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의 순례여행-신안 천사의 섬에서>
호남지역을 새롭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서울 중심으로 편협함 부끄러웠고,
호남기독교인들의 충실하고 열정적인 신앙과 삶을 흡모하며 선교의 사명을 가다듬게해
   
    

▲ 신안군 지도서원에서, 구인덕 목사 부부와 함께     ▲ 지도감리교회(담임:구인덕목사)

한국방문 중, 아내와 함께 "선교사 파송"(1985.4.4.) 30년을 맞으며, 2박3일(3.9-11) "천사의 섬"으로 순례여행을 떠났다. 전남 신안군 천사(1004개)의 섬 중 지도-증도-임자도로 순례여행을 떠난 것이다. 신안군은 말로만 들었지 방문해 보기는 난생 처음인 별천지였으며, 최근 방영 중인 "삼시세끼"의 만재도도 천사의 섬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 김준곤 목사, 이만신 목사 등을 배출한 곳도 신안군 천사의 섬이다. 우리 부부는 "한국감리교100주년 기념 선교사"로 파송받은 것을 마음에 두고 순례여행을 감행한 것이다.

3월 9일 충주에서 광주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승선하여, 차창 밖에 펼쳐지는 전경은 40년 전 상념에 잡혀 감흥에 마음을 흡뻑 적시었다. 군목임관을 위해 40년 전(1975년) 논산육군훈련소(25연대)와 광주보병학교 훈련교육장들의 모습이 추억 속에서 새록새록 펼쳐지는 것이었다. 논산육군훈련소-장성-나주-상무대의 표지판과 풍경은 그 때 그 시절을 회상케하여 마음을 들뜨게하고 흥분케 하였다.

카나다에서 귀국하여 신안군 지도읍의 "지도감리교회" 담임으로 부임한지 한 달된 구인덕 목사를 찾아 동행하여 순례의 길을 흔쾌히 떠난 것이다.

3월 9일(월) 지도-증도 슬로시티에서-번쩍 정신 차려야 겠다고 생각이 들어

 

▲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비     ▲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

광주에 도착하니, 신안군 지도읍에서 구인덕 목사가 마중나와 반갑게 만났다. 카다다에서 한 달 전, "지도감리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구인덕 목사 부부도 천사의 섬이 처음이라 순례길을 동행하였다. 1시간 정도 무안 해안을 거쳐 지도읍에 도착하였다. 구목사와 곧바로 교인가정 심방을  함께하였고, 자리를 옮겨 점심으로  맛갈스런 남도밥상을 즐겼다. 싱싱하다 못해 생생탱글한 숭어회와 꼴뜨기 젓, 오리돌판구이 등 봄나물은 화려한 점심이었다.

조선조 시대에 설립한 지방 인재양성 기관인 "지도서원"을 둘러보고, 지도감리교회 2층 사택에 여장을 풀어놓고, 곧바로 이웃 증도섬으로 향하였다.

증도는 "슬로시티"로 도시의 바쁜 삶에서 자기를 돌아 볼 여유를 가지고 느리게 살자는 "국제 슬로시티"에 가입한 섬이다. 우선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 기념관"을 찾아 보았다. 순교일대기 전시관과 순교시 비 등을 보고 옷깃을져미며 경건숙연한 마음을 가졌다. 전국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의 순례길과 집회가 이어짐도 알게 되었다.

증도는 문준경 전도사(1891.2.2.-1950.10.5.)의 고향이며, 친정이 있는 곳으로, 두번째 개척교회인 "증도교회"를 개척한 곳이다. 1950년 10월 5일 아직 공산당들이 물러나지 않은 때 교인들을 잊지 못해 목포에서 증도에 들어 갔다가 체포되고, 자신이 개척한 교회 앞 갯벌에서 총살로 순교한분이다.

결국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열정과 헌신으로 증도의 90% 이상이 복음화되었으며, 인근 섬들도 순교자의 피로 복음화되었다.  그래서 가는 곳곳 마을 마다 교회들이 아름답게 서있었던 것이였다. 대부분 성결교회이고 감리교는 신안군에 2곳이다. 문전도사의 전도는, 주민들과 동고동락 나누고 섬기는 삶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깊이생각케 하였다. 순례여행은 꽃샘 추위로 강풍이 몰아치고 파도가 일어나는 가운데도 몸 움추리며 길을 나선 것이다.


증도의 슬로시티, 엘도라도 리조트로 향하였다. 해변에 위치하여 베란다 난간에서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았고, 옹기종기 펼쳐지는 섬들을 바라보았다. 유리창으로 바다가 훤히 보이는 카폐에서 몸을 녹이며 따뜻한 담화의 시간도 가졌다.

저녁 후 노곤한 몸을 쉬면서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에대한 동영상과 일대기 등을 검색해 보고, 더욱 알게되고 놀라웠다. 문준경 전도사님의 신앙과 삶에서 어린 때 평양에서 피난생활 중 부모님들의 신앙이 생각나 마음을 적시었다. 고난과 시련을 믿음과 기도로 찬양하며 이겨나가는 모습들이 떠올랐다.

호남인들의 삶과 신앙의 전통을 느끼고 선교사로써, 목사로써 정신 차려야 겠다고 마음과 자세를 가다듬었다. 새벽기도회가 몇시에 열리는지 묻고 참여하였다. 어둠 속에 한분 한분 모여든 성도들은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하였고, 역시 뒷자리의 어느 노인은 옛 가락 찬양을 기도하며 부르고 있었다.

3월 10일(화) 무안 해제 수산시장에서

간결하고 건강식으로 아침을 나누고, 무안군 해제 수산시장을 둘러 보았다.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꽃샘 추위로 거리는 한산하였고 상점들도 닫고 있었다.

 

▲ 무안군 해제 수산시장     ▲ 겨울철의 생생한 "숭어"

구인덕목사는 권사님이 소개한  수산점을 찾았다. 대야에는 각종 어물과 해물들이 꿈틀 거렸다. 겨울철에는 숭어가 제철이라 하여, 커다랗고 생생하여 힘이 솟는 숭어와 큰 산 낙지를 골랐고, 주먹만한 피조개도 덤으로 받았다. 후덕한 호남인심의 상점주인은 회를 떠주어 승용차에 실고 주택으로 돌아왔다.

 

▲ 숭어회 뜨는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아내 최선교사와 사모님은 목포식 조리로 낙지 "연포탕"을 준비하였고, 숭어회와 삶은 대 피조개로 근사한 밥상을 차렸다. 숭어회는 두틈하고 탱글탱글 씹히는 신선한 맛이였고, 산 낙지로 꿇인 "연포탕"은 맑은 국물과 함께 속을 시원케 하였다. 구목사의 제안으로 연포탕 국물로  "볶음밥"을 만들었고, 사모님 제안으로 "연포탕 죽"도 만들어 별미로 즐겼다. "연포탕 죽"은 그 다음 날 아침까지 국물까지 모두 싹 비웠다.

임자도 "진리교회"와 "48인 순교 기념비"에서

 
점심 후 임자도행 선착장에 이르렀으나, 폭풍과 파도로 배는 운항 중지 되었다. 교회로 되돌아 와서 기다리며 다과를 나누었고, 오후 4시에 다시 선착장 도착하여, 승용차와 함께 승선하였다. 바람이 거세어 객실로 오르는 계단에서 걷기도 힘들었고 바람에 날려갈 것 같았다. "문준경 전도사는 바로 이런 폭풍 속에서도 굽힘 없이 섬을 돌아다니며 순회전도하시었구나" 생각하며, 그 열정과 헌신에 머리 숙였고, 30년 선교사의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었다.

임자도 진리교회는 문준경 전도사의 혹독한 시련과 핍박으로 시달린 시댁 마을로 첫 개척교회이기도 하다. 진리교회 성도들은 집회 때 공산당들이 몰아쳐 48명의 성도들을 체포하여, 예수를 배반하면 살려 준다고 회유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응하지 않자 교회 앞 갯벌로 몰아내고, 죽도록 몽둥이로 매질하며 죽창으로 찔러 죽이고 갯벌에 생매장하였다. 이 때 신앙을 지키고 생매장된 48인의 순교자 기념비가 진리교회와 함께 세워져있다.

거센 찬바람을 맞으며 48인순교자 기념비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순교자의 신앙을 가슴에 품었다. 거센 바람은 오늘날 교회와 성도들에게 몰아치는 세속화, 반기독교, 이단과 사이비 세력 같았다. 불굴의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을 결단하며 옷깃을져몄다.


임자도 끝자락의 새우젓으로 유명한 부두로 가보았다. "전장포 아리랑" 비에는 새우동상이 우뚝 서있었고,  새우배들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대광해수욕장"은 가장 길고 큰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넘쳐오는 해수욕장 변에는 말 동상이 여러개 있었으며, 최선교사와 사모님은 말잔등에 올라 기념사진도 찍었다. 해변에 서서 사진 찍기도 힘들었고, 스마트폰을 바람에 날려 버릴 뻔도하였다. 거듭 넘실 대며 몰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신앙과 사명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배시간에 맞추어 속력을 내어 겨우 5시 귀항 배로 승선하여, 지도읍으로 돌아왔다. 나른한 몸을 달래면서도 마음만은 사명으로 가득찼고, 신앙과 삶의 정신을 바짝차리는 계기가 되었다.

3월 11일(수) 광주에서 충주로-호남인들의 믿음과 삶을 새롭게 보았고, 선교지로 향하여

아침 8시 광주행 버스를 타고 무안을 거쳐 광주에 도착하였으며, 광주에서 충주로 향하였다.  이번 남도 순례여행으로 호남지역을 새롭게 보게 되었고, 호남 기독교와 성도들의 신앙을 흡모하게 되었다. 그동안 서울 중심으로 경기,충청지역과 서북지역만 알았던 좁은식견을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었고, 호남을 새롭게 보는 깨우침의 계기가 되었다. 나는 충주 집에 도착하여 즉시 선교지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항공표를 예약하고, 결재하였다. 주님이 부를 때까지 선교사명을 향해 나아가자! 할렐루야! 아멘.(rch)

 

▲ 대광해수욕장에서-거센 바람을 맞으며-선교사파송30년 맞는 노선교사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