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을 학대하는 자는 그를 지으신 이를 멸시하는 자요, 궁핍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자는 주를 공경하는 자니라”(잠14:31)

새해를 맞아 사람들은 새해인사를 이렇게 많이 한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람이 복을 받으려면 복의 근원되시는 하나님을 멸시하는 일부터 그쳐야한다. 다시 말해 하나님을 공경하는 생활을 해야 진정한 복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오늘의 본문 성경은 우리가 하나님을 멸시하지 않고 ,공경하는 길을 제시한다.

우선 본문에서 ‘가난한 자’는 약자 혹은 소외된 자로 바꾸어 읽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학대’라는 말은 경시,무시,멸시,차별,착취,수탈,억압,폭행이라는 개념을 내포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갑질’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 말은 우리 사회가 1:99사회라고 할만큼 극심하게 양극화된 현실에서 가난한 자, 약자들이 겪는 부당하고 불평등한 대우나 횡포를 반영한 말이다. 부자,강자들의 갑질은 가난한 자, 약자(갑과 상반된 을)를 경시, 무시,멸시,억압,착취,수탈,억압,학대,폭행하는 짓을 의미한다.

그러면 도대체 갑은 누구이고, 을은 누구인가.

부자-가난한 자 혹은 강자-약자는 서로 상대적인 의미를 갖는 말이다. 내가 누구에게는 강자이고, 또다른 누구에게는 약자일 수 있다. 중소기업 사장이 직원들에게는 강자, 대기업 사장에게는 약자일 수 있다. 소장이 대령에게는 강자, 대장에게는 약자일 수가 있다. 이 나라 정권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강자, 미국에게는 약자일 수 있다. 북한 노동당원이 김정은에게는 약자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강자 일 수 있다. 아내가 남편에게는 약자. 어린 자녀들에게는 강자일 수가 있다. 차남이 장남에게는 약자, 막내에게는 강자일 수 있다.

다윗왕은 소위  ‘갑질’을 하다가 하나님의 혹독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백성을 섬기라고 준 권력을 이용하여 성실한 부하 장군을 죽이고 그의 아내를 강탈했다. 이런 짓을 두고 선지자 나단은 아주 적합한 비유를 들었다. 허다한 양떼를 가진 어느 사람이 제 집에 온 손님을 대접하려고 양 한 마리를 가진 사람의 양을 빼앗은 꼴이라고.(삼하12장)

구약성경이 증언하는 ‘갑질’의 압권은 바로왕과 그 일당이 보여줬다. 출애굽기에 의하면 그들의 갑질은 최상급이다. 그는 히브리인들(어원은 '하비루'로서 떠돌아 다니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을 심히 학대했다. 그는 히브리인들을 경시,무시,멸시,차별,천대,착취,수탈,억압,폭행하는 등 못된 갑질은 다했다. 그는 히브리인들을 노예로 부리며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심지어 씨를 말리려고도 했다. 잘 아는대로 모세는 그 상황에서 간신히 살아난 사람이다. 모세가 중심이 된 출애굽사건은 가난한 자, 약자들이 학대받는 구조에 그냥 순응하지 않고 ,그 굴레를 격파한 사건이다. 야훼 하나님은 가난한 자,약자가 멸시,착취,학대 당하는 일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신이다. 그는 갑질을 하는 강자들을 처음엔 말로 제지한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오른 팔을 들어 치신다. 그래도 계속 거역하면 죽여 버린다. 바로왕과 그 일당은 좋은 본보기다.

조직적인 갑의 횡포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다. 아무리 하나님이 도우시더라도 ,인간을 학대의 굴레에서 이끌어내시는 하나님을 인간이 끝까지 따르지 않으면 ,특히 서로 연대하여 따르지 않으면  자유의 삶은 오지 않는다. 과거 히브리인들은 학대받던 애굽에서 탈출한 뒤 걸핏하면 다시 애굽으로 기어들어가려 하곤했다. 학대받던 구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겪는 시련보다는 차라리 학대받더라도 익숙한(안정된 듯 보이는) 삶이 더 낫다는 착각에 빠졌던 것이다. 오랜 세월 약자로서 멸시 멸시,학대받는 생활에 길들여진 사람은 그 생활에 만족하거나 심지어 그 생활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그 정도까지 되면 지렁이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지렁이는 밟으면 꿈틀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사람을 지렁이만도 못한 존재로 만드는 데 종교가 큰 역할을 하는 수가 많다. 불교의 윤회설이 그렇다. '너는 전생에 쌓은 업이 있어 지금 가난한 자,약자로 사는 것이야. 그러니 군소리 말고 멸시, 학대를 달게 받아라' 이게 윤회설의 폐단이다. 이런 윤회설만큼이나 악용되는 교리가 예정설이다. '너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가난한 자로 살도록 하나님이 예정하셨어. 그러니 가난한 자로 사는 것을 감사하라.'   조선시대 가부장적인 유교 윤리도 마찬가지다. 그때 충효사상은 지배계급의 갑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정신교육용 통치이데올로기였다.

예수님은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신 구원자다. 그는 평생 가난한 자,약자를 긍휼히 여기는 삶을 사셨다. 그런 삶은 곧 갑질을 하는 부자, 강자들에게는 강하게 맞서고 ,대적하는 삶이었다. 당시 강자,부자는 정치적,경제적,종교적 지배계층이었다. 또한 그들은 로마제국을 등에 업고 있었다. 예수님이 당한 십자가형은 가난한 자, 약자들을 긍휼이 여기고,그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에게 맞선 삶을 산 결과였다. 여기서 긍휼히 여긴다는 말은 사람을 물건이나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자유로운 사람으로 존중한다는 말이다. 이 긍휼은 이 세상에서 갑질을 영원히 제거하고 '너와 내'가 더불어 형제애를 갖고 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원천이다. 십자가는 우리 안에서 쉼없이 솟구치는 갑질하고 싶은 속성, 그리고 갑질에 순응하며 체념할뿐 아니라 학대받는 일을 즐기기까지 하는 속성을 제거하고 긍휼의 마음을 품도록 하는 강력이다. 십자가는 사랑이다. 그런데 사랑은  내가 당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고, 내가 대접받고 싶은 것을 남에게 먼저 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가하면 예수님의 부활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죽음을 긍정한 사건이다. 즉 가난한 자 ,약자들을 긍휼히 여기다 강자들에게 죽임을 당한 예수의 삶이 옳았다(의롭다)는 긍정,인정인 것이다. 하나님의 인정!

초대교회는 갑질이 없는 새로운 공동체였다. 갑질 즉 가난한 자,약자들을 멸시하고 학대하는 죄성을 죽이는 십자가 은총을 충만히 받은 새 인간들이 만든 공동체였다.(행4:32-35) 이 공동체의 리더였던 12제자들 대부분은 이전에 갑질을 못해 안달하던 사람들이었다. 예수를 이용하여 갑질의 특권을 얻으려고 기를 쓰던 사람들이었다.십자가가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던 예수님 곁에서도 그들은 서로 누가 더 높으냐는 문제를 놓고 핏대를 올리며 다투던 사람들 이니었는가. 하지만 그들은 크게 회개하고 예수의 성령을 충만히 받은 뒤 새 인간이 되었다.

오늘 우리는 어떤가?

한 시어머니(권사)가 있다. 그런데 최근 둘째 며느리를 얻은 뒤로 집안의 평화가 깨졌다. .그 이유는 시모가 부잣집에서 시집온 둘째 며느리 앞에서 큰 며느리를 경시하고 멸시하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데 있다. 예를 들어, 두 며느리의 예단을 비교하며 노골적으로 큰며느리를 정신적으로 학대했다. 이 시모의 신앙적 사고방식은 부는 하나님의 축복이고 ,가난은  저주라는 흑백논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실 작은며느리 친정은 부동산 투기와 탈세로 돈을 번 졸부고 ,큰며느리 친정은 가난하지만 화목한 농부 집안이다. 이 시모는 평생 교회에 다녔지만 가난한 자를 멸시,학대하는 것이 하나님을 멸시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배운 적이 없다. 그러니 자신이 집안의 평안과 축복을 차버리거나 깨트리는 장본인임을 알 턱이 없다. 시모는 요즘도 새벽마다 교회에서 큰며느리 친정은 빨리 가난의 저주에서 건져주시고, 둘째 며느리 친정은 더 부자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혹시 아내나 남편을 학대하지 않는가? 늙은 부모나 자식을 학대하지는 않는가. 비난하고 멸시하지 않는가. 말로 학대하지 않는가. 언어 중에는 침묵의 언어도 있다.말없이 은근히 정신적 학대를 하지 않는가?

자녀의 방에 함부로 들어가는 부모를 생각해보자. 그 행동은 혹시 자녀를 무시,멸시,학대하는 것이 아닌가. 자녀보다 힘이 강하다고, 돈줄을 쥐고 있다고 자녀를 경시,무시하지는 않는지 자신을 살필 필요가 있다. 가족일수록, 가까운 사람일수록 경시,무시,멸시,학대하기 쉽다. 자녀에게 막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부모도 있다. 심지어 저주도 한다. 자녀를 습관적으로 비난, 경멸하는 부모는 하나님을 멸시하는 짓을 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입만 열면 자식을 사랑한다고 하는 부모의 입에서 자녀를 비난하고 경멸하고 욕하고 저주하는 말이 나온다면 , 그 부모는 자신을 스스로 속일뿐 아니라 성령을 심히 거스르는 것이다.  나는 남매를 키우면서 비난, 무시,경멸을 많이 했다. 욕도 했다.뒤늦게 깨닫고 회개 많이 한 적이 있다.오늘 말씀을 전하면서 그런 나의 과거 행동은 인간과의 관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멸시한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고 공개적으로 주님께 허물을 다시 자백한다. 자녀들에게도 용서를 구하고.

교회의 직분은 모두 섬기는 자리다. 그러나 목사. 장로, 권사, 집사 직분을 갑질을 위한 특권으로 여기고 행동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성령을 거스른다.또한 스스로 심령을 황폐화시키고 그리스도의 교회를 훼손하게 된다.

북한은 3대 세습을 하며 대를 이어 지독한 갑질을 하는 정권이 다스리는 사회다.대다수 북한 주민은 세계 근현대사에서 유례가 없는, 소수의 갑질 횡포를 당하면서도 지렁이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다.수십년간 지속되는 갑질에 익숙해져 한번 꿈틀하는 법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이다. 마치 신격화된 바로왕같은  김일성-김정은 체제 아래서 북한 주민은 노예처럼 살고 있다. 노예 중에는 자발적 노예도 있다. 잘 길들여진 우매한 노예도 있고. 전체주의 사회 북한에서 자유인은 오직 김정은뿐이다.

그런가하면 돈이 왕노릇하는 사회에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더해지면 그 사회는 갑의 횡포가 체질화 된다. 군대와 종교가 권위주의적 문화를 조장하면 그 사회는 더욱 암담하다. 돈이 왕노릇하는 사회는 얼핏 보기에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은 돈에 매여 노예처럼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윤 동기와 경제논리가 시람과 사람 사이를 지배하면 그 사회는 필히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사회는 양극화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모래알처럼 원자화된다. 그 사회는 도시화를 촉진하여 사람들을 밀집시키지만 사람들은 서로를 불신하며 고립된다. 서로 형제애로 연대한 사회가 아니라 모래더미같은 집단일뿐이다. 내 이웃을 내몸처럼 사랑하는 온기는 아예 싹부터 잘라버리는 게 돈이 왕노릇하는 사회의 막강한 위력이다. 일만 악의 뿌리인 돈이 왕이기에 모든 사람은 그의 노예로 전락되어 악의 구렁에서 고통을 당한다.

600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대받는 사람들이다.같은 작업장에서 똑같은 일을 아무리 성실하게 해도 절반의 임금만 받게 되는 그들은 조직적이고 정책적인 학대를 받는 이들이다.산더미같이 돈을 쌓아놓고 있는 대기업과 부자편을 드는 나라가 합세하여 조직적으로 학대하는 구조속에서 일반 시민들은 한 조각의 자존감, 한뼘의 하나님의 형상마저  내던지고 살아야하는 처지다.

국가마저 자본의 시녀가 되면 시민들은 서로 갑질을 하거나 당하며 지옥같은 삶을 살게 된다. 세월호사건은 단적인 사례이다. 사람이 피라미드식 먹이사슬의 한 부품이 되어 저마다 죽지 못해 사는 지경까지 도달하는 건 시간 문제다. 돈이 왕노릇하는 사회는 사람들을 창녀같은 존재로 만든다.창녀는 겉보기에 화려하나 속은 썩어있다. 혼을 빼놓고 화려하게 사는 그런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에게 그 사회는 암흑이다. 돈이 왕노릇하는 사회는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으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성경은 그런 세상을 사랑할수록 하나님의 사랑은 그 사람에게서 사라진다고 가르친다(요일2:15-16). 반대로 말해도 진리다. 사랑이신 하나님을 등질수록 사람은 돈이 왕노릇하는 세상을 좋아하게 된다.

이 시대를 포스트모던시대라고 하며 저마다 자유인이 된 듯 자랑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현대인은 대개 돈의 노예로서 서로 갑질을 하거나 당하며 신음한다.신음 소리를 저마다 다르게 낼뿐인데 어떤 이들은 그걸 개성이란다. 돈이 왕노릇하는 사회는 새도매조히즘 사회다.서로 가해하고 피학대 당하면서 서서히 피를 흘리고 죽어간다.때로는 그 피를 즐기기도 한다.

한편 우리 나라에 대한 미국의 갑질은 도가 지나치다. 마침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까지 한국에 배치하려고 한다. 물론 그 사드를 배치하는 지경까지 온 것은 우리가 자초한 면도 있다. 전시작전권을 자진하여 상납한 나라이니 사드까지 배치하는 일을 막을 도리가 없다. 군사주권이 없으니 남의 나라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알다시피 사드는 고고도미사일로서 북한을 겨냥한 무기가 결코 아니다. 이것은 장거리 미사일을 방어하는 방어체계로서 누가 봐도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만약 우리 주변 강대국들이 서로 전쟁을 벌일 경우, 가령 미국과 중국 혹은 중국과 일본이 전쟁을 할 경우 제일 먼저 우리 나라에 배치된 사드가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는 우리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가만히 앉아서 죽게 된다.국제관계 속에서 갑질의 횡포로 인해 찍 소리 한번 못하고 죽을 운명이다. 그것도 우리가 자초한 운명... 지금 우리 나라에 주둔한 미군은 북한만 상대하는 군대가 아니다. 미군은 미국의 세계 전략적 이해관계를 따라 여기에 주둔하고 있다. 그들의 이해관계는 우리 나라의  이해관계와 다른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한편 우리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한국은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 놓고 있다.

예수께서는 최후심판의 비유를 통해 놀라운 비밀을 알려주셨다. 즉 내가 지금 여기서 가난하고 약한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느냐가 나의 구원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진리이다. 다시 말해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을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존중하고 ,그와 대등한 사랑의 관계를 맺고 사는 일이 곧 하나님을 공경하는 일이라는 가르침이다. 돈이 왕노릇하는 세상에서 사람을 물건이나 수단으로 취급하지 않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귀한 존재로 여기며 서로 선한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은 곧 구원받는 지름길이다.(마25:31-46) 구원(영생)은 지금 여기서부터 하나님을 사랑(경외)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며 사는 삶이다.

혹시 하나님을 멸시하지는 않았는가.

하나님을 멸시한 죄를 주님께 자백하자.

자신보다 가난한 자, 약자를 무시하고 멸시한 죄를 주님께 자백하자.

그들을 경멸하거나 학대한 죄도 회개하자.

때로는 말로 혹은 행동으로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죄도 회개하자.

반면에 멸시를 받고 ,착취를 당하고 학대를 받으면서 비굴하게 굴종한 죄도 회개하자.

김달성목사(평안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