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펜젤러 목사를 회고하며(1904)

                                                                    윌리암 스크랜튼/노종해 역

▲ 윌리암 스크랜튼

(역자 주)-이 글은 아펜젤러와 함께 선교 초기부터 활동하며 그를 가장 가까이서 접하고 지켜 보았던 윌리암 스크랜튼 박사의 글이다. 이 글은 1904년 11월 10일에 창간 발행된 THE KOREA METHODIST. 1권 1호 제1면에 게재된 글을 초역한 것이다.

한국에 개신교 선교를 시작한 지 막 20년을 넘어가고 있다. 20년 전의 얼굴들과 음성들이 점점 보기 어렵게 되어 가고 획기적인 사건들도 드물어 가며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지 는 세계로 떠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새롭게 발전되고 있다.

    초기의 한국선교를 이야기할 때 이 땅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인 헨리 아펜젤러(Henry G. Appenzeller)를 빼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 그 이름을 부를 때 낯익은 음성은 대답하지는 않지만 떠나면서 우리에게 남겨 놓은 그의 업적들이 그 음성을 대신하여 대답한다. 한 개척자가 우리에게 떠났지만 그의 걸출한 정신, 천재성, 친근감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우리는 벌써 20년 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 지금은 떠나고 없는 아펜젤러는 천부적으로 재능이 많고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었으나 외모로는 그런 인상을 풍기지 않았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5번가 150번지에 지금의 아름답고 큰 건물이 세워지기 전, 뉴욕 브로드웨이(New York Broadway)에 있던 선교부 사무실에서였다.

    그는 인상적인 사람으로 어디서나 주목을 받는 타입이었다. 출중한 모습으로 그는 머리를 들고 약간 뒤로 젖힌 채 꼿꼿이 걸어 다녔다. 그의 몸무게는 180내지 190파운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의 얼굴 윤곽은 모난 데가 없었고 머리는 곱슬에 숱이 많았으며 혈색이 좋았다. 그는 언제나 웃는 얼굴에 따뜻한 웃음ㅁ을 웃었고 정중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를 안지 얼마 안 되어 우리는 가족과 함께 아라빅(S.S. Arabic)호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향해 여행을 시작했다. 당시 우리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하나님의 신비한 뜻을 이루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우리의 지휘자요 지도자였다. 2월 15일 주일, 태평양을 지나면서 그는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설교를 했다. 사실 파도가 드센 바다-나는 그런 바다는 처음 봤다-에 나가는 우리에게 그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그가 택한 본문도 우리를 고무시키고 소망을 주는 것으로 굳이 언약과 흔들리지 않는 신앙의 본문이었다. 그 날 그가 택한 본문은 출애급기 17:6의 “내가 거기서 호렙산 반석 위에 너를 대하여 서리니 너는 반석을 치라. 그것에서 물이 나리니 백성이 마시리라”였다.

▲ * 젊은 아펜젤러 * 아펜젤러 가족

    선교지를 향한 그의 마음은 하나님께서 자기를 한국으로 부르셨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하나님은 그가 가는 곳에서 그를 통해 당신의 일을 이루시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길고 험한 여행 후 요코하마에 도착했을 때, 그는 우리를 자기 방으로 불러 상륙하기 전, 안전한 여행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고 장차 우리를 보호하고 이끌어 주실 것을 기원하는 예배를 주관했다.

    당시의 사건들과 경험들을 자세히 기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와 그 당시를 생각하면 자주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은 한국 사람과 첫 공식예배 장면이다. 그 전에 아펜젤러 형제는 도시 중앙에 있는 한옥 한 채를 사들였었다. 그는 그곳을 개종의 장소로 사용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방 하나를 성별해서 최초 한국 지성소로 삼았다. 도배를 새로 했지만 가구라고는 낯익은 테이블 밖에 없었으며 그 테이블 위에는 우리 한국 기독교회의 최초의 성만찬을 위한 기구들이 깨끗이 놓여 있었다. 이 최초의 기념비적인 모임에 참석 한 사람은 아펜젤러와 나 그리고 4-5명의 한국인 세례인이었다. 그날은 성탄절 아침이었고 그는 그가 조하하는 본문을 택해서 주의 깊게 준비한 한국어 설교를 했다. 그것이 그가 한 최초의 한국어 설교였던 것 같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우리에게 매우 엄숙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은밀하게, 비밀리에 예배를 드렸지만 거기서 첫 열매를 얻었으며,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하신 언약의 능력을 받았다.

    아펜젤러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팔방미인이었다는 내 말을 수긍할 것이다. 그는 애국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언젠가 국경선의 문제를 놓고 논의할 때 그가 “나는 농부처럼 땅의 귀함을 잘 알지, mfo서 단 한치라도 그냥 버려둘 수 없어”라고 여러 번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런 원칙에서 그에게 닥치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온 힘을 기울여 노력했다. 그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그가 계획하는 무든 일이 이루어지리라 믿었다.

    설교 다음으로 그가 중요시했던 것은 교육이었다. 그는 배재학당(Paichai College)에서 대학(University)를 내다봤으며, 그의 가르침을 받는 모든 학생들을 장차 이 나라의 지도자나 개혁자, 의의 나라를 실현할 자들로 보았다. 그는 가능하면 매를 들지 않았고 성령께서 학생들 속에서 활동하시어 그들을 진리와 발전으로 이끄신다고 믿었다. 물론 때로는 성령과의 만남 또는 뜻밖의 교제가 있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는 자기 신앙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논쟁자에게는 자기 신앙을 변증할 능력도 있었다. 독자들이 아펜젤러를 생각할 때에는 나처럼 대체로 그의 활동, 그를 사로잡아 활동하게 했던 삶의 원동력을 중심으로 이해하기 바란다. 그가 우리를 떠날 때 그는 처음으로 선교지에 도착할 때와는 전혀 단른 모습이었다. 여러분들도 기억하시겠지만 그는 아직 중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세가 굽었고, 외모가 초췌했고 머리는 흰 노인이 되어 있었다.

    활동적이고 정열적인 선교사의 삶을 생각할 때는 단순히 한 목사로만 생각하지 말라고 더스킨이 말했듯이, 아펜젤러의 삶에서 볼 수 있듯이 육체를 초월한 영혼이 매일매일 성장하여 마침내 수의를 넘어 빛나고 우리 안에 저항할 수 없는 막강한, 영원한 힘을 심어주게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인들의 아름다운 신앙은 외부적으로 삶의 조심성과 전쟁에서의 모험심으로 드러난다. 그들의 생각, 영혼이 육체를 떠나도 살며 마침내 조상집으로 돌아가 꿈에 그리던 곳에서 살게 된다는 생각은 신도(神道)신앙 때문이라고 한다. 아펜젤러의 경우에도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비록 지금 그는 아무 말이 없지만 그가 자기의 재능과 온 힘을 기울여 우리와 함께 추진했던 사업들과 장소와 계획들을 떠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 없다.

    우리가 사용하던 연장을 손에서 놓고 떠나, 다른 이들이 우리 일을 맡는다 해도 우리가 돌보았던 사람들을 통해서 그 일이 구체화 되어 나갈 때, 우리의 가름침의 인생과 추세, 그리고 우리 계획의 힘은 점점 더 분명해진다. 그렇듯이 “또 그들 뒤에는 그들의 업적이 남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그들의 업적 속에 살아남게 될 것이다.(rch)

 

▲ 아펜젤러 묘비(양화진)                            인천도착 기도문(1885.4.5.)