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15년도) 수능시험은 출제오류로 법석이다. 그것도 지난해의 지리시험 출제오류로 대학과 교육부와 국회와 법원이 밀고 당기기를 하다 모두 정답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에게 정원외로 입학을 시켜주거나 편입을 허용하거나 보상을 하거나 하는 상상도 못할 수습책을 제시하고 있는 와중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민망하기가 그지없다.

출제자들이 지난해의 출제오류에 얼마나 전전긍긍하면서 올해 시험문제를 출제했을까를 생각하면 이번 시험의 영어와 생명과학Ⅱ시험의 반복된 출제오류는 재앙에 가까운 과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해결책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해결책이라고 내놓는 것을 보면 출제위원수를 늘리고 출제위원들간에 소통을 늘리고 검증절차를 엄격히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대안을 보면서 다음해에도 올해처럼 출제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올해 출제위원들은 지난해 출제오류를 수습하기 위해 정치권과 행정당국과 출제위원들이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출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류를 범했는데 다음해 출제시에도 올해만큼 긴장도가 높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만큼 출제오류의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지나치게 높은 긴장 속에서 출제한다면 비록 출제위원수를 늘리고 출제위원과 검증위원간에 소통을 늘리고 별 수를 다 쓰더라고 오히려 옹졸한 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모두가 잘 알고, 또 인정할 수 있는 답을 담고 있는 문제란 문제라고 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일을 보면서 소위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험에 집착하는 한, 올해와 같은 굴레 속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라고 보며 관계자들이 왜 그런 시험에 집착하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영원히 그 굴레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원초적 욕망이 있기나 한 것처럼.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험’이란 그 결과를 모두에게 적용시키는데 우수한 소위 ‘승복의 기제’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교육적이지 않다는 사실-비교육적-은 널리 알려져 있다. 즉 그런 시험은 잠재적이고 가능성으로 충만한 아이들의 꿈과 자질과 능력과 포부와 미래를 전혀 측정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객관식)시험이란 ‘암기력콘테스트’라는 말이 있고, 또 다른 말로는 ‘부의 경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른들이 그런 시험을 왜 계속하면서 출제오류를 감수할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누구 하나 (지필)시험으로부터 벗어나 암기력측정이라든가 부의 경쟁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거나 출제오류의 위험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발상을 하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출제위원들이 대학교수들이 80%나 된다고 하는데 그중에는 외국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텐데 그때 그 외국대학에 입학할 때 지필시험을 보지 않고 들어간 경험을 활용하지 않으려 하는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외국의 대학들처럼 지필시험만 없어도 이번과 같은 재앙은 당장에 피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누군가를 선택하는데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버리고 그를 가르칠 대학의 인재를 보는 형형한 눈빛을 기대하고 그의 고유하고도 고독한 결단과 책임을 용납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그런 대학입학제도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일까. 필자는 대학이 가르칠 자를 선택하는데 있어 무한책임을 지는 그런 ‘지필고사없는 대학입학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력히 제안하는 바이다.

다음에, 시험과 직접 연관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지방교육청에서 일선학교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자기 부모들 호칭을 조사해봤더니 초중등학교 아이들 상당수(약 20%)가 부모들에게 적대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학교와 학원과 집을 오가는 생활을 부모의 욕심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측정은 언제나 그래왔고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을 보면서도 이런 교육체제의 문제를 지속하겠다고 하는 어른들의 무심함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그런 부모들도 과거를 회상해 보면 그런 생활을 해왔음을 기억해 낼 수 있는데 한세대가 지난 자식들까지 그런 고통에 놓여지게 해서는 안되는 게 아닌가. 자신의 고통을 그대로 자식에게 승계시킨다면 사회의 발전이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필자는 아이들이 절절하게 고통을 호소한 한가지 생생한 예를 알고 있다. 천안의 초등학교 4학년짜리가 ‘물속의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쓰고 자살한 적이 있는데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었지만 아무런 문제도 해결된 게 없다. 해마다 입시시즌에 자살자는 속출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기들이 겪은 입시지옥을 아이들에게 감당하라고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무슨 이유로 아이들을 그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가. 이것은 어른들이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무시하고 자기목적의 희생자로 삼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의 행태는 교육의 외관을 보이고는 있지만 교육이 아닌 것으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유사교육’ 내지 ‘사이비교육’ 혹은 ‘입시위주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입시위주교육’이란 말이 교육학원론 어디에서 없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한국에서는 교육정론을 밀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교사들과 교육행정가들과 학부모들과 관계자들이 입시위주교육도 정상교육의 한가지 호칭인 걸로 알고 있다. 필자가 아는 한 그런 교육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시험제도없는 대학입학제도를 모색해야 하고 입시위주교육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과 같이 입학시험출제의 오류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고 아이들의 꿈을 가꾸어줄 수도 있다. 지금처럼 입시위주교육과 그 결과를 나타내는 입시는 아이들에게 꿈과 낭만을 빼앗는 것이고 결국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잃게 하는 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