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2 명의 미국인이 마지막으로 석방됐다. 이 보다 앞서 56세 제프리 파울이 북한에서 억류 된지 6개월 만에 석방됐다. 의도적으로 성경책을 북한 청진시 나이트클럽에 남긴 것이 구속 원인이었다. 필경, 파울 씨는 남긴 성경책을 북한 주민이 읽게 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발견한 이는 즉시 당국에 고발했고 파울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종종 선교의 모험을 즐기는 이들이 향하는 곳이 북한이다. 그러나 북한을 방문해서 위험을 각오하는 스릴 만점의 선교를 하고 싶어 하는 선교열에 불타는 이들이 알면 약이 오르게도 북한은 기독교 전파가 세상이 얘기하는 것과 달리 그리 위험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증거가 있냐고? 있구 말구.

2014년 2월에 16일 평양에서 '종교선전물' 배포 혐의로 체포, 15년형에 직면했던 호주인 존 쇼트(75) 선교사가 보름 만에 "기적(?)"같이 전격 추방이 됐다. 쇼트 선교사는 호주에서 고집불통 하기로 유명한 형제교회 소속으로 알려졌다. 그는 종교적 신념으로 주로 중국에서 수차례 체포되었는데 1996년 5월에는 체포된 후 입국비자가 취소되고 거의 2년 간 중국 공산당국에 기피인물로 낙인찍혔다가 다시 중국입국이 허용됐다.

이 번 추방 후 믿음 돋는 그의 인터뷰에 의하면 평양 공항의 젊은 입국심사관이 '여기 웬 미친놈이 왔구먼' 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쇼트의 계획은 2012년 그의 북한 방문 때 했던 것처럼 가급적 많은 유인물을 뿌리는 것이었다. 2년 전에는 붐비는 지하철 안에 들키지 않고 수백 장의 팸플릿을 놓고 내렸었다.

그럼 왜 북한 같은 공식적인 무신론 국가가 쇼트 같은 사람을 받아드리는가? 현찰 때문이다. 쇼트는 4일간의 방문에 대한 여행서류 비용으로 830불을 냈고 그의 일행 중 마지막 순간에 뒤로 빠진 소심한 친구 4명에 대한 보상비용으로 500불을 부담했다.

북한 여행에는 안내원이 따라붙게 돼 있다. 북한은 그들의 종교적 관용을 과시하려고 열심히 관광객들을 절간으로 데려갔다. 불행히도 누가 문을 부수고 들어간 모습과 함께 불상이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안내원은 이곳에서 쇼트가 하려는 일을 눈치 채고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딴 데로 돌려진 사이에 빈 방에 소책자 5부를 놓고 나왔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를 보았고 당국에 보고했다.

▲ 존 쇼트

그는 체포되어 나흘째 되던 날 단식투쟁이라고 선언하지 않고 단지 "식욕이 없다"고 말하고 식사를 중단했다. 쇼트의 이런 행동은 북한 사람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북한 관리들이 '부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부인을 보려면 건강하게 잘 지내도록 먹어야 한다'고 했지만 쇼트 씨는 오히려 "내 아내는 내가 사랑하는 줄 알고 있으니 내가 그걸 입증할 필요가 없다. 당신들은 이제 나의 목숨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 당신들이 내가 죽기를 원한다면, 난 여기서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쇼트 씨는 만일에 북한에서 죽으면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비자 기간을 초과해 "불법 체류한" 10일간의 "숙박비"로 호주화 700불을 중국 위안화로 지불했고 베이징에 도착하면 미화 300불을 추가 지불하겠다고 약속하고 추방됐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으나 "우리는 비자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쇼트의 금식기도의 위력이 북한을 움직여 석방을 하게 했다는 유치한 신앙의 논리를 펴기에는 북미관계는 훨씬 복잡하다.

그러나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는 호주인 쇼트 보다 흥정가치가 있는 미국인인 파울은 북한편에서 보면 쇼트 보다 훨씬 죄질(?)이 가벼운 소극적인 선교를 했지만 대접이 달랐다. 이번에 석방된 2명은 역시 선교 활동으로 체포된 한국계 배씨와 북한 측에서 볼때 셋 중 죄질(?)이 최고로 나쁜 24살 메튜 밀레르이다. 24살 메튜는 북한을 방문하자마자 즉시 자신의 여권을 찢고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사후 그는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후, 그 곳의 실상을 세상에 폭로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발표를 사실로 믿기에 다소 수상쩍은 점이 없진 않으나,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북한이 이번에 그들로는 소중한 가치가 있는 인질인 미국인들을 석방해서 재고정리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것을 판단하는 것은 전문가의 몫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 여권을 가진 불같은 선교의 열정은 가진 이들이 기도만 하지 말고 꾸역 꾸역 인해전술로 들어가서 북한의 감옥을 채워 주는 것도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내가 호주여권인 것이 많이 아쉽다. 물론 농담이다.

종말에 대하여 특별히 예민한 종파들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제7일 예수재림교회라는 것이 있다. 흔히 안식일 교회라고 하는 먹는 것이 발달한 종파이다. 나는 그들과 교류를 많이 가졌기 때문에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그들의 관심은 종말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흔히 종말론에 매몰되어 있는 다른 교파와는 달리 좋은 점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늘 종말에 징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좋은 것만 먹고 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그들은 마치 "조금만 더 기다리면…" "조금만 더 조이면…" 북한이 조만간 망할 것이라는, 망해야 한다는 믿음에 사로 잡힌 이명박 장로처럼 종말론에 사로잡혀 있다.

"김정일이 쓰러졌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유엔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화폐개혁으로 북 경제가 혼란에 빠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천안함 폭침은 내부 불안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술책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김정은의 등장으로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연평도 포격 이후 평양의 엘리트도 동요하고 군도 이탈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그들은 냉정하게 북한의 현실을 분석하는 것 보다는 조만간 망할 것이라는 믿음에 사로 잡혀 있다.

극렬 보수 반공주의자들의 북한 멸망에 대한 이렇게 간절한 믿음처럼 그들은 지구상에 조그만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도 종말론으로 연결 시킨다. ‘실현되지 않을 종말론’이라는 것이 있다. 즉 종말론은 실제 이루어질 사건이라기보다 인류에게 경고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종말론에 예민한 사람들은 세상의 끝이 날 때 세상은 망해도 자기는 좀 잘돼 보겠다는 이기심의 발로인 것처럼 북한의 종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북한이 망하면 벌어질 사태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망하면 자기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믿고 싶어 할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