚫고 나무들은 오늘도 잘 자라고 있다. “안성에서도 편백나무가 잘 자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세상에 알리면서 말이다.

▲ⓒ 이호영목사와 함께 편백나무를 심고, 집을 짓고, 길을 내는 등 여기를 치유의 동산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해온 이 마을 주민이자 교인들이다.     ▲ⓒ이호영목사와 함께 편백나무를 심고, 집을 짓고, 길을 내는 등 여기를 치유의 동산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해온 이 마을 주민이자 교인들이다.

편백나무를 왜?

왜 이토록 이목사와 섬김의집 사람들은 편백나무 심기에 집중할까. 세상을 섬기겠다고 시작한 ‘섬김의집’ 사람들은 20년 동안 세상을 섬기기 위해 두릅나무를 심고, 닭장을 짓고, 막노동을 같이해서 집을 짓는 등의 일을 함께 해왔다.

그들은 여기를 ‘치유의 동산으로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꾸밀 계획에 있다. 여기를 ‘참살이 힐링마을’이라고도 하는 이유다. 그들은 비봉산 등산로에 심긴 편백나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치유 받으며, 나아가 이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꿈꾼다.

이것이야말로 2000년 전 무덤에서 이 시대로 예수를 부활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부활절에 이들은  "세상을 섬기러 왔다"던 예수의 정신을 심고 있었던 거다. 앞으로 부활을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