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의 주인공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은 항상 해피엔딩이었다. “그 후로 잘 먹고 잘 살았대요.” 옛날에는 먹을 것이 모자라서 밥을 굶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잘 먹는 것은 서민들의 평생소원이었다. 먹고 사는 것, 그것도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것은 오랫동안 우리가 추구해 온 물질적인 복이다. 요즘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의 수준을 넘어서 명품 타령을 하면서 사치스럽게 사는 삶이, 물질만능주의적 풍조가 휩쓸고 있다.

복을 받기 원하는 것은 한국인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소망이다. 그래서 구약에서 보면 아브람을 부르시면서 하나님은 그에게 큰 민족을 이루게 하고 복을 주어서 그의 이름을 창대하게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신약에서도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여덟 가지 복을 말씀하셨다. 그런데 구약의 복은 한국인이 원하는 오복과 마찬가지로 물질적인 복인 반면, 신약의 복은 영적인 복에 치중하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보통 이 두 가지 복을 확실하게 구분하지 않고 두 가지를 모두 구하는 경향이 있다. 육신을 지닌 우리는 육신의 만족을 위해서 물질적인 오복을 원하기 때문에 구약의 물질적인 복에 치우친다. 특히 ‘구하면 주신다’는 말에서 보통 교인들이 생각하는 것은 가정의 번영, 교회의 부흥 등 물질적인 복이다. 이 물질적인 복을 위해서 새벽부터 열심히 기도한다. 물질적 복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는 교회는 부흥하고 기도를 소홀히 하는 교회는 침체한다. 한국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교회의 물질만능주의가 어깨동무를 하고 간다.

그래서 구약의 복과 신약의 복의 차이를 확인하면서 신약에서 강조하는 복,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구해야 할 영적인 복에 대해서 묵상하는 일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창대해지는 복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그의 고향을 떠나 하나님이 지시하신 땅으로 가라고 명하셨다. 그러면 아브람에게 복을 주어서 그의 자손이 큰 민족을 이루고 그의 이름이 창대해지는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하나님은 그에게 많은 자손을 약속하셨을 뿐 아니라 애굽 강에서부터 유브라데까지 넓은 땅을 그의 자손에게 주시겠다고 물질의 복도 약속하셨다. 아브람이 그의 고향을 떠난 때가 그의 나이 75세였는데, 타향에 나갔다가도 고향을 찾을 나이에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브람은 복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고향을 떠났고, 하나님은 약속하신 대로 자손의 복과 물질의 복을 그에게 주셨다. 하나님은 아브람의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바꾸어 주시고 100세에 그의 가문을 이을 아들 이삭을 주셨다. 그리고 그의 손자 야곱은 삼촌 라반의 집을 나올 때 많은 양떼와 소떼를 거느리고 나오면서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받고 “생육하며 번성하라”(창 35:11)는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서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조상이 되었다. 아브라함은 장수하는 복을 받아서 건강하게 백칠십오 세까지 살았다. 한때 이스라엘 족속이 애굽의 노예로 어려움을 당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의 자손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정착하게 되었으니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대로 오복을 받은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 다윗은 복을 받아서 왕위에 올랐고 많은 이웃 부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강대한 나라를 세웠다. 그래서 그는 성군으로 추앙을 받았을 뿐 아니라 엄청난 부를 누렸다. 아버지 다윗을 이어서 왕위에 오른 솔로몬은 예루살렘 성전을 완성하고, 일천번제를 드리고 하나님께 순종함으로써 강성한 나라를 유지하면서 부를 축적하고 지혜의 왕이 되는 복을 누렸다.

십계명에서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풀겠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은혜는 물질적인 은혜를 말한다. 특별히 신명기에서는 십계명을 선포하신 후에 이 계명들을 지키면 “네가 복을 받고 네 조상들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허락하심 같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네가 크게 번성하리라”(6:3)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은 신명기 6장, 7장, 8장, 11장 등에서 반복적으로 계명을 지키면 물질적인 복을 주신다고 언급하셨다. 그러다가 신명기 28장에 가서는 순종할 때는 복을 받지만, 불순종할 때는 저주를 받는다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한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순종과 불순종의 결과가 신명기에서 반복 강조되는 것에 주목하여 이것을 신명기 사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신명기 사관은 모세오경으로부터 역사서, 예언서 등 구약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이때 우리가 주목할 것은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는 사람들,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받을 복이 자손이 번성하는, 땅을 차지하는, 많은 재산을 소유하는 육신적인 혹은 물질적인 복이라는 점이다.

영적인 복

그런데 신약에 오면 구약에서 그렇게도 중시되던 물질이 천국에 들어가는 데에 오히려 거침돌이 되는 것을 발견한다. 한 부자 청년이 예수님에게 와서 영생을 얻을 방법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는 계명을 잘 지킨 사람이었다. 신명기 사관에 따르면 그는 복을 받을 만한 사람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계명을 지킨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그의 소유를 팔아서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와서 예수님을 따르라고 그에게 명하신다. 그러고 나서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라”(마19;22)고 말씀하시면서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고 덧붙이신다. 이때 예수심이 중시하시는 것은 물질적인 복이 아니라 천국에 들어가는 복이다.

누가복음 12장에는 한 부자의 비유 이야기가 나온다. 한 부자가 곳간을 크게 짓고 곡식과 물건을 그 안에 가득 채우고 먹고 마시며 즐겁게 살려고 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날 밤에 그가 죽게 되면 그 재물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재물을 탐하는 그 부자를 어리석은 자라고 말씀하신다. 이어서 재물을 탐하지 말고 소유를 팔아서 구제하라고,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라고, 그렇게 해서 “그의 나라를 구하라”(31)고 말씀하신다.

누가복음 16장에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 이야기가 나온다. 부자는 죽은 후에 음부에 가고 나사로는 천국에 간다는 이야기이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13) 기 때문에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한편, 이보다 앞서서 “너희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눅 6:20)이라고 말씀하신다. 따라서 구약에서와는 달리, 예수님의 복음에서는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이 더 복이 있는 사람이다.

서신서들에서도 부유한 사람들은 부러워할 대상이 아니다. 그들이 재물을 얻기 위해서 저지른 악행으로 인해서 그들은 정죄를 받게 된다. 야고보서에는 “들으라 부한 자들아 너희에게 임할 고생으로 말미암아 울고 통곡하라”(5:1)고 기록되어 있다. 히브리서에서는 “돈을 사랑하지 말고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라”(13:5)고 말하고 있고, 디모데전서에서는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6:10)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신약에서는 돈이 많은 것이 결코 복이 되지 못한다.

예수님이 이렇게 부자들을 경계하시는 것은 재물을 모으기 위해서 남을 착취하게 되고 재물이 많은 곳이 부패하기 때문이다. 야고보서에서는 부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너희 밭에서 추수한 품꾼에게 주지 아니한 삯”과 “그 추수한 자의 우는 소리”(5:4)를 언급하고 있다. 돈이 악의 뿌리가 된다고 말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 남을 속이고 악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자들의 “탐심”(눅 12:15)에 있고,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자기를 위해서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눅 12:21)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구약에서는 이 땅에서 누리는 물질적인 풍요가 강조되지만, 신약에서는 천국 복음이 강조된다. 마태복음의 첫머리에서 세례 요한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3:2)고 전파한다. 예수님 역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 4:17)로 천국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하신다. 천국에서 큰 사람이 누군가, 누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가, 왜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 어려운가, 천국에 쌓는 보화, 천국에 관한 여러 가지 비유 등 신약은 천국에 관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천국이라는 말이 하늘에 있는 나라뿐 아니라 지상에 이루어질 하나님의 나라를 가리키기도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구약과 신약의 재물에 대한 관점이 아주 다르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리고 신약에서는 복이라는 말과 함께 상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산상수훈의 팔복에서는 복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 5:3)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심령”과 “천국”이다. 여기서 복이라는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팔복에서 언급되는 복은 주로 영적인 복이다. 그리고 팔복에 이어서 예수님으로 인해서 박해를 받는 사람은 “하늘에서 너희의 상”(마 5:12)이 크다고 말씀하셨고, 작은 자에게 냉수 한 그릇을 주는 사람은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 하리라”(마10:42)고 하셨다. 팔복에서는 복이라는 말로도 영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상이라는 단어는 복이라는 말에 비해서 현실적인 물질보다는 칭찬, 기쁨, 영광 같은 정신적인 의미를 함축한다.

구약에서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계명을 지키는 사람이 물질적인 복을 받았지만, 신약에서는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고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 영생하는 복은 받는다. 예수님이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실 때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마 3:17)이라는 음성이 들리고, 변화산에서도 “이는 나의 아들”(눅 9:36)이라는 음성이 들린다. 특히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밝히시면서 “나를 믿는 것은. . .나를 보내신 이를 믿는 것”(요 12:44)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 14:6)이라고, 예수님 자신이 영생하는 “물”(요 4:14)이라고, “생명의 떡”(요 6:48)이라고 언급하신다. 신약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고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믿는 것 그리고 진리, 생명, 영생이다.

요한복음 3장 16절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인 것과 예수를 믿으면 영생을 얻는다는 사실을 요약해서 말해준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한복음에서 강조하는 것은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에서의 상, 즉 영생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요한복음의 기록자는 예수님이 새 계명을 주셨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 새 계명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13:34)는 것이다. 공관복음에서는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소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라고 연거푸 말씀하신다. 그것은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는 일이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자들을 실족케 해서는 안 된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왕의 비유에서는 작은 자 하나에게 물 한 그릇을 대접한 것이 바로 주님께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씀하신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형제에게 노하지도 형제를 비판하지도 말고, 원수를 사랑하고, 형제의 허물을 용서하고, 겸손하게 형제를 섬기는 것을 말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하늘의 상이 크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천국복음에서는 내 이익을 위해서 남을 이용하거나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웃을 돕고 이웃을 위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재물을 모으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재물을 이웃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들, 보잘 것 없는 소외된 사람들을 돕지 않으면, 그 사람은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한 천국,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의 사명이다.

역사서까지의 구약의 역사는 갈등과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서는 땅을 얻기 위해서 이웃 부족을 쳐서 그들의 인명과 재물을 취하고 생포된 사람들을 노예로 삼았다. 성군으로 추앙받은 다윗의 경우에 너무 많은 피를 손에 묻혔기 때문에 예루살렘 성전을 지을 자재는 준비했지만 그 성전을 완성하는 일은 그의 아들에게 맡겨졌다. 구약에서 이웃 부족은 내 이웃이 아니고 내가 상대해서 싸워야 할 적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돌볼 필요가 없었다. 아주 살벌한 사회였다.

구약에서 내 이웃은 단지 이스라엘 민족 혹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이었다. 레위기(19:13-14)나 이사야서(1:17, 58:6-7)에 이웃 혹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언급되어 있고,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레 19:18)는 말씀도 나오지만, 그런 이웃에 대한 배려는 물질적으로 창대해지는 복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했다. 신약에 나오는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고 이웃을 돌보라는 복음은 화평의 원리 위에서 실현될 수 있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작은 자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육신의 건강과 재물의 복을 주신다. 마태복음에는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부모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마다 여러 배를 받고 또 영생을 상속하리라”(19:29)고 기록되어 있다. 이 복은 구약의 복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구약에서처럼 창대해지기 위해서 헌신하거나 재물을 얻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역설적인 은혜이다. 그리고 그가 받을 최종적인 은혜는 영생이다.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은 받으려는 마음 없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

여기서 우리는 구약과 신약 사이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토마스 쿤은 과학의 발전을 설명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말을 썼지만, 요즘 세계관의 혁명적인 변혁을 가리킬 때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보통 구약의 하나님은 아버지 같이 엄격한 분이고 신약의 하나님은 어머니 같이 자애로운 분이라고 말한다. 구약은 전쟁과 쟁투가 중심이고 신약은 화평과 사랑이 중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구약은 선민의식이 강한 닫힌 사회였지만, 신약은 복음이 만민에게 전파되는 열린 사회였다. 이제 여기에 구약은 물질적 복을 중시하는 세계이고 신약은 영적 복을 강조하는 세계라는 것을 더할 수 있겠다.

예수님과 유대교 지도자들과의 갈등은 이 신앙적 패러다임의 차이 때문이었다. 인간의 사고가 열려 있지 않았던 2,000년 전에 예수님이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하셨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기독교에서는 구약과 신약을 모두 경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함으로써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의 진수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오복을 중시하는 우리는 구약에 나타나는 물질의 복을 구하는 기도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 그리스도인이 구할 복은 신약에서 강조하는 영적인 삶을 위한 복이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나를 위한 것보다는 이웃을 위한 것, 물질을 구하는 기도보다는 하늘에 보물을 쌓는 영적인 삶을 위한 기도여야 한다. 그렇게 기도할 뿐 아니라 그렇게 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물질적인 복을 강조하지 않으면 교회가 부흥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교회에 나가면 복을 받는다, 구하면 주신다고 말한다. 이때에 말하는 받을 복이나 주시는 것은 주로 한국인들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오복, 즉 물질적인 복이다. 물질을 구하는 교인들의 입맛에 맞추면 교인수가 쉽게 늘어난다. 이것은 사람들의 물질적 욕심, 달리 말해서 세상과의 타협이다. 예수님이 시도하신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복이 물질적인 복이 아니라는 것, 옛날이야기의 끝에서 반복하던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준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교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적 번영을 추구하는 기복신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수님의 복음대로 산다는 것,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좁은 길을 가는 일,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는 일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여기서 다시 언급하는 것은 한국의 교인들이, 한국의 교회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넓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