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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감, 그 서운함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문경보  |  motang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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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1월 03일 (토) 22:30:13
최종편집 : 2015년 01월 03일 (토) 22:38:26 [조회수 :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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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첫 담임을 맡은 순수하고 여리고, 예쁜 여선생님. 고등학교 남학생들 담임을 하기에는 너무나 착한 20대 중반의 여선생님. 종례시간에 한 시간 내내 눈물로 호소를 하고 나서 반 친구들에게 ‘이제는 우리 잘해보자’고 말을 겨우 매듭지은 선생님.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학급회장이 능글맞은 웃음을 띠며 '반사'하고 손짓과 함께 소리를 질러댔다. 회장은 어색한 분위기를 회복해보려고 한 행동이었지만, 그 손짓을, 그 소리를 '선생님, 너나 잘하세요.'라는 것으로 해석하여 힘없이 교실 문을 나선 선생님.

그 여선생님의 하소연을 듣고 있던, 담임을 세 번째 맡고 계시는 20대 후반의 여선생님. 자신은 담임을 맡고 한 달이 지나면 밤마다 꿈에서 장풍으로 아이들을 날려 보내는 꿈을 꾸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선생님만 겪는 통과의례가 아니니까 너무 맘 상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던 사십대의 남교사인 나. 나 역시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한 달이 지나면 꿈을 꾸었다고 했다. 우리 반 아이를 엎드리게 한 후 몽둥이로 엉덩이를 내려치려는데, 그 몽둥이가 내려가지 않는 꿈. 몽둥이가 내려가지 않는 것에 당황하여 땀을 뻘뻘 흘리는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비웃음을 던지는 우리 반 아이들이 등장하는 꿈. 깨어나서 생각해보면, 학급을 담임교사의 마음대로 운영하려 하지만 그리 되지 않는 상황이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되는 꿈. 그런데, 마흔 고개를 넘고, 교사 생활을 이십 년 가까이 하고 나니 그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금은 넉넉한 마음으로 나의 부족함과 학생들과 다른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흘리는 선생님의 눈물이 그런 여유를 선물할 것이고, 틀림없이 나보다 훨씬 괜찮은 교사의 자리에 서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내려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그 곳이 교사의 시작이고 어쩌면 끝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히 내 말을 듣고 계시던 육십 대의 선생님. 나의 은사님이기도 하시고, 겨울이 지나면 정년퇴임을 앞두었던 선생님. 그 선생님께서 굵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하시는 말씀 하나.

" 잘 들으셨죠. 이 문 선생이 말이오. 내가 길러낸 제자요. 내가 이런 사람이요."

농담 섞인 그 말씀에 자리에 함께 모였던 선생님들과 함께 박장대소를 하던 나는 한 순간 마음에 울려 퍼지는 슬픈 속삭임을 들었다. ‘이제 저 분이 퇴임을 하시고 나면 이 못난 제자는 누가 자랑스러워 해주고, 누구에게 어리광을 피울까?’ 그리고 나는 불현듯 이렇게 선생님께 말씀 드렸다.

“ 선생님. 건강하게 오래 사실 꺼죠?”

말없이 미소를 짓는 그 선생님의 모습 속에서 세상 끝 날까지 항상 함께 하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주님의 마음이 보이는 듯 했다. 아! 어떤 이에게 세월은 그렇게 조금씩 주님을 닮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마법을 부리나보다! 늙어감은 그래서 참 아름다운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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