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의 NCCK 법정소송, 과연 정당한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이하 예장통합)이 김영주 총무를 선임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 실행위원회 결의에 대해 무효 가처분신청을 한 가운데 예장통합을 제외한 교회협 회원교단들의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교회(교단)간의 대화와 협의를 근간으로 하는 협의체로서의 면면한 역사를 저버린 채 사회법에 판단을 요청하는 예장통합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더구나 예장통합의 소송은 어떠한 사안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치열한 토론을 벌이다가도 결정 후에는 이를 존중하고 따랐던 그동안의 교회협 전통을 일거에 뒤집는 행위여서 충분히 비난받을 만 하다.

지난 10월 열린 교회협 실행위원회 모습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처분결정을 좌우할 중대한 사실이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교회협 헌장에 실행위원회 위원을 총회가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각 회원교단이나 단체에서 파송하는 이로 구성한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예장통합의 백남운 이상진 김혜숙 목사는 이 가처분신청에서 “실행위원회 선임은 총회의 권한이므로 지난 62회기 제4회 실행위원회에서 14명의 실행위원을 선임한 것은 무효이므로 권한 없는 실행위원이 참여한 총무 제청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신청자들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허구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즉 교회협 헌장에 따르면 실행위원회의 선임은 총회만의 권한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이는 교회협의 헌장개정 과정에서 판별된다.

교회협은 2006년 11월에 개최된 제55회 총회에서 “실행위원회는 총회가 선임하는 위원으로 구성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회원교단과 연합기관에서 파송하는 이”로 구성하는 것으로 헌장을 개정했다.

제55회 총회부터 개정된 헌장에 따라 현재까지, 교회협은 단 한 번도 총회에서 실행위원을 선임한 경우가 없다. 또 총회 폐회 후 공문으로 실행위원의 파송을 회원교단에 요청하여 회원교단이 공문을 통하여 파송위원을 알려오면 실행위원회의 승인 과정에 따라 선임하여 왔다.

이에 따라 신청자들도 본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총회의 선임으로 실행위원에 선임되지 않았고 신청자들이 소속한 교단의 통보에 따라 선임됐다.

예장통합의 논리를 상황에 대입해 보면, 이상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즉 신청자들의 주장처럼 실행위원의 선임권한이 총회에 있다면 신청자들을 포함, 헌장 개정 이후 선임된 실행위원 및 헌장 개정 전 교체 선임된 실행위원들은 모두 권한이 없는 실행위원들로 그들이 결의한 결의는 모두 무효가 된다는 점이다.

가장 결정적으로는 예장통합 소속의 소송 당사자들조차도 교회협 총회에서 선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제 와서 총회의 선임 없는 실행위원의 선임 또는 교체 선임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주장임과 동시에 신청자들은 청구적격이 없는 자가 된다는 함정에 빠진다.

교회협은 헌장 개정 전에도 “총회 폐회기간 중에 발생하는 중요사항은 실행위원회에서 처리한다”는 헌장에 의거하여 그동안 회원교단이 실행위원회에 위원 교체 선임을 통보하면 조건 없이 이를 실행위원회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실행위원회에서 실행위원을 교체 선임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교회협은 지난 10월 62회기 제4회 실행위원회에서 적법한 처리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이의를 제기하는 신청자들과 예장통합과의 원만한 타협을 위해 백보 양보하여 처음으로 실행위원 교체 건에 대한 의결절차까지 거쳤다.

더욱이 예장통합 소속의 실행위원들 역시 의결절차에 참여하였고 총무 제청을 위한 투표에도 참여했다. 이들은 절차에 모두 참여했음에도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결의된 내용이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를 내세워 다시 실행위원 선임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비상식적인 행위임과 동시에 교회협이나 교회의 전통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만이 ‘정의’이고, 그것이 아니면 모두가 ‘불의’라는 오만하고 패권주의적인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그러나 이는 끊임없이 배태된 예장통합의 모습이기도 하다.

예장통합은 이에 앞서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두 번에 걸쳐 교회협에서 ‘딴죽’을 걸었다. 우선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추천한 김상근 총무후보에 대해 정치적으로 ‘강성’이라며 반발하다가 행정보류를 하더니 권호경 목사가 CBS 사장으로 선임되자 이를 문제 삼아 또 다시 어깃장을 놓은 바 있다.

첫 번째는 김상근 목사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는 ‘호남출신’이라는 점이 속내의 사정이었고, 두 번째도 권 목사의 처신에 대한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보인 행태였다. 문제는 당시 두 번의 모습이 2014년 현재에도 그대로 재연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행태를 종합하면 예장통합의 ‘오만한 패권주의’가 그대로 묻어난다.

예장통합의 ‘오만한 패권주의’는 이후 찬송가공회의 사유화에서 결정적으로 폭발했다. 찬송가문제로 예장통합은 교회협 회원교단은 물론 한국교회로부터 지탄을 받으며 그 지도력을 상실했다.

또한 예장통합은 보수권의 맹주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마저 분열시키는 오류를 범했다.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단체임에도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기총을 탈퇴하고 한국교회연합을 설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자임했다. 하지만 이 단체마저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약화시켰던 곳이 예장통합이었다.

이런 점에서 예장통합은 매 사안마다 ‘정의’를 가장하고 있지만 이는 자신들의 ‘오만한 패권주의’를 강요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교회협 문제에서도 자신들은 한편에서는 ‘정의’를, 또 한편에서는 ‘교단적 따돌림’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모든 절차를 거친 후 자신들의 후보가 당선되지 않자 ‘정의’를 내세우는 형국이다. 이렇게 내세우는 예장통합의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오만한 패권주의’일 뿐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정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