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에 류제희 시인이 산다.
홍명희 시인이 소래포구에 가자는 말에
문득 그 시인이 떠올라
만난지도 꽤 오래 되었기로 만나고 싶어졌다.
소래포구는 여러 번 왔어도
식당에서 회를 먹었기에 마냥
낯설다.
주차할 때
감독 아저씨의 친절에 우리는 초반부터 만족이다.
당신의 노익장을 과시하고 싶어서
"몇 살로 보이느냐"고 해서 한 60쯤이라
했더니
70이라면서 운동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고 자랑이 한참이다.
수원과 소래포구를 연결했던 협궤열차가
없어진 이야기는 들은 지 벌써 오래 전,
오늘은 그 흔적만 남아 철로 위에 步道만 깔렸다.
성긴 구멍으로 도도한 바닷물이 보이는데
마치 나를 삼키려는 것만 같아서 두렵기조차
했다.
전에 홍명희씨는 엉금 엉금 기어서 건너갔다는 얘기만
들어도 몸이 오싹하다.
동행자가 걸음을 멈추길래
나도 덩달아 서서 구경하는데
방게란다.
꼬물꼬물하는 저 귀여운 것들을 사람이
먹다니....
그런 감상을 뒤로 우리는 횟감을 고르느라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아!
재미있는 광경이다.
싱싱하고 값싼 생선을
바닷가에 주저 앉아 먹는데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도 태연하게
먹으니
좋은가보다. 햇빛같은 건 상관 않으니...
"보기 좋아서 찍으려는데 괜찮습니까?"
묻지도 않았는데 내가 먼저 변명을
늘어놓았다.
"제 홈페이지에 기록하느라 그럽니다."
"아~ 그러세요. 연만한 분이 대단하십니다."
응락같아 다시 셧터를 눌렀다.
그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내가 받은 명함에는 옥내외 광고물 기획, 제작, 시공을 하는
예림기획의
실장.
아! 이래서 또 광고가 되는구나.
이를 곁에서 보던 아줌마, 자기도 찍어달란다.
그래서 난 방송기자나 되는것처럼 이런저런
모습을 찍었다.
광성 회 센타의 아줌마, 애교가 많은
여인이다.
포구로 들어오는 배가 하나 둘 늘면
생선을 사려고 모여드는 사람도
많아진다.
가끔 여기 와서 싱싱한 생선을 사다가
가족을 위해 반찬을 만든다면 그 가정은 얼마나 행복할까?
바닷가에서 父子가 회를 먹는 모습이 하도 보기 좋아
사진을 찍었는데, 어린 것이 회맛이나
알려는지?
곁의 아빠는 혼자 반주를 기울이는데, 글쎄 두 사람은 무슨 대화를 나눌까?
뒤늦게 합석한 류제희 시인과 우리 셋은
갖가지(광어, 우럭, 삼식, 낙지, 갑오징어)회를 먹고 정담을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에 번개 번쩍이며 천둥소리 요란했는데 걱정이 밀려온다.
바닷가에서 회를 먹고 있던 사람은 어찌 되었을까?
비가 오면 회가 안팔릴 상인들은 얼마나 노심초사할까를.
사람은 먹기 위해 노력하고
먹으면 밥값하기 위해 또 힘써 일해야 한다.
나는 장마철에 접어들면
무엇을 해야할까를 궁리하는데
밀린 책을 읽기도 하고 한두 편의 수필도 써야겠다.
아~~
내 마음의 포구는 어디쯤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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