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갤럽이 비종교인 1500명에게 각 종교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가장 호감을 갖는 종교는 불교 25%, 천주교18%, 개신교 10% 순으로 나타나 개신교가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10명중 1명만 개신교에 호감을 갖는다는 말입니다. 갤럽 조사와는 별개로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가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일 또한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비난받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코이노니아 영성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이노니아(koinonia)의 사전적 의미는 친교, 혹은 사귐입니다. 신약성경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이지요. 이 단어는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의 관계를 집약해서 설명해줍니다. 그런데 이 코이노니아의 출발점은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누어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나누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충만하게 나누어받은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에 따라 나누어”주었습니다(행2:44-45). 이것이 코이노니아입니다.

여기 성경구절에 나오는 ‘팔다’와 ‘나눠주다’라는 동사는 미완료 시제입니다. 팔아서 나눠주는 행위는 단 한 번만 일어난 게 아닙니다. 공동체 안에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재산과 소유를 팔았고, 나누었습니다. 이와 같은 코이노니아는 초대교회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성구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진정한 영성 공동체의 규범이 되어 왔습니다. 생명력 있는 교회는 코이노니아 영성이 살아있는 공동체입니다.

하지만 개신교회는 코이노니아 영성을 실천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면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신교회 목회자들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사제들이 독신생활을 하게 된 배경이 있습니다. 초대교회는 사제들에게 독신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11세기까지만 해도 사제가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사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었습니다. 사제의 독신생활은 단지 권고사항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자녀가 생기게 되자 성직매매가 일어나고 세습이 일어났습니다. 이 폐해는 교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했습니다. 결국 로마교회는 사제의 독신을 교회법으로 강제하게 되었습니다.

가정은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축복의 장입니다. 그러나 이 가정이 하나님나라를 향해 열려있지 않으면 가장 폐쇄적인 가족이기주의의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목회자의 가정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목회자의 가정일수록 폐쇄적인 가족이기주의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한국 교회 안에서 들려오는 추문 가운데 상당 부분이 그 뿌리를 더듬으면 목회자의 가족 이기주의에 닿아 있습니다.

이 문제는 결코 해결이 쉽지 않은 질기고도 질긴 문제입니다. 생활의 문제이면서 영적인 문제입니다. 이를테면 능력 있는 하나님의 교회로 거듭나려면 목회자들이 폐쇄적인 가족주의를 뛰어넘어 복음의 본질인 코이노니아의 영성을 회복해야 된다는 식의 피상적인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삶의 모든 분야를 뒤덮지 않았습니까. 목회자 개인의 신앙적 결단만으로는 교회의 코이노니아 영성을 회복하기에는 힘이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톨릭이 가정을 가진 사제들 때문에 생긴 교회의 위기를 ‘사제 독신주의’로 극복했던 11세기를 상상해 봅니다. 그들이 가졌던 위기의식과 치열함이 얼마나 컸을까요. 오늘 한국개신교회가 그 때를 깊이 성찰해 본다면 어떨까요. 의례적인 행사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을 만큼 한국교회의 상황은 한가롭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