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삼일교회 C관에서의 기자회견 모습

성추행 문제로 물의를 빚은 전병욱 목사가 측근들을 내세워 삼일교회 관계자 및 <숨바꼭질> 관련자들을 ‘대리 고소’한 가운데 피고소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바라던 바”라며, 맞고소를 통해 끝까지 진실이 드러나게 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재판 중도 포기 못하도록 맞고소해서 끝까지 진실 밝힐 것”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을 다룬 책 <숨바꼭질> 편집팀 5명, 삼일교회 장로 2인 등 16명은 지난해 12월, 전 목사가 개척한 홍대새교회 H부목사 및 3인의 교인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출판물 등으로 전병욱 목사와 홍대새교회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이진오 목사, 이광영 장로, 나원주 장로 등 피고소인들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 C관 예배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병욱 목사 측 고소에 대한 입장’ 및 ‘향후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자신의 성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부목사와 교인들을 내세워 지엽적 표현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대리 고소한 것은 하나님과 사람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전병욱 목사는 더 이상 교회와 교인 뒤에 숨어서 숨바꼭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들은 “피해자들은 (공소시효 문제로) 재판을 할 수 없었기에, 우리들은 (재판을 청구할) 권한이 없어서 (재판 청구를) 못했는데, 먼저 재판을 걸어왔다”면서 “도중에 슬그머니 취하하지 못하도록 맞고소를 함으로써 끝까지 재판을 통해 진실이 드러나게 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들은 이어 “전병욱 목사 측의 고소는 고소당한 몇몇 사람들에 대한 고소를 넘어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의 피해를 입히는 행위이며 한국교회에 대한 패역한 도전”이라면서 “이 고소를 모든 기독교인들에게로 확대하기 위해 ‘나도 고소하라!’ 캠페인을 전개라겠다”고 밝혔다.

(‘나도 고소하라’ 캠페인은 웹페이지 ‘http://bit.ly/fallenJEON’을 통해 서명과 후원에 참여할 수 있다.)

“전별금 반환 소송 절차 진행 중”… “평양노회, 부끄러운 줄 알아야”

나아가 이들은 “삼일교회 당회는 전병욱 목사에게 지급한 재정 중 퇴직금을 제외한 12억3500만원에 대한 반환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삼일교회 당회는) 3월 5일 전병욱 목사에게 반환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전 목사가 2010년 12월 사임할 때 성중독 치료비 1억원 등 13억4500만원을 받아갔는데 그 중에는 ‘2년 동안 수도권에서 개척하지 않겠다’며 요청한, 목회중단에 따른 생활비 1억3000만원이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실하게 사죄하지도 배상하지도 않았으며 △약속을 어기고 2012년 5월 홍대새교회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이런 내용을 발표한 삼일교회 장로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까지 한 때문이다.

이들은 또 전병욱 목사를 치리해야 할 평양노회측이 재판국원 결원이라는 핑계로 사실상 전 목사에게 면죄부를 준 예장합동 평양노회에 대해서도 강력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법조인들과 성폭력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명백한 증거자료와 피해자들의 통곡어린 증언을 듣고도 결국 피해자들의 아픔과 진실을 외면하고 상습적인 성범죄 목사에게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이에 “평양노회 재판국이 판결을 포기한 것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한국교회 병폐의 심각성을 만천하에 드러낸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책임있게 재판해 정당하게 징계할 것을 예장합동 총회에 촉구했다.

이와 관련 삼일교회 장로들은 “아직까지 (평양노회 재판국의)판결문이 송달되지 않아서 총회에 상소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송달과 상관없이 상소하는 방법과 송달을 받고 상소하는 방법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