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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면 우울하지 않을까요?
문경보  |  motang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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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3월 08일 (일) 00:11:48 [조회수 : 2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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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술을 마시면 우울감이 어느 정도는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술이  깨고 나면 우울감이 더 깊어져서 술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술이 깨면 더 우울해져서 또 더 마시고,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알코올 중독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술 마시는 아저씨’가 ‘부끄러운 것을 잊어버리기 위해 술을 마시는데 술을 마시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의미를 띤 이야기이겠지요. 그럼 우리는 우울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몇 년 전에 건강이 좋지 않아 22년 간 근무하던 정든 교단을 떠났을 때 이야기입니다. 이런 저런 무거운 마음이 힘겨워 보름 동안 고향인 제주에 내려가서 올레길을 걸었습니다. 그때 만난 어느 여관주인 할머니께서는 밤늦도록 제 신세타령을 들어주셨습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던 할머니는 다음 날 새벽에 길 떠나는 저에게 생수와 빙떡을 한 보따리 안겨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 살다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데껴불려고 하면 할수록 덤벼드는 것이 삶이우다게. 그저 힘든 일도 친구 삼아서 함께 갑서. 겅 허당 보면 다 살아집니다. 겅허고야 양. 선생님. 밥은 꼭 먹고 다녀야 합니다. 굶지 맙서. 살다보면 좋은 날 올꺼우다.”

서울말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살다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던져버리려고 하면 할수록 덤벼드는 것이 삶입니다. 그저 힘든 일도 친구 삼아서 함께 가세요. 그러다보면 다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밥은 꼭 먹고 다니세요.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꺼에요.”

올레길을 걷는 내내 할머니의 말씀은 제 마음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내려놓는다는 것은 받아들인다는 것과 통하는 말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긍정심리학‘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울하고 답답한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 심리학에서 연구해야 하는 일이고 상담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고 나면 내담자의 우울함이 잠시 가라앉는 듯하다가 다시 또 우울해지는 일이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많은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삶의 부정적인 부분들보다 긍정적인 면에 더 관심을 기울이면, 부정적인 상황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즉 부정적인 상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강해진다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제주도의 자그마한 여관 집 할머니는 당신의 삶을 통해 그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지혜를 저에게 전해주셨습니다. 만물들이 살아나는 봄이 시작되는 이즈음 상처로부터 도망치거나 상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처도 친구 삼아 지내다보면 살아낼 수 있다는 할머니의 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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