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서울신대에서의 제19회 영익기념강좌 모습

“기독교가 미군정 각 방면에 다수가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군정 당국의 특혜가 아닌 새 시대에 적합한 역량을 가진 풍부한 인적 자원 때문이었다.”

미군정과 기독교,‘특혜’ 관계로 보려는 시각 재고돼야

해방 정국 미군정과 기독교의 관계를 ‘특혜’로 보려는 시각에 대한 재고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서울신대 우석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신대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명수) 주최 ‘제19회 영익기념강좌’에서다.

‘해방 70주년과 한국 기독교’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좌에서 ‘대한민국 건국과 종교: 종교 세력의 건국운동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한 허명섭 교수(서울신대 외래)에 의해서다.

허 교수는 해방 이후 정국에서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나 미군정과의 우호도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기독교가 대한민국 건국의 가장 중요한 세력이 됐던 이유를 기독교의 ‘새로운 시대와 더불어 호흡할 수 있는 적응력’과 ‘준비된, 풍부한 인적 자원’에서 찾았다.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된 한국 6대 종교)기독교, 대종교, 천주교, 불교, 유교, 천도교)의 활동에 대해서 설명을 마친 그는 “주제에서 벗어난 것이지만, 미군정과 기독교의 관계를 ‘특혜’로 보려는 시각에 대해 재고할 것을 도전한다”며 이에 관한 자신의 논지를 피력했다.

대종교 ‘국수적 민족주의’, 미군정  ‘자유민주주의’와 상치

허 교수에 의하면  해방정국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나타냈던 종교는 단군숭배를 기본으로 하는 대종교다.

그는 “1919년 상해임시정부 정원 29명 중 21명이 대종교인이었으며, 이후에도 상당수가 요직에서 활동을 해, 대종교는 ‘임시정부의 종교’, ‘독립운동의 종교’로 인식됐다”며 “따라서 해방정국은 임시정부의 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군정 민정장관 안재홍, 대한민국 초대 정부 부통령 이시영, 국무총리 및 국방장관 이범석, 문교부장관 안호상, 감찰위원회 정인보 등은 대표적 대종교 인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종교 건국운동의 이념적 토대가 우파적 성향이었으나 ‘자유민주주의’가 아니고 단군신앙에 근거한 ‘국수적 민족주의’였다는 점에서, 건국운동이 교단 차원이 아닌 개별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런데 그마저도 기독교에 비해 인적자원이나 국제적 감각이 풍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미군정 우호성 1위 천주교, 영어 구사 능력자 없어 ‘통탄’

허 교수에 의하면 대종교보다 더 우파적 성향을, 기독교보다 더 미군정 우호적 성향을 띄었던 종교는 천주교다.

그는 “해방 공간의 종교들 가운데 천주교의 우파적 성향은 ‘천주교 전체가 일방적 우파 지향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특별했고, 미군정에 대한 우호성은 가장 강했다”면서 “그 중심에는 당시 서울주교였던 노기남 주교가 자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그는 “노기남 주교가 미군정으로부터 인사 관련 천거 요청을 받을 만큼 우호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기남 주교가 ‘호기를 잡았는데도 (천주교에서)가용할 인재가 절대 부족함을 한탄했을 정도로, 이른바 통역정치 시대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미군정 당국의 고위직으로 충원된 천주교 신자는 거의 없었다. 11명의 한국인 행정고문에도 포함되지 못했고, 군정청 각 부처에 임명된 초대 한국인 국장, 부장, 차장 중에는 1명만 포함됐을 정도였다.

기독교, 기형적일 정도로 각 방면에 많이 진출시켜

반면에 미군정 행정고문 11명 중 6명과 군정 초대 한국인 국장 13명 중 7명, 입법의원 90명 중 21명과 초대 제헌의원 190명 중 38명이 기독교 신자였다.

당시 남한 기독교인 숫자는 전 국민의 0.52%로 약 10만여명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기형적’일 정도다.

이와 관련 허 교수는 “개신교가 미군정의 각 방면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당국의 특혜가 아니라 새 시대에 적합한 역량을 가진 풍부한 인적 자원 때문이었다”며 “천주교가 진출시키지 못했던 것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이런 현상을 일반화하기에는 난점도 있지만 여타 다른 종교 세력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핵심 이념에의 충성도 중요하지만 인적 자원의 확보가 없이는 이념의 적용과 실천이 공전(空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강좌에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가 ‘해방정국의 건국 논쟁’이란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고, 김명구 교수(한국교회사학연구원), 이은선 교수(안양대학교)가 각각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