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종교이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을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교회는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한 혹은 믿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한 믿음이 있기에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고 교회에서 봉사하고 헌금을 낸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전능하시며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를 도우시는 분으로 믿기 때문에 하나님께 기도한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면 응답해 주신다고 말한다. 구약에서는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해서 엘리야, 다니엘 등 하나님을 믿고 기도한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기도가 응답되는 것을 보여준다. 신약에서도 예수님이 친히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시고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면서 기도하면 이루어 주신다고 약속하셨다. 두드리는 자에게 열리고, 생선을 달라고 할 때 뱀을 주시지 않는다고, 열심히 구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목사들은 우리의 삶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기라고 가르친다. 특히 어려움이 있을 때 하나님께 기도하면 모두 해결해 주신다고 기도의 힘을 강조한다. 그 가르침에 따라서 교인들은 날마다 힘써 기도하고 어려움이 생길 때 하나님께 매달린다. 믿고 의심하지 않으면 산더러 바다에 던져지라 하여도 이루어지리라는 말씀에 따라서 믿고 기도한다.

예전에는 목사들이 기도에만 전념하고 운동하는 것을 별로 본 일이 없는데, 요즘에는 목사들도 운동한다. 그리고 목사들이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지하고 기도하라고 가르치는 목사가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고 병을 고치기 위해서 병원에 가는 것은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비성경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기도하면 되는데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는 것은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믿는 사람은 아플 때 기도하면 되지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해야지 인간적인 노력으로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운동하는 목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이러한 철저한 신앙은 아주 모범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교인들은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하면서도 먹을 것을 위해서 일터에 나간다. 건강을 위해서 기도하면서도 보양식을 먹고 다이어트를 하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를 부흥시켜 달라고 기도하면서도 교회의 조직을 개편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계획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들에 열심히 참여하라고 교인들을 독려한다.

요즘 건강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에는 어른을 만나면 ‘진지 잡수셨어요?’라고 인사했는데, 요즘에는 ‘안녕하세요?’ 혹은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이제 우리는 먹는 문제보다는 안녕의 문제, 건강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보다는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은지, 어떤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한때 ‘위대한 밥상’이 인기 TV 프로그램이었고 요즘은 ‘먹거리 X파일,’ ‘생로병사,’ ‘황금알’ 같은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다.

전에는 통통하게 살찐 아가씨를 부잣집 맏며느리 감으로 선호했지만, 요즘에는 날씬한 몸매의 S라인 아가씨를 좋아한다. 그래서 젊은 여인들은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고 남녀를 가릴 것 없이 헬스클럽을 찾는다. 중년의 남자들조차 배가 나오면 건강에 적신호가 온 것으로 생각해서 체중을 줄일 방도를 강구한다. 그래서 온 나라가 건강식품, 건강 유지법 열풍에 휩싸여 있다.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무엇보다도 운동이 중요하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고 공원을 산책하고 골프, 테니스, 탁구, 수영, 라인댄스, 요가 등의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사, 권사, 장로, 목사, 가릴 것 없이 모두 나서서 운동을 한다.

나는 30여 년간 테니스를 했는데, 테니스를 하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무릎이 아프기도 해서 요즘에는 탁구로 바꾸었다. 10여 년 전에는 아침마다 목사들과 테니스를 했다. 어느 날 같이 테니스를 하는 김 목사님이 당신네 교회 바로 앞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교회 앞에 있는 코트는 큰길가에 있어서 매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렇지, 테니스를 하면 심호흡을 하게 되는데, 매연을 많이 마셔서 좋을 게 없지.”

옆에 있던 유 목사님도 그 코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교회 앞의 코트에서 테니스를 하면 교인들이 우리 목사님은 기도는 하지 않고 날마다 운동만 한다고 생각할 걸.”

나는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항변하고 싶었다. 모두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데, 왜 목사는 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운동하면서도 기도하면 되지 않는가. 그러나 내가 잘 아는 목사에게서 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 목사는 젊을 때 한동안 서울에 있는 모 대학교의 교목으로 있었다. 테니스를 같이 하자는 친구의 권유로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테니스 솜씨가 서툰 탓이었는지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당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교목이 입원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사장인 장로가 문병을 왔다. 그런데 운동을 하다가 다쳤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목사님이 기도는 안 하고 무슨 운동을 하셨어요?”라고 쓴 소리를 하고 갔다.

그 목사가 퇴원한 뒤에는 어느 권사가 찾아와서 목사가 운동을 하다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으니 교인들 앞에서 이게 무슨 망신스러운 일이냐고 크게 걱정을 했다. 건강이 나쁘면 기도를 하면 되는데 운동을 하다니, 목사가 그렇게 믿음이 부족해서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목사는 그 대학교의 교목으로 있는 동안 더 이상 운동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모든 사람이 건강을 위해서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때에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건강을 위한 음식, 건강을 위한 약도 좋지만, 건강에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이라는 것이 상식이 되어 있는 지금, 목사는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변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교회 강단에서는 흔히 기도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가르친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과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은혜를 믿고 기도하라고 가르친다.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시니 열심히 새벽기도회에 혹은 중보기도 모임에 참석해서 기도하자고 기도를 강조한다. 기도하라는 것은 예수님이 직접 언급하신 일이고 기도의 효과는 신구약 모두에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기도를 강조하는 것은 성경적이다. 믿음의 사람들은 모두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느 교회에서는 “기도할 수 있는데 무엇을 걱정합니까?”라는 현수막을 대로변의 벽에 큼지막하게 걸어놓았다. 이 현수막에서는 하나님께 기도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왜 걱정하느냐고 묻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말은 기도하면 건강해지는데 왜 애써 운동을 하며, 기도하면 되는데 왜 병원의 병실에 누워 있느냐고 묻고 있다. 기도하는 사람은 그 기도의 내용을 성취하기 위해서 전혀 걱정할 필요도 노력할 필요도 없다는 말로 들린다.

내가 어느 노인학교에서 만난 한 노인은 아플 때 병원에 가라는 말은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아플 때는 기도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신은 열심히 기도했더니 80이 넘도록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하게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분의 신앙은 운동하다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교목을 걱정하는 장로나 권사의 신앙과 다르지 않다.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합니까?”라는 현수막을 건 교회의 목사의 신앙과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신앙은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롭 5:1)에 의지해서 우리가 행위로 구원을 받은 것이 아니고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다는 개혁자들의 주장과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루터가 노예의지를 주장한 것은 구원의 문제에 관해서 말한 것이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의지를 발휘할 수 없다거나 선택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후대에 가서 구원에 관한 루터의 주장을 확대 해석해서 인간이 자유의지를 행사하려는 것은 잘못이라거나 인간은 전적으로 무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인간의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인간의 노력을 외면하고 기도에 전념하는 사람들에게 기도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은 기도하면 하나님이 이루어 주신다는 성경 말씀이다. 실제로 기도해서 어려움이 해결되는 체험을 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런 간증이 더욱 신기하고 우리의 주목을 끈다. 그래서 우리도 그러한 체험을 원한다. 그리고 열심히 기도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는 기도하면서도 노력한다. 보통 우리는 어떤 제목을 놓고 열심히 기도하면서도 한편 그 기도의 내용을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전도하는 사람들의 간증에서도 한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면서 그 사람을 자주 만나고 여러 번 권면하는 등 많이 노력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렇게 기도와 노력을 병행하는 것은 잘못인가?

믿음에 의해서 의인으로 여겨진 것과 기도의 응답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와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구원을 받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기도는 우리의 의지나 노력과도 관계한다. 먼저 ‘기도에 힘쓰라’는 말에서 보듯이 기도는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힘써 노력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기도하면 하나님이 기도의 제목이 성취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하시고 지혜를 주시고 힘을 주실 줄 믿지만, 많은 경우에 그 기도의 내용을 성취하기 위해서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 왔다. 기도하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 말해 주는 일이고 믿음의 선배들이 한 일이다. 아브라함, 야곱, 다윗은 물론, 바울이나 베드로를 비롯해서 모든 믿음의 선배들은 기도한 사람들이고 최선을 다 해서 달려갈 길을 달려간 사람들이다.

광신자, 원리주의자, 혹은 근본주의자라는 말이 있다. 기도하면 되는데 왜 운동을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 기도하면 되는데 왜 병원 이야기를 하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합니까?”라는 현수막을 내거는 사람들은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시각이 하나님에서 시작해서 하나님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들은 인간을 보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인간이란 단지 하나님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슬람의 원리주의자들은 알라의 이름으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다. 이렇게 인간이 무가치한 것으로 간주되는 데서 인간의 의지나 노력은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

지난해에 우리 교회의 교육담당 목사님에게 고3학생들이 수능시험을 끝냈으니 그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에서의 공부방법에 대한 특강을 실시하면 좋겠다고 제안한 일이 있다. 고려해 보겠다는 대답하기에 대학의 교양과정에서 공부방법을 강의하는 집사님에게 특강을 부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 다시 수능이 끝났는데 아직도 그 목사님은 특강에 대한 일정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아마도 공부방법보다 신앙교육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기도하면 대학에서도 공부를 잘 할 텐데 무슨 걱정이냐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다행히 요즘 광신, 원리주의, 근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교회지도자들이 많다. 그리고 기도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인간 편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목회자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한 달란트 받은 종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주인에게서 받은 한 달란트를 그대로 내놓았을 때 주인이 그 종을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말한 의미를 알고 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한 바울조차도 디모데에게 선한 싸움을 싸우라고 권면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광신자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예수님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모두 중시하신 것을 외면한다. 예수님이 하나님 사랑에 치우친 나머지 인간을 외면한 유대교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신 것을 무시한다. 예수님의 천국복음 안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간파하지 못한다.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이 기도하면서 노력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자신도 실제로 기도하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예수님은 구하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을 뿐 아니라 인간의 의지적인 노력을 요구하시고 게으른 자를 책망하셨다. 예수님을 믿는, 예수님을 본받으려는 사람은 인간을 외면하고 하나님 사랑에만 치우치는 편향성을 벗어나야 한다. 예수님은 바로 그러한 편향성의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복음에 따르면, 기도하는 목사가 운동하는 것은 결코 걱정할 일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성경에 대한 이해가, 교회의 가르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교회의 역사는 바로 이 달라짐의 역사이다. 성경의 말씀은 동일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짐에 따라서 그 성경의 말씀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현재 안에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주어진 시대를 분별하면서 그 시대에 맞는 새 부대를 준비해야 한다.

▲ 최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