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exodus)의 허구성 이해

   출애굽에 대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군요. 영화감독은 성서본문에 나타나는 문자적 묘사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익히 잘 알고 있는 출애굽기의 내용들과 견주어보면서 감상하실 수 있다면 신앙적 관점을 높이거나 확대시키는 일에 크게 도움이 될 줄로 압니다. 그런데 영화감독이 출애굽기의 내용을 어떻게 만들었는지의 문제와는 별개로 분명히 알아야 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성서본문에 기록된 출애굽기의 “역사성”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성서본문에 “문자로 기록된 그대로의 내용이 모두 실제로 발생했던 사실 그 자체는 결코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지상의 모든 인간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평균 지능지수 세 자리를 허락하신 하나님은 ‘성서본문이 모두 글자 그대로 역사적 사실 그 자체’임을 “믿어야 한다”고 말씀하시 않으십니다. 본문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 그 자체라고 한다면 믿어야 할 이유가 도무지 없습니다. 왜냐하면 역사 속에서 그 사건을 확인하면 그것으로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을 믿는다? 사실로 확인되는 내용을 ‘믿는다’는 말은 ‘믿음이란 무엇인가’를 규정한 히브리서(11:1)에도 맞지 않는 비지성적, 반신앙적 잣대일 뿐만이 아니라 보지 못하고 믿는 믿음이 더 복되다는 요한복음 저자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그리 달가운 믿음행태가 결코 아닙니다(20:29). 왜냐하면 “역사적 사실이기에 믿는다”는 말은 결코 신앙적인 용어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믿음을 강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성서본문들을 대할 때에는 성서본문의 “문자가 말하는 표면적 의미에 무게중심”을 두기보다는 “문자를 통해 나타나는 ‘신앙고백’, 혹은 본문에 나타나는 ‘신학사상’에 무게중심”을 두고 행간을 읽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본문의 문자 그 자체로=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본문내용의 신학적 의도=하나님의 뜻=말씀]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적절한 신앙적 안목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출애굽기에 기록된 성서본문의 내용은 역사성을 갖고 있을지언정 본문에 기록된 내용들은 문자 그대로 모든 내용이 전부 다 일점일획도 틀림없는 역사적 사실일 수 없다는 “종교문학적 허구성과 그 의미”에 대해 논구해 보고자 합니다.

▲ 영화 <액소더스>의 한 장면

   상식선에서 보는 허구성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통상 출애굽 사건을 ‘문자 그대로 의심할 수 없는 역사적 실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서본문의 문자적 기록들은 성서저자의 신앙이 담긴 신앙적, 혹은 신학적 목소리일 뿐, 본문에 기록되어 있는 출애굽 사건을 확증할 수 있는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사적....... 증거들은 별로 없는 형편입니다.

   이에 대해 이집트 쪽에서 자신들의 창피한 역사를 모조리 폐기시키지 않았겠느냐, 혹은 이집트 쪽에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건이라 기록할 필요성이 없었으므로 기록에 남기지 않은 것이 아니겠느냐, 모든 사건이 역사에 기록으로 남아야만 되는 것이냐, 역사에 남지 않는다고 해서 역사상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 등등의 반론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아도 이런 반론은 도무지 고려해볼 가치조차 없는 ‘분노성 반발’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유아 외에 보행하는 장정이 육십만 가량이요 수많은 잡족과 양과 소와 심히 많은 가축’을 데리고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이 ‘아무런 증거도 남지 않을 만한 일(?)’이라고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출12:37~38).

   장정만 육십 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더해진 수많은 잡족, 그리고 한 가족 식구의 수를 네 명이라고 본다 해도 족히 240만이 넘습니다. 이 엄청난 인구수는 당시 세계의 인구수로 볼 때 웬만한 대형제국의 인구수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수에 가축들까지 광야생활을 40년간이나 했다면 대체 어떻게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240만을 위한 식량과 물은 만나와 이슬을 먹음으로 해결되었다고 양보할지라도 가축 배설물을 포함한 엄청난 인구수의 폐기물 문제는?.......

   더구나 출애굽기에 의하면 바로가 이스라엘을 추격할 때 ‘특별 병거 육백승과 애굽의 모든 병거, 장관들’이 동원되었습니다(출14:7). 이런 어마어마한 추격전이 있었던 사건인데 이런 큰 사건이 이집트 역사에 단 한 줄 남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홍해가 갈라졌다고 하는 기적보다 더 큰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편 136:15에 의하면 ‘바로와 그의 군대를 홍해에 엎드러뜨리신 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표현대로라면 이스라엘을 추격하던 군대와 바로는 이스라엘을 추격하다가 한 날 한 시에 바다에 익사하여 모두 같이 죽었다는 뜻이 됩니다. 이집트의 파라오를 수비하는 궁성경비대 병거들만이 아니라 애굽 전역에서 소집한 병거대 및 군대를 동원하여 히브리 종들을 추격했다가 혼자 달랑 살아 돌아온 파라오가 이집트 역사에 있습니까?

   그러므로 이에 대해 단정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성은 있으나 역사적 사실 그대로의 사건은 아니다!”

   역사성이 있다는 것은 성서본문 안에 고대 이집트사의 일면이 나타나고 있고 이스라엘의 종교적 경험이 반영되고 있기에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역사성은 있을지라도 본문내용 그 자체가 곧 문자 그대로 역사적 실제 발생 사건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본문에 기록된 엄청난 탈출관련 기록들이 성경본문에만 기록되어 있을 뿐만이 아니라 문학적 상상의 산물인 허구적인 면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나이를 비롯하여 이스라엘 추격시에 동원된 특별 병거 숫자 및 탈출한 장정들의 숫자가 지나치게 정확합니다. 동원된 특별 병거의 숫자는 정확하게 600대로 나타나는데 그 병거들을 거느리고 히브리 종들을 추격했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갑자기 밀려든 쓰나미 같은 바닷물에 의해 전멸되었다는 이집트 파라오의 이름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은 모세의 나이 80세, 특별 병거 600승, 탈출한 장정들의 숫자 60만이라는 수는 정확하게 기록했으면서 하나님께 참패당한 이집트 파라오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뜻합니까? 이집트 쪽에서 완벽하게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삭제했다고 할지라도 이스라엘 쪽에서는 하나님께 참패당한 이집트의 파라오 이름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자신들을 그토록 심하게 괴롭혔는데.......

   출애굽 15세기설과 13세기설의 허구성

   출애굽의 역사성에 대해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논쟁의 핵심은 출애굽 당시의 이집트를 누가 통치하고 있었느냐는 것과 탈출의 때가 언제였느냐의 문제입니다. 이때 15세기 설과 13세기 설로 나누어지는데 15세기 설을 주장할 경우 탈출연대는 기원전 1400년대 중반경의 투트모세 3세의 통치시기로 추정하게 됩니다.

   이 무렵에 출애굽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는 결정적인 성서적 근거는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하기 시작한 때를 기점으로 역산해서 얻는 산술적 연도에 있습니다. 열왕기상6:1에 따르면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한 해는 이집트에서 나온 지 사백팔십 년이 되던 해입니다. 솔로몬의 재위 연대는 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및 유다의 왕들이 재위한 시기를 역산해서 얻은 수치에 근거합니다.

   이렇게 볼 때 솔로몬이 왕이 된 해는 기원전 970년경으로 계산되는데 왕이 된지 사년에 성전을 건축하기 시작했다고 했으므로 965~6년쯤이 됩니다. 이때가 출애굽 이후 480년 되는 해이므로 역산하면 출애굽 연대는 1445년경으로 기원전 15세기 중반이라는 산술적인 결과가 나타납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출1:8의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은 투트모세 3세의 선왕인 투트모세 2세가 됩니다. 그렇다면 모세는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인 투트모세 2세가 통치하던 그 어느 때에 나일강에 던져졌다고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왕의 ‘딸(출2:5)’이 그를 물에서 건져 양자로 삼아 궁에서 왕자로 기른 겁니다(출2:10). 그러므로 모세는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인 투트모세 2세의 외손자로 자랐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집트 왕궁에서 파라오의 외손자로 성장한 그가 사고를 치고 도망한 후(2:11~15) 얼마 후에 그 파라오는 죽었습니다(출2:23). 그런 상황 속에서 모세는 호렙산에서 하나님을 만나 이집트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때 모세를 죽이려고 했던 자가 다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됩니다(4:19). 이때 모세의 나이는 이미 팔십에 이르러 있었습니다(7:7).

   그러면 기원전 15세기경 모세와 대결을 벌였던 이집트의 왕은 과연 누구입니까? 모세를 죽이려고 했던 파라오의 손자입니까? 아니면 그의 아들, 모세의 외삼촌뻘 파라오입니까? 더구나,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요셉을 모르는 새 왕(출1:8)’은 힉소스 통치를 끝장낸 왕이어야 하는데 투트모세 3세의 선왕인 투트모세 2세는 힉소스 통치를 끝장낸 왕도 아닙니다.

   한편 출애굽의 연대를 13세기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출1:11의 ‘국고성 비돔과 라암셋을 건축하게 하니라’에 근거하는 추론입니다. 이집트의 파라오들 중에 기존의 수도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대대적인 건축 사업을 벌인 왕이 이집트 역사에서는 람세스 2세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 시기가 대략 기원전 1200년대 중반에 해당하는 기원전 13세기입니다. 그래서 출1:11의 표현이 람세스 2세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고 출애굽의 역사적 연대를 13세기로 주장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각이 상당한 설득력를 갖는다면 15세기설이 자연스럽게 소멸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15세기설이 여전히 주장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한 가지 설이 확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성서의 본문을 문자기록 그대로 다 인정하고 순진하게 받아들이기가 매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출애굽기에 기록된 내용이 역사적 사실을 아무런 가감없이 문자 그대로 옮겨 적은 사건 일지와 같은 것이라면 13세기설이나 15세기설 중 어떤 설을 주장하는 입장이든지 두 입장 공히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은 힉소스 통치를 끝장낸 왕으로 결정지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청동제 무기와 전차로 무장하고 이집트를 정복했던 힉소스의 통치(기원전 1700년경~1570년경)는 기원전 1570경에 아모세가 힉소스의 잔당들까지 완전히 몰아냄으로 끝장났습니다.

   따라서 성서본문에 충실하면서 이집트 역사를 들여다본다면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은 아모세가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시대적으로 볼 때 아모세의 통치 기간과 출애굽기에 나타나는 모세의 시대적 정황을 서로 맞추기가 매우 어려우며 모세의 출애굽 사건을 15세기로 본다고 할지라도 시간거리가 너무 멉니다.

   이래서 출애굽기의 내용은 이집트의 ‘역사 속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객관적인 사건을 문자 그대로 정확하게 옮겨 적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게 되는 겁니다.

   문화사적 허구성

   문화사적인 측면에서도 출애굽기의 내용은 기원전 15세기나 13세기의 어느 때에 실제로 문자 그대로 한 점 틀림없이 발생했던 사건을 기록한 객관적 내용이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모세의 후계자인 여호수아 시대에 벌써 ‘철병거’라는 표현이 나타난다는 것은 시대적으로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대에 인류 최초로 철제련법을 통해 철을 뽑아내고 그것으로 무기를 만들어 힘을 과시했던 족속이 힛타이트입니다. 그들은 지금의 터기를 중심으로 팔레스틴을 비롯한 중동일대를 장악했는데 이들이 철제련 기술로 만든 철제무기가 대량으로 생산되고 그것들을 본격적으로 전쟁에서 사용한 시기는 기원전 1100년대 부터였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호수아서에 ‘철병거(iron chariot)’라는 표현이 나옵니다(수17:16,18). 여호수아는 모세의 뒤를 이은 후계자이므로 출애굽 이후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렀어도 청동기 시대를 지날 수 없습니다. 13세기설을 지지한다고 할지라도 아직 청동제 무기로 전쟁하던 시대였으므로 철기시대와 연관된 용어들은 한 세기 이후에 나타났기 때문에 철기문화 용어가 사용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호수아가 가나안을 정복해 들어갈 때 가나안에 이미 철병거가 무기로 사용되고 있음이 나타납니다. 가나안에 철병거가 있었다는 말은 시대적 배경이 이미 기원전 1000년대라는 뜻입니다.

   철병거는 말 그대로 철제부품으로 만든 전차입니다(chariots of iron, iron chariots). 철병거는 쇠를 이용하여 만든 전차이므로 철기시대에 이르러서야 제조가 가능했던 철제무기입니다. 따라서 모세와 여호수아 시대는 아직 청동기 시대인데 철기문화의 표현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종교문학적 표현에 의한 역사적 허구라고 보게 됩니다.

   성서의 역사적 허구성에 대한 이해

   그러면 이와 같이 실제적인 역사적 시대상황과 다르게 표현된 허구적 내용들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요?

   성서의 각 본문들은 해당 성서본문을 기록한 저자 자신이 살던 당시의 상황 속에서 기록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자가 살던 자신의 시대상황이 본문에 반영되어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시대 속에서 자신의 언어로 본문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오경의 저자는 신석기 시대로 상정되는 노아시대 때를 묘사하면서 두발가인을 ‘구리(copper, bronze)와 쇠(iron)로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드는 자(창4:22)’라고 하였습니다. 쇠라고 하는 철은 철기시대에나 가능한 용어입니다. 그러므로 ‘쇠로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들었다’면 이미 철제련 설비를 통해 철제도구들을 만들던 시대에 신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기록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앞 시대의 상황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표현들이 본문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함으로서 뒷 시대의 사람이 본문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런 허구적인 내용들이 보인다고 말하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신석기 시대가 배경인 노아 이야기를 ‘철기 시대의 저자가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에 따라 우리는 “성서본문의 역사적 허구성은 ‘본문과 다른 시대를 살던 저자’의 신앙고백적이며 종교문학적인 표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성서의 역사적 허구성은 저자의 시대 속에서 고백되고 교육된 신앙과 신학사상이 녹아진 표현의 결과들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 이해를 바탕 삼아 성서본문의 행간을 읽을 때 성서저자가 영감받은 메세지를 잘 발굴하여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성서저자는 본문의 내용을 자신의 시대 속에서 자신의 언어로 기록할 때 객관적인 역사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성서저자 자신의 시대 속에서 믿음을 위해 기록한 ‘신앙물, 종교문학’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성서저자가 자신의 시대 속에서 받은 말씀을 자신의 언어수준에서 기록하여 우리에게 남겨 준 성서를 통해 동일한 하나님의 말씀을 받기 위해서는 부단한 숙고와 사색이 필요하다는 인지하시고 끊임없이 말씀과의 만남을 기하시는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