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부활절을 맞은 한국교회의 부활절예배 모습은 이전의 그것들과는 달랐다. 외형적 연합만 강조되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단체들이 다양한 시간과 장소와 예배방식으로 사망 권세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찬미했다.

NCCK 부활절예배…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주제

▲ 중앙루터교회에서의 NCCK부활절 새벽예배 모습

다양한 부활절예배의 첫 문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열었다. NCCK는 부활주일인 5일 오전 5시 서울 후암동 중앙루터교회(최주훈 목사)에서 ‘2015년 한국기독교 부활절 새벽예배’를 개최했다.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를 주제로 드려진 NCCK 부활절 새벽예배는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노숙자들, 일본으로부터 아직 위로받지 못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 속에 부활의 주님께서 찾아가 주실 것을 염원하는 예배로 드려졌다.

김근상 주교(대한성공회)는 “예수께서 갈릴리에서 모이자고 하신 이유는 바로 그곳에 버려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밀양, 팽목항, 비정규직 등 우리 도움이 필요한 모든 곳이 오늘날 갈릴리”라고 설교했다.

이어 “우리 시대의 갈릴리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는 것이 우리가 부활의 증인이 되고,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예수님도 분명 고통스럽고 아파하는 이들을 찾아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손을 잡으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이 공동으로 작성한 ‘2015년 부활절 남북공동기도문’으로 함께 기도했다.

교단연합 부활절예배… ‘그리스도의 부활, 화해와 통일로’ 주제

▲ 교단 엽합 부활절예배에서의 백남선 예장합동 총회장 설교 모습

오후 3시에는 ‘교단 연합’을 표방한 2015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대회장 이신웅 목사) 주최 ‘2015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가 서울 신촌동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드려졌다.

‘그리스도의 부활, 화해와 통일로’를 주제로 40개 교단 및 성도들이 참석(주최 측 주장)한 가운데 진행된 연합예배는 △하나님 앞으로 나아옴 △말씀의 선포 △성찬 △세상으로 나아감 등 4부로 진행됐다.

백남선 목사(예장합동 총회장)는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고백하는 이 땅의 모든 교회는 매 주일 공동체로 모여 예배할 때마다 같은 믿음의 고백을 한다”며 “주님의 부활 소식이 우리 민족을 생명의 빛으로 인도하실 것”이라고 설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정쟁의 볼모로 잡혀 있다”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우는 자들과 함께 울지 못하고 자녀를 잃은 부모의 가슴으로 탄식하지도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예배 참석자들은 ‘평화통일을 위한 비전 선언문’을 통해 △해방 70주년이 평화통일 시대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 위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사랑이 넘치고 정의가 흐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기도하고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예배… ‘곁에 머물다’ 주제

▲ 광화문 세월호 현장에서의 고난함께 하는 이들을 위한 부활절예배 모습

같은 시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부활절연합예배’가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곁에 머물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연합예배 참석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 차별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장병기 목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는 “진실을 밝혀달라고 절규하는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에 우리의 귀를 닫아버린 우리의 죄를 정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자”면서 “예수의 십자가 수난처럼 고통 속에 떠나간 아이들이 부활한 예수처럼 이 땅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길 기원한다”고 기도했다.

안지성 목사(기독여민회)는 “우리는 이 자리에 고난받는 사람들의 선한 이웃이 되고자 모였다”면서 “하나님께서 고난받는 이웃들을 위로해 주시고 만나 주실 것을 믿는다”고 기도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유예은 양 어머니인 박은희 전도사는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모든 불의한 법이 사라지고 주님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한기총 부활절예배… ‘한국교회 부활절 희망나눔 특별감사예배’

▲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의 한기총 부활절예배 모습

오후 5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한국교회 부활절 희망나눔 특별감사예배’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최로 진행됐다.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한국교회는 예수의 부활로 얻은 희망과 축복을 땅 끝까지 전파할 책임이 있다”면서 “우리가 향할 땅 끝은 가난한 자, 소외당한 자, 고통과 외로움에 처한 자들이다. 이들을 위로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자”고 환영사했다.

박종순 목사(충신교회 원로)는 “기독교는 부활을 믿는 종교”라면서 “부활신앙은 우리에게 소망을 주며, 영적 에너지를 공급해 줄 뿐 아니라 민족정신사의 댐이 된다”고 설교했다.

한기총은 이날, 일본군 위안부를 돌보고 있는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소속 관계자와 다문화가정,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출신의 성도 등 650여명을 초청, 이들 단체에 생필품이 담긴 ‘희망나눔 박스’ 2000개와 함께 지원·격려금을 전달했다.

또한 △부활의 기쁨과 소망을 가지고 복음을 전파하며 복음의 삶을 살 것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눌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장애인, 다문화 가정, 북한 이탈자 가정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그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기감… ‘선교 131주년, 아펜젤러 스크랜턴 내한 130주년, 광복 70주년 감사 기념예배’

▲ 내리교회에서의 기감 부활절예배 모습

한편 기독교대한감리회는 1885년 4월 5일 아펜젤러 선교사가 제물포 항을 통해 조선땅을 밟은 지 130년이 되는 부활주일을 맞아 오후 4시 인천 내리교회에서 ‘감리교회 선교 131주년 아펜젤러 스크랜턴 내한 130주년 및 광복 70주년 감사 기념예배’를 드렸다.

기념예배가 시작되기 전 500여 감리회 성도들과 해외 인사들은 제물포항에서 ‘아펜젤러 선교사 입항 재현 퍼포먼스’ 및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에서 출발 대불호텔터, 신포문화의 거리를 지나 내리교회까지 1km에 달하는 ‘첫발 순례 행진’을 통해 그의 걸음을 회상했다.

전용재 감독회장은 기념예배에서 “가난과 무지, 혼돈과 결박의 권세 속에 희망없이 살아가던 조선 민족이 선교사들을 통해 보여 주신 질그릇 속에 보배, 능력의 근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이 모든 것이 부활의 주님을 주시려고 하신 하나님의 섭리”라고 설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가우처 선교사의 진품 ‘일기’가 충청연회 이성현 감독에게 전달돼으며(아펜젤러순직기념관에 전시 예정), ‘130명 각막이식 수술비 후원금’이 (사)생명을나누는사람들을 통해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