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되 그가 우리 누이를 창녀같이 대우함이 가하나이까 > (창34:31)
“디나의 성폭행 사건은 개인은 물론이요, 온 가족이 불행을 당하는 일로 번졌습니다. 여러분! 만약 우리들 가정에서 사랑하는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면 가족들이 가만있겠습니까? 그 당시는 처녀가 첫날 밤에 처녀의 흔적이 없으면 돌에 맞아 죽었고, 제가 처녀 시절에는 아버님은 제 다리를 몽둥이로 부러뜨렸고, 현재 딸을 둔 저나 여러분은 어떤 방침을 가지고 계십니까?”
유 자매의 질문에 성도들은 야곱처럼 침묵을 지키는 속에 영이 엄마의 손을 잡은 박하 할머니의 손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딸이 읽은 구절은 오래 전에 완고한 시어머니에게 손녀가 ‘우리 엄마를 창녀같이 대우하나요?’라고 항의함으로 집안에 풍파를 일으킨 사건 때문이었다.
박하 할머니 즉 박화숙은 청주에 있는 딸들이 그리워 대전에 둥지를 틀었지만 청주의 매장을 통해 시댁의 소식이 환히 알고 있었고 딸들의 장래를 위해 먼 곳에서 바라만 보았지 나서지는 않았다. 그런데 은행에서 근무하는 딸의 약혼자가 고향인 대전으로 발령 받았기에, 결혼준비로 소문난 ‘나비패션’대전매장에 옷을 구경하러 옴으로 꿈에서도 그리던 모녀가 상봉을 하게 된 것이었다.
눈물바다 속에서도 박하는 딸에게 일체의 변명을 하지 않았지만 세상은 넓고도 좁아 매장 책임자가 약혼자의 누님이었기에 바람이 난 엄마가 아니라 자식들을 그리워 하였고 남자관계는 너무나 깨끗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즉시 청주 집으로 달려간 유자매(박다정)는 암 말기 상태에서도 자신의 결혼날짜를 잡으러 다니시는 할머니에게 거센 항의를 하자 충격을 받은 할머니는 기절하여 혼수상태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병원에서 잠시 의식을 찾은 시어머니는 쫓아낸 며느리를 애절하게 찾기에 박하는 딸의 손에 이끌려 밤마다 저주했던 얼굴들을 보게 되었는데, ‘죄없는 너를 쫓아낸 후로 나는 어둠 속의 죄인처럼 살았기에 온 몸에 더러운 병균이 가득찬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손녀의 결혼식은 보고 죽고 싶으니 너가 나를 제발 용서해 다오.’라며 빌던 과거를 회상하자 박하 할머니는 눈물이 앞을 가려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나 여러분은 치한으로부터 딸을 겹겹이 보호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만에 하나 불행한 일이 생기면 이사를 가는 방법을 택할 것 입니다. 치한의 박 대표 흉기사건도 성추행의 극치입니다. 한국사회는 여성에게 모욕을 주는 성추행과 성폭행을 추방 시켜야 합니다. 게다가 교회마저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데 목사님도 인간이라 친한 친구를 만났기에 술 한잔 자시고 바람을 피운 것은 이해와 용서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자녀라 가르치는 목사가 하나님의 자녀를 추행하는 것은 하나님을 추행하는 일이기에 용서 받지를 못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야곱이 이에 자기 집 사람과 자기와 함께한 모든 자에게 이르되 너희 중의 이방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케 하고 의복을 바꾸라> (창35:2)
“침묵을 지키던 야곱의 결단으로 디나의 수치와 자식들의 손에 묻은 피를 하나님이 씻어주셨습니다. 집안의 묘한 사연으로 어머니와 헤어져 살았던 저는 결혼 즉시 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12년 동안 떨어졌던 끈을 다시 잇게 되었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긴장되는 것 같아 ‘나팔꽃’이란 시를 한편 소개를 합니다.

운다

검지손가락 한 마디 잘린 그 가시나

눈때 묻은 공장 철망 쥐어뜯으며

속으로 속으로 바알간 피울음 삼킨다

조장님 반장님 계장님

앞으로 정말 안전사고 안 낼게요

저도 남들처럼 일할 수 있어요

제발 나가란 소리만 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울며불며 부서장 꽁무니 졸졸 따라다녔지만

시시비비도 가리기 전에

잘린 손가락 채 아물기도 전에

공장 철망 밖으로 쫓겨난 그 가시나

……………

이 시는 ‘집떼까리까지 몽당 다 날리고도 모자라 / 빚더미 같은 이불 보따리 한 채 덜렁 울러 매고 / 갈까마귀처럼 고향으로 숨어 든’이 소리 시인이 올 4월에 출판한 네 번째 시집 <바람과 깃발>에 실린 노동자를 위한 노래 글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고가상품으로 전세계 여성의 사랑을 받는 나비패션도 손가락 짤린 가시내의 희생 위에 이루어졌습니다. 모두들 은퇴를 거부하는 현실에 분노한 한철수 목사님의 조기은퇴 선언에 당황한 라합교회 청년들이 검은 테 안경의 조영남 가수의 ‘은퇴(테)’라는 재미난 노래를 합창했는데, 우리도 분위기를 살릴 겸 유행가나 한 곡조 부르고 진행을 합시다.”
대형 스크린에 가사와 반주가 나오자 본인이기에 얼굴이 벌게진 한 이사장이나 슬픈 회상에 젖어 떨고있던 박하 할머니, 중간에 끼여 입장이 곤란했던 영이 엄마는 모든 것을 잊은 체 손뼉 치며 즐거운 마음이 되어 다같이 노래를 부른다.

발장단까지 맞추며 노래하던 철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옆에 앉은 박하 할머니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장단을 더 하는 것은 모녀의 헌신으로 1991년에 문을 연 대전라합은 폭발적인 부흥의 순간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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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에서 창녀 구원론의 원고를 빨리 찾지 못해 28회에 박다정 자매를 유금복 자매로 표시하는 실수를 하였습니다. 미안합니다. 원래 6월 달에 삼미의 결혼식을 해야 하는데… 저의 마음은 급하고 시집을 빨리 가고싶은 삼미가 투정을 부립니다. 6월 19일부터는 속도를 내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