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만이 하나님의 일을 전업으로 하는가?

필자에게 있어 목사라는 이름은 버려 버리고 싶지만 막상 놓으려 하면 아쉬운 존재이다. 목사가 비리의 백화점 같은 사람들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린 현실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빨리 던져 버리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일을 전업으로 하는 게 목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죽는 날까지 끌어안은 채 가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는 이 말을 쓰려고 문장을 다듬다가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모순성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님의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뜻에 맞는 것이라면, 다시 말해 성경에 부합되는 일이라면 무엇이 됐건 하나님의 일이라는 생각을 해 왔고, 또 기회 있을 때마다 그것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목사가 하나님의 일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니 이 무슨 모순인가. 하나님의 일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은 목사들만이 아니다.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다 하나님의 일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전도를 해도 자기 교회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일이 아니고, 설교을 해도 명설교로 이름을 날리고 싶다는 욕구가 앞선 가운데 한다면 그 역시 하나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장사나 어떠한 사업을 해도, 회사원이나 공무원으로 일을 해도, 그것을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맡겨 주신 일로 알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기쁜 마음으로 한다면 모두가 하나님의 일이 된다. 이것이 필자가 내린 하나님의 일에 대한 정의이다. 그런데 특별히 목사를 지칭하여 하나님의 일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모순인가. 목사가 예배시간에 설교를 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라면, 장사하는 사람이 시장에서 물건 파는 것도 하나님의 일이다. 문제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설교를 하고 물건을 파느냐에 있다.

여기에서 필자는 이제 목사만이 하나님의 일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모순되고 오만한 생각을 의식에서 아예 지워 버리겠다고 독자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이 크리스천인 이상 여러분은 모두 하나님의 일을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동시에 그런 긍지를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시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사실을 말하면 신앙에 대해 모순된 생각을 하거나, 모순되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믿는 사람 대부분이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신앙 아닌 것을 신앙으로 잘못 알고 신앙생활이라며 해 왔다는 것이다.

필자는 초신자 때부터 하나님의 종인 교역자에게 잘하고도 복을 받지 못한 사람을 보지 못했고, 교역자를 섭섭하게 하고도 잘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말을 참으로 많이 들어 왔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한 것이 곧 당신에게 한 것이라 하고, 그들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당신에게 하지 않은 것이라 하셨다.

행실이야 어떻든 교회출석 잘하고 헌금 많이 하면 믿음 좋은 사람이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도 기도 많이 하고 성경 많이 읽으면 믿음 좋은 사람이다. 거기에다 방언이라도 하고, 병이라도 고치는 은사가 있다면 최상의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그 같은 것들이 믿음 좋은 신자의 조건일 수는 없다.

정말로 믿음이 좋은 사람은 자신을 믿음의 인격체로 길러 가는 신자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가운데 정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행복에 기여하게 하는 등 성경정신에 부합되게 자신을 다듬어 가는 신자가 믿음이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땠는가? 교회라는 말(斗) 속에서 부산을 떠는 것을 믿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교역자들은 등경위에 두어야 할 등불로서의 교인들을 교회라는 말로 덮어 밖으로 새어 나가는 빛을 차단하지 않았는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것들을 가리켜 바른 신앙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알기 전과 비교하여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왜인가. 잘못된 것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화되어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성경정신에 부합하는 모든 일이 다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필자가 목사만이 하나님의 일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처럼 말이다.

타성에 젖어 망쳐 버린 신앙생활

필자는 일본근대문학을 전공하여 말석이지만 문학자로서의 자리를 차지하며 살아왔다. 세부전공은 <설국>의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연구였다.

나이가 지긋하고 책을 좀 읽는 사람이라면 아마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몰라도 그의 대표작 <설국>은 대개가 알지 않을까 한다. 그가 이 작품으로 1968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우리말로 번역된 그 가짓수만 해도 몇 십종이나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것들 가운데 한 권도 사지는 않았지만 그의 전공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에 들어온 것만도 십여 종이 된다. 조사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30여종도 훨씬 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이들 번역본들에는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제목이 한결같이 오역된 것이다. ‘설국’이란 눈이 많은 나라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제목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 눈이 많은 고장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오역을 낳은 것일까. 이 작품의 원제(原題)는 <雪國(유키구니)>인데, 한자로 표기된 이 제목을 그냥 우리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일본어의 ‘國’은 ‘구니’라 읽는데, ‘나라’ 외에도 ‘지방’ ‘고향’ ‘고장’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니가타현(新潟県) 유자와 온천(湯沢溫泉)을 무대로 하고 있다. 그러니 ‘설국’이 아니라 ‘눈 고장’이라 해야 맞는 번역이 된다.

첫 번역자가 오역한 제목을 뒤의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대로 따라서 옮겨 이 같은 무더기 오역 사태를 빚은 것이다. 나중에 번역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것이 잘못된 번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번 굳어진 것을 고칠 용기가 없어 그대로 오역을 한 역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가. 우리 기독교와 무엇인가 닮았다고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우리에게는 교회를 통하여 전해 내려오고 있는 잘못된 신앙을 그대로 받아 내 것으로 하고 있는 것이 정말이지 많다. 혹은 몰라 그리하고, 혹은 알고도 용기가 없어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우리 한국교회가 그리된 데에는 물론 목사들의 과오가 크다. 그러니 그들의 각성과 회개를 촉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각성하고 회개해야 할 것은 목사들만이 아니다. 평신도인 나도 그리해야 한다. 목사들에게만 그리하라고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나부터 바뀌어 가며 목소리를 높일 때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우리의 교회가, 기독교가 변하는 것이다.

가장 큰 하나님의 일

기왕 문학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해 보자. 어떤 작가는 자기 작품에 대한 평에 이러쿵저러쿵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은 원고가 책으로 출간되어 자기의 손을 떠나면 이미 자기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구워먹든 삶아먹든 평론가나 독자들의 마음이다. 잘못 평했다면 평자의 능력 부족으로 여겨 내버려 두는 것이 제일이고, 잘못 읽었다면 독자의 독서력이 미치지 못한 것이니 그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물론 평에 대해 반론하고, 그 반론이 재반론으로 이어감에 따라 명논쟁을 낳기도 하지만, 대개는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이어져 쓸데없는 일로 힘만 빼고 마는 게 보통이다.

말이나 글로 옳고 그름을 따지며 다투는 것을 논쟁이라 하는데, 여기에서의 다툼 대신 주장 쪽에 무게를 두면 토론이 된다. 그런데 논쟁이 됐건 토론이 됐건 그것이 발전 지향적이 되면 사람들의 삶을 한층 더 가치 있고 아름답게 향상시키는 데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에 고집이라든가 오기 같은 것이 개입되면 인간관계에 손상을 입혀 삶을 더욱 어려워지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현대는 토론의 장이 다양하게 열려 있다. 그러기에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그 가장 손쉬운 방법은 온라인상의 댓글을 이용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실제로 달려 있는 그 댓글이라는 것들 중에는 논쟁도 토론도 아닌 저질스러운 욕설에 지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어떤 경우는 본문이 말하고 있는 것이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과 같은데도 심하게 욕을 하기도 하고, ‘A는 아름답다’고 한 본문에 대해, ‘B가 아름답다니 미친 거 아니냐’고 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의 생각과 다른 본문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없이 비난을 퍼붓는 댓글 또한 부지기수이다. 모든 사안의 기준을 자기로 하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그 같은 것들을 댓글이라고 다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누가 그런 댓글을 단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겠는가. 아니, 그런 사람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있다. 그런 댓글에 옳다고 리플을 다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참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사람들, 자기 자신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인격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인데, 그런 사람들은 자기의 인격을 스스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자기의 사람됨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필자는 그 같은 댓글을 보면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슴이 시리기도 하다. 동시에 그런 분들에게 이 한 마디를 해 주고 싶기도 하다. “자기 자신을 함부로 하지 말고 소중히 아끼며 사랑하세요”라고 하는 이 한 마디를 해 주고 싶다.

말은 화자가 그것을 통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들어야 하고, 글 또한 쓴 사람이 그것을 통하여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야 한다. 많은 오해들이 그렇게 하지 않아 생긴다는 것은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거나, 아예 제멋대로 왜곡하여 듣고 읽음으로 생긴 오해 때문에 개인이나 사회, 또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혼란을 겪어 왔는가.

성경도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는데도, 자기의 마음에 드는 것만 머릿속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지운다. 아니 자기가 편리하게 써먹을 것만 정성을 들여 읽고, 그 외의 것은 처음부터 관심조차 두지 않은 채 읽어 넘어가고 만다. 어느 한 구절만 떼어내어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것은 성경도 사람의 말이나 글도 마찬가지다. 아니 사람의 말이나 글을 잘못 이해한 데에서 오는 결과는, 부정적인 면에서 볼 때 성경의 오독이 초래하는 결과와 비교가 되지 못한다.

필자는 우리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구복신앙을 꼽는다. 이는 일부 목사들의 일탈행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구복신앙은 엄밀하게 말하면 기독교 신앙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의 고귀한 영성을 좀먹는 이단 중의 이단이다. 이단이 무엇인가. 성경과 다른 길로 가는 신앙의 형태가 아닌가. 그런데 성경 어디에 구복신앙이 참된 신앙이라 말하고 있는가.

성경은 하나님께서 그 기록자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하는가를 찾아 읽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사람들의 말이나 글도 그러한 태도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일을 하라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가장 큰일은 자신을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인격체로 길러 가는 것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이 기독교적 삶을 사는 것, 즉 신앙생활이다. 자기변화의 꾀함이 없이 한다면 그것은 아무리 큰 하나님의 일일지라도 사상누각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마음의 돌비에 깊게 새겨 두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일을 전업으로 하는 크리스천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