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호주의 할머니가 교회에 나가지 않기에 종교가 있느냐고 물은 일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분은 정색을 하고 “나를 미개인으로 아느냐?”고 반문하면서 자기의 종교는 기독교라고 대답했다. 아이퍼 에반스는 그의 영문학사 책의 첫머리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남하하여 영국에 정착한 미개한 앵글로 색슨 족이 기독교를 받아들임으로써 문명화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종교적 신앙은 미개인을 개화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실상 종교는 인간을 야수로 만들기도 한다. 요즘 IS에 의해서 자행되고 있는 만행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알라의 이름으로 테러를 일삼고 전쟁을 일으켜서 많은 사람들을 살상하고 있다. 일본인 인질들을 참수하고 요르단 비행사를 불태워 죽이고 21명의 이집트 기독교인들을 목 베어 죽이는 등 만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야수로 보인다. 현대의 문명국가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존중해서 사형집행을 자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나라들 중의 하나다. 이렇게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21세기에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만행은 소름끼치는 일이다. 그래서 세계의 언론계에서는 IS의 만행을 규탄하고 그들을 응징하는 일에 여러 나라가 동참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과거에 기독교인들 역시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러한 종교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잔재는 지금 한국교회에도 남아 있다. 그 갈등의 잔재를 벗어날 때, 종교가 인간을 문명화하는 본연의 역할을 감당하게 될 때, 이 땅에 이사야가 예언한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고, 해함도 상함도 없는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진다.

종교 전쟁

이슬람과 기독교 사이에서 오랫동안 빼앗고 빼앗기는 종교 전쟁이 일어났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까지 200년에 걸쳐서 일어난 십자군 전쟁이었다. 무슬림들이 예루살렘을 정복하자 그 성을 탈환하려는 기독교인들의 성전은 8회에 걸쳐서 시도되었고, 이 전쟁을 통해서 수십만 명의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목숨을 잃었다.

이 종교 전쟁은 문명화된 사람들의 행위라기보다는 야수들의 혈투였다. 1차 원정에서 예루살렘을 탈환한 기독교인들은 그 성 안에 있던 3만 명 이상의 무슬림과 유대인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무참하게 죽였다. 그 후 7회에 걸친 십자군 원정에서 남자는 물론 여자와 어린아이들까지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죽었고 무자비한 살상이 자행되었다.

그리고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16세기 내내 영국을 비롯한 유럽 땅에서 개신교도들과 가톨릭교도들 사이의 전쟁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루터의 영향을 받은 독일의 기사들이 가톨릭교도들을 공격한 1522년의 ‘기사 전쟁,’ 1524년에서 1525년 사이에 루터의 영향으로 일어난 ‘독일 농민 전쟁,’ 1531년 스위스에서 츠빙글리파 개신교도들과 가톨릭교도들이 치열하게 싸운 ‘카펠 전투,’ 1546년에서 1547년까지 독일 개신교파와 가톨릭이 싸운 ‘슈말칼덴 전쟁,’ 1562년에서 1598년까지 프랑스의 ‘위그노 전쟁’ 등이 일어났다. 이러한 대대적인 싸움 외에도 왕이 바뀔 때마다 왕이 신구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서 왕의 반대쪽에 속한 교도들이 돌아가면서 박해를 받아 무자비하게 희생되었다.

개신교도들과 가톨릭교도들의 전쟁에서 서로 총과 칼로 죽이는 것 외에, 이단자들을 체포해서 단두대에서 목매어 죽이거나 목 잘라 죽이기도 하고, 물에 빠뜨려 죽이기도 하고, 불태워 죽이기도 하고, 사지를 찢어서 죽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이미 무덤에 묻힌 이단들의 유골을 파내어 그 유골을 불사르기도 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행된 이러한 만행은 인간의 행위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자기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맹수들의 혈투였다. 이러한 야수들의 싸움에서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사랑과 관용 그리고 용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16세기의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전쟁은 17세기의 30년 전쟁으로 이어졌다. 1615년에서 시작해서 1648년까지 4차에 걸쳐서 일어난 30년 전쟁 동안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신구교 사이의 전쟁으로 인해서 유럽 대륙이 피바다가 되었다. 1차에는 보헤미아와 오스트리아 사이에서, 2차에는 독일과 네덜란드 사이에서, 3차에는 스웨덴과 독일 사이에서, 4차에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웨덴이 참여한 신구교 사이에서 유혈 전쟁이 참혹하게 일어났다. 이렇게 종교는 인간을 개화시켰다기보다는 야수로 만들고 말았다.

그 후 유럽대륙에서는 종교 전쟁이 잠잠해졌지만, 종교로 인한 만행이 완전히 그친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미국의 소설가 호손은 그의 대표작 『주홍글자』에서 박해를 피해서 미국에 건너온 청교도들이 신의 이름으로 저지른 만행을 언급하고 있다. 절대 예정론으로 무장한 청교도들은 마녀사냥을 하면서 마녀들을 마차에 묶어서 길바닥에 끌고 다니거나 불태워 죽였다. 그리고 청교도의 후예인 미국의 개척자들은 토착민들을 마귀의 자식들이라고 믿고 무자비하게 살해하기도 했다. 호주의 경우에는 문명화한 기독교인들이 타스마니아 섬에 사는 원주민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살해했다.

이러한 무자비한 살해는 십자군 전쟁 이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한 일은 여호수아의 인도 아래 이루어진 가나안 정복 전쟁에서도 일어났다. 여호수아의 지도를 받은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에 입성하기 위해서 31명의 왕을 죽였다. 그것은 31부족을 정복했다는 말이다. 여호수아의 군대는 정복하는 성읍마다 재산을 몰수하고 불태우고 그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어린아이들까지 칼로 쳐서 죽였다. 임금들을 죽일 때는 죽여서 나무에 매달아 놓기가 일쑤였다. 이 끔찍한 만행은 여호와의 도움을 받아 자행된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성군으로 추앙되는 다윗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윗은 어릴 때부터 전쟁에 참여한 사람이다. 그는 주변 나라들을 정복하기 위해서 수많은 전쟁을 치루었고 그가 예루살렘 성전을 지을 자재들을 준비했으면서도 성전을 그의 손으로 짓지 못한 것은 그의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혔기 때문이었다. 구약에 기록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는 태반이 하나님의 인도 아래에 이루어진 전쟁의 역사다.

이스라엘 민족이 치룬 전쟁은 자기들만이 신의 백성이라는 선민의식에서 기인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이 택한 민족,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사람들이라는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하루에 세 번씩 감사기도를 드렸다. 자기들을 이방인으로 만들지 않은, 여자로 만들지 않은, 미개인으로 만들지 않은 하나님께 찬송을 드렸다. 그들은 이렇게 이방인과 자신들, 여자와 자신들, 미개인과 자신들을 구별하면서 우월감을 가지고 주변 민족을 경멸했다.

이렇게 우월감을 지닌 그들에게는 그들의 가나안 입성을 가로막는 부족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정복해야 하는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처 죽일 때 전혀 양심의 가책이 없었다. 다윗의 경우에도 이방인들을 몰살시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일이었다.

기독교인들은 앞에서 언급한 30년 전쟁을 치루면서 종교인에게 관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그 결과 신구교 사이의 대대적인 종교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슬람권에서는 아직도 교파 사이의 전쟁이 자행되고 있다. 성전(지하드)을 표방하는 무슬림들의 자살 폭탄 테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IS의 만행을 보면서 종교가 인간을 야수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는 현대에 와서 구약에 기록된 선민들과 주변 부족들 사이의 무자비한 전쟁과 십자군 전쟁이나 신구교 사이의 참혹했던 전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여기서 특별히 우리가 주목할 것은 기독교 역사에서 일어난 종교 전쟁이 예수님이 선포하신 사랑과 관용에 역행한다는 사실이다. 신약에서 예수님은 원수를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사랑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종교 전쟁의 당사자들은 신약의 가르침을 외면했다. 그들은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상대를 미워하고 죽였다. 그것도 아주 잔혹하게 수장시키고 화형시키고 목을 베어 죽였다.

철저한 신앙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일수록 자기 주변에 높은 담을 쌓아올린다. 전투적인 이슬람의 원리주의자들, 기독교의 근본주의자들은 철저하게 신의 말씀에 따라 산다고 믿는 광신자들이다. 이 광신자들은 다른 종교는 물론이고 같은 종교 안에서도 자기들과 교리를 달리하는 사람들과는 각을 세우고 순교정신을 발휘해서 대립하거나 싸운다.

그들은 신을 위해서 사람들을 미워하고 무자비하게 죽였다. 여기서 과도하게 신에 치중할 때 인간을 외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도 귀중하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셨고 예수님은 인간을 위해 오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사랑, 용서, 관용을 가르치셨을 뿐 아니라 그 가르침을 몸소 행하셨다. 그런데 하나님을 열심히 믿는 사람들이 예수님이 가르치신 것과는 반대의 길을 가면서도 자신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무늬만 기독교일 뿐 진정한 기독교인은 아니었다.

지금 한국교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날마다 성경을 묵상하고 성경대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일을 하는 수가 많다. 이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예수님의 복음을 따라서

성경에서는 기독교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배타성을 강조하고 있다. 십계명에서는 여호와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말한다. 신약에서는 예수님 외에 구원받을 길이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말씀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고 이 배타적인 태도는 적극적인 선교를 위해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 특히 종교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시기에 나와 너를 구별하는 배타적인 태도는 꼭 필요했다.

그런데 그런 배타적인 태도는 사랑, 용서, 관용을 강조하신 예수님의 삶이나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 기독교인의 삶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역행한다는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외면하는 사람을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특히 대화, 소통, 열림, 관용을 중시하는 현대에 와서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사랑의 복음은 사회적 요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교회에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에서는 마음을 열고 가톨릭교회와의 대화나 타종교와의 대화까지도 시도하고 있지만, 타종교와의 대화나 심지어 가톨릭교회와의 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내 아들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종교 간의 대화는 바로 그런 정신에서 출발한다. 남의 종교를 인정하고 그들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 그들 역시 하나님이 지으신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불교인과 대화한다고 해서 우리가 기독교 신앙을 버리고 불교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중국과 대화한다고 해서 한국이 중국이 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가톨릭교회에 대해서는, 그들의 교리가 개신교의 것과 다르고 오랫동안 두 교회가 격렬하게 싸웠지만, 그들이 개신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요즘 개신교회에 실망한 사람들이 가톨릭교회로 대거 이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 있으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중이 와서 시주를 원하면 우리는 교회에 다닌다고 말하면서 절대로 시주를 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그러한 가르침으로 인해서 나는 어려서부터 스님들을 상종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로 생각했다. 가톨릭교회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우리교회 목사님이 가톨릭교회는 마리아를 섬기는 이단이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 오랫동안 불교인이나 가톨릭교인들 모두가 하나님이 지으신 아담의 자손이라는 데에,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인간들이라는 데에 내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특히 일제치하에서 강요된 신사참배 문제를 놓고 신사참배를 한 배교자들과는 담을 쌓는 신실한 신앙인들을 만날 때가 있다. 신사참배를 한 것은 결코 잘 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바울 사도는 제사 음식을 먹는 문제를 놓고 믿음이 적은 사람들을 배려하라고 가르쳤다. 신사참배 사건이 100년 가까운 아주 오래 전의 일인데도, 일부 교인들은 참배한 사람들을 정죄하면서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려고 하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다. 예수님은 형제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가르치셨지만, 그들에게는 이 용서의 복음이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형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회개하면 하나님이 그 회개를 받아주신다는 중요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 그들은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 사실도 잊고 있다. 우리는 탕자의 비유를 통해서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집을 나가 재산을 탕진한 작은 아들을 날마다 걱정하는 아버지의 사랑을 알고 있다.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서 어두운 밤에 험한 산을 헤매는 목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길 잃은 사람을 찾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있다. 하나님이 길 잃은 자들을 그토록 사랑하신다면 허물 많은 우리가 형제의 허물을 계속 탓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우리 가운데에는 가톨릭과 각을 세울 뿐 아니라 나와 성경해석을 달리 하는 다른 교파의 개신교인들과도 담을 쌓고 대화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야 말로 옳다는 그리고 자신은 진실한 기독교인이라는 독선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별히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도하기보다는 교회를 다니고 있는, 자기들과 성경해석을 달리 하는 기독교인들을 전도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기들과 다르게 성경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구원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열성은 가상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사람에 따라서 성경을 다르게 해석하게 마련이다. 성경을 바르게 읽으려는 노력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해서 나를 내세우면서 예수를 믿는 사람들 끼리 각을 세우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태도가 심해지면 언성을 높이게 되고 치고받을 수도 있다. 그것은 종교 전쟁의 잔재다. 교회는 신학자들이 모인 논문 발표장이 아니다. 설사 논문 발표장이라 하더라도 나와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는 겸손한 자세로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면서 사랑으로 감싸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수님은 당신을 잡으러 온 말고의 귀까지도 어루만져서 치료해주시지 않았는가. 예수님이 당신을 잡아 처형하려는 사람까지도 포용하셨다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은 실수할 수 있는 존재여서 내가 틀릴 수도 있으니까. 18세기의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고 신은 용서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비리를 무조건 눈감아주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좋은 것이 좋다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신앙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셨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복음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그 복음을 벗어나 있는가이다. 시금석은 예수님의 복음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복음에서 벗어나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위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종교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은 자기들의 생각을 고수하려고 한 나머지 하나님의 이름으로 싸우면서 예수님의 복음을 외면했다. 현대 교회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헌신한다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외면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고 있다. 예수님은 재물을 탐하지 말라고, 권위를 즐기지 말라고 가르치셨지만, 재물에 눈이 어두운,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목회자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이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 위에 바로 설 때,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진다.

탕자의 비유에서 아버지의 말씀을 잘 따른 착실한 큰 아들은 아버지가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작은 아들을 위해서 잔치를 베푸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형은 동생의 허물을 생각하지만, 아버지는 작은 아들의 허물을 덮어줄 뿐 아니라 그가 돌아온 것을 기뻐한다. 그 큰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흔히 이 큰 아들처럼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면서 그것이 마치 하나님 아버지의 뜻인 것처럼 착각하는 수가 많다. 종교 전쟁을 주도한 사람들도 그런 착각에 빠져 있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은 나의 삶이 하나님의 뜻에 맞는,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는 삶인지 끊임없이 묵상해야 한다.

더구나 열린 마음을 중시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종교 전쟁의 잔재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마음을 닫고 있다면, 사랑을 강조하신 예수님의 복음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예수님의 복음을 따라서 세상을 이끌어 나가야 할 우리가 세상을 따라가지도 못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