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박흥규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추곡수매 문제로 농민들은 겨울바람을 쐬며 볏가마를 아스팔트에 쌓고 시위를 한다. 지난 6년동안 정부는 수매값을 묶어놓고 수매량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추곡수매값 동결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가슴은 언제나 춥기만 하다. 우리나라에 농정이란 어떤 것이며 실제로 이 나라에 농정이 있는지 농민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도 가슴을 앓고 있다. 세금 도적은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터지는 것을 볼 때 어떻게 손댈 수 없는 사회구조의 부패된 모습을 실감하며 가난하고 고달픈 사람들에게는 살기가 더욱 힘들어지며 어려워지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한편 세계화라는 바람은 지금의 농촌을 더 급하게 무너뜨리고 있다. 농촌은 새로운 형태로 바꿔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 이론이 바로 농민들이 이해하는 세계화일 것이다. 지금 한국 농촌은 위기 속에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사는 길은 위기를 진지하게 느끼며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다. 요즈음 농촌교회도 교회가 운영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업 위주의 교인들은 고령화되고 이미 교회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갈수록 농촌교회의 생존의 문제는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다. 위기를 느끼고 극복하려는 의지력만이 농촌과 함께 쇠퇴하는 농촌교회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정부는 2005년이 되면 지금의 농촌인구가 절반으로 준다고 말한다. 농촌은 어떤 모양으로든지 존재할지는 모르나 많은 농촌교회들은 두 세 교회가 병합되고 한 목회자가 여러 교회를 관리하는 형태로 바꾸어지게 될 것이다. 농토는 위락시설이나 공장지대로 변해지고 남은 농토는 개인의 경작보다는 회사에 소속된 땅으로, 농민은 위탁경영체제로 농사를 지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지 농업은 유지되나 지금 농촌에 있는 인구들이 그대로 농촌에 머물 때 그들이 어떤 형태로 생존하느냐는 일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된다.

옛날 히브리인들은 농토를 개인의 소유로 보지않고 생존권으로 보았다. 땅의 소유는 돈많은 부자의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으로 보았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에 균열과 대립이 심해질 때 그들은 희년법을 만들어 다시 똑같은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50년마다 주었다. 망하는 사회구조를 개혁하는 일을 희년법으로 종교가 그 역할을 해왔다.

지금 변화되는 농촌사회 문제에 교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10년 후인 2005년을 바라보며 농촌 현상에 대한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충청남도 전체 농가의 91%가 영농승계자가 없다고 한다. 다른 직업을 원하는 농민이 전체 농민의 19%이며 3년 안에 13%의 인구인 4,623 가구가 농촌을 떠난다. 평균 농사꾼의 나이가 55세이며 50세가 넘는 농민이 70%가 된다. 지금 이런 통계를 통해 급변하게 변해질 농촌의 모습을 우리는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에서 농촌교회가 선교적인 과제를 찾아보자.

1. 교회는 노인문제를 선교적인  관심사로 두어야 한다.

노인문제는 사회복지 문제로 국가의 복지정책에 기대할 수 있으나 실제적으로 농촌지역의 노동력으로부터 소외당하고 가족의 돌봄으로부터 떠나 버려진 노인들의 수는 해마다 증가되고 있다. 그들의 생활과 건강과 여가문제를 교회의 관심사로 가져야 한다. 노동력을 팔 수 없는 노인들을 위해 교회는 중소기업과 연결이 되어 그들이 일 할 수 있는 소득을 위해서 알선을 해주고 그들이 노동하는 장소로 교회가 활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실버산업과 같이 도시의 여유있는 노인층들의 문제보다 시골에 버려진 노인들의 생존문제에 대해 교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2. 교회는 지역 공동체 운동을 이루어야 한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농민층과 일이 없는 무의탁 노인, 소외계층 그리고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한 주민들과 함께 지역문제와 생존문제를 위해서 어울릴 수 있는 삶의 운동을 시민운동의 성격으로 교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즉 공동체 운동을 통하여 지역의 위화감을 줄이고 함께 사는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일에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3. 농촌 목회자의 의식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농촌 목회자들은 농촌 현실이나 농민들의 생활 속에 함께 하는 일보다는 거리를 두고 현실과 선교라는 것을 두 개로 보는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왔다. 농촌 목회자들이 농촌에 대하여 피상적인 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농민현실을 무시한채 해외선교까지 벌이는 자기 모순을 가져왔다. 이러한 선교에 대한 의식은 농촌교회 신자들까지 병들게 만들었다. 선교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심과 같이 현실에 대한 참여이다. 앞으로 변해지는 농촌 현신을 민감하게 보고 주민들의 문제와 함께 하며 더불어 먹고 마시며 그들이 겪는 고난을 목회자 자신의 고난으로 받아들일 때 농촌선교는 가능하다. 앞으로 농촌교회의 사활은 목회자들의 농촌선교에 대한 의식의 각성에 있다고 본다.

완벽한 희년이란 한번도 이 땅에 이루어진 일은 없다. 그러나 희년을 기대하는 인간의 노력을 통하여 희년을 이 땅에 점차적으로 이루어 간다. 농촌에 대한 희년은 오는가. 그것은 농촌의 희년에 대한 끈질긴 의지를 실천하는 농민과 농촌교회의 행동적인 삶에서 기대할 수 있다.                   푸른언덕

푸른언덕 제62호 1995년 1월호 외 보러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